● 한마디
이적요, 서지우, 한은교가 갖고 있는 욕망이 다르듯이, 서로에게 느끼는 사랑의 감정 또한 다르다. 정지우 감독은 사랑과 욕망, 그리고 질투로 점철되는 세 사람의 관계에 집중한다. 그리고 이들이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세세하게 묘사한다. 다소 전개 속도가 느리기는 하지만, 인물의 감정선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에로틱한 욕망을 들끓게 만드는 베드신 또한 한 몫 한다. 세 배우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김고은. 극중 소녀의 싱그러움과 여성의 관능미를 모두 선보이는 그는 올해의 발견. 탐난다! 김고은.
(무비스트 김한규 기자)
원작이 ‘욕망’에 초점을 맞춰졌다면 영화는 ‘사랑’으로 초점이 바뀌었다. 그러한 변화에서 정지우 감독의 색깔이 두드러진다. 캐릭터 변화도 눈에 띈다. 정지우 감독의 말처럼 이적요는 보다 절제된 감정을 드러내고 서지우는 한결 더 인간적인 가운데, 원작보다 훨씬 생동감 있게 그려지는 한은교의 캐릭터가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다. 정지우 감독만의 디테일한 연출, 인물의 감정과 분위기를 잘 따라가는 음악도 인상적이다. 다만 원작이 집중했던 인물들의 내면 묘사가 축약되면서 캐릭터들이 평면적으로 묘사된 것은 아쉬운 지점. 서로가 가진 재능을 탐냈던 이적요와 서지우의 관계도 영화는 단조롭게 그려졌다. 욕망이 뜨겁게 끓어오르던 원작 고유의 느낌이 사라진 빈자리를 정지우 감독의 감성이 채우고 있다.
(경제투데이 장병호 기자)
상대적으로 뼈를 드러내며 시작하는 원작의 서사가 강렬한 건 부인할 수 없다. 서사의 축약을 위해 순행으로 전개를 수정한 건지 모르겠지만 가공할 떡밥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점에서는 아쉽다. 삼각관계에서 빚어지는 심리적 갈등과 충돌로 발생하는 긴장감은 원작에 비해서 사유화되는 인상인데, 이를 테면 원작은 은교에 대한 두 남자의 감정 발화가 서로에 대한 견제와 의식을 통해서 발전되는 인상인 만면, 영화는 그것이 단순히 나이가 다른 수컷들의 롤리타적 욕망으로 제한하듯 그려진다. 형태는 남아있는데 핵심이 떨어져나갔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이적요 역할의 박해일은 열심히 했다. 톤이 나쁘지도 않다. 다만 70대 노인을 연기해야 한다는 강박에 가깝게 들리는 성대모사에 적응하기가 어렵다. 김무열의 서지우는 감정을 좀 절제할 필요가 있는 캐릭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리고 그 어떤 결점과 무관하게 신인 배우 김고은은 지우기 힘든 인상을 남긴다. 동물적인 감각이 느껴지는 신인배우의 출연이란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ELLE KOREA 민용준 기자)
2012년 4월 19일 목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