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와 영화의 인연은 생각보다 오래됐다. 최초의 3D 영화가 등장 한 건 1903년. 1950년대에는 70여 편의 3D 영화가 쏟아져 나올 정도로 3D가 붐을 이뤘다. 이 중 3D가 재빠르게 취한 장르는 공포물이다. 평면적인 잔혹 장면에 입체감을 불어 넣은 3D 호러는 관객의 오감을 자극하며 사랑 받았다. 그러나 대형스크린의 도입과 함께 3D 붐은 빠르게 식었다. 3D에 관심을 보이던 업자들도 하나 둘 떠나갔다. 그러던 3D 업계가 다시 바빠지기 시작한 건, <아바타>의 등장과 함께다. 3D는 공포영화의 장르적 특성에 적절히 부합했다. <블러디 발렌타인>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4> <피라냐 3D> <쏘우 7>이 3D 안에서 공포 효과의 극대화를 노렸다. 이러한 움직임은 호러의 거장이라 불리는 감독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PiFan일 올해 준비한 특별전 ‘입체영화: 장르 거장들과 3D’는 이러한 일련의 흐름을 보여주는 자리다. 영화를 즐기는데 있어서 ‘3D가 단순한 볼거리를 위한 기술로만 쓰일 것인가, 아니면 그 자체로 대중적 장치가 될 수 있을 것인가’를 가늠해 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앰피비어스 3D(Amphibious 3D) 브라이언 유즈나 | 2010년 | 86분
원시 해양생물을 추적하는 해양생물학자 스카일라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해를 탐사하기 위해 전세 보트를 빌리고 보트의 선장인 잭과 탐사 준비를 시작한다. 탐사가 시작되면서 스카일라는 잭이 밀수업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게 된다. 한편 흑마술사인 삼촌에 의해 고깃배에 팔린 고아 소년 타말은 스카일라에게 자신을 탐사에 데려가주길 애원하고 타말의 모습에서 죽은 딸의 모습을 떠올리는 그녀는 타말을 탐사에 포함시킨다. 그러나 탐사 도중 의문의 사건들이 이어지고 급기야 밀수업자들이 하나 둘 의문사를 당하게 된다. 그리고 누구도 알지 못하지만 타말 안에서 커져가는 기운으로 인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괴력의 고대생물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난다.
공포영화계의 컬트 감독 브라이언 유즈나는 PiFan이 사랑해 마지않는 감독이다. PiFan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던 브라이언 유즈나는 <프로제니> <리애니메이터 : 좀비오 3>로 부천을 찾는 등 PiFan과 각별한 인연을 이어왔다. 그런 그가 올해에는 3D를 들고 부천의 문을 두드린다. <앰피비어스 3D>는 80년대 호러 영화의 절대적 위치를 점했던 브라이언 유즈나가 5년 만에 발표한 3D 괴수 호러다. 박진형 프로그래머에 따르면 “<앰피비어스 3D>는 호러 영화가 요구하는 3D 테크놀로지의 적확한 사용을 보여주는 모범답안 같은 작품”이다. “3D기술이 서사를 거스르거나 돌출되는 일 없이, 영화 그 자체의 구성요소로 영리하게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이는 이색적인 볼거리에 비해, 스토리 이음새는 허술했던 기존 3D 호러들과 차별화 되는 부분임에 틀림없다. 제작 단계에서부터 3D로 진행된 덕에, 3D 완성도도 높다는 평이다. 브라이언 유즈나 특유의 엽기적인 스타일이 3D와 만났을 때 어떠한 시너지를 일으킬지는, 7월 15일(17시)과 17일(11시) 부천 롯데시네마에서 확인 가능하다.
배틀 로얄 3D(Battle Royale 3D) 후카사쿠 킨지, 후카사쿠 켄타 | 2010 | 120min
청소년 범죄가 증가하고 세대간의 갈등이 증폭되자 일본 정부는 매년 중학교 한 학급을 선정해 무인도에서 최후의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싸우도록 하는 ‘BR(Battle Royale)법’을 제정한다. 3일이 지날 때까지 최후의 승자가 가려지지 않으면 전원 몰살시키며 제한구역에 들어가거나 탈출을 시도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올해의 BR 대상학급으로 뽑힌 42명의 급우들은 수학여행 버스에서 납치돼 무인도 폐교의 교실로 옮겨진다.
<아바타>의 전 세계적인 흥행 이후, 2D로 제작됐던 기개봉작들을 3D 버전으로 다시 선보이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녀와 야수> <라이온 킹>등의 명작 애니메이션은 물론이고,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와 제임스 카메론의 <타이타닉>도 3D로의 재개봉을 예고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빠르게 합류한 곳이 일본이다. 일본은 <배틀로얄>을 3D로 컨버팅해 지난해 자국 극장에 다시 선보였다. 다카미 고순의 소설을 원작을 한 <배틀로얄>은 2003년 사망한 후카사쿠 킨지 감독의 컬트 스릴러다. 무인도에 고립된 학생들이 서로를 죽인다는 충격적인 소재로 개봉 당시 일본 정치인들이 상영을 금지하려 한 영화는, 국내 개봉에서도 한바탕 홍역을 치른바 있다.
3D로 탈바꿈한 <배틀로얄 3D>가 PiFan에게 각별한 이유는 원작 영화가 2001년 PiFan에서 상영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배틀 로얄>을 3D를 다시 만난 다는 건, 일본 잔혹영화의 어떤 시절의 감흥을 다시 느껴보는 기회인 셈이다. “오리지널의 충격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그 충격을 3D 테크놀로지 특유의 경이로움으로 만나는 기회를 놓칠 수 없을 것”이라고 박진형 프로그래머의 자신한다. <배틀 로얄 3D>는 <배틀 로얄> 속편의 공동 감독이자 킨지의 아들이기도 한 후카사와 켄타의 주도로 완성됐다. 원경 쇼트를 이용해 공포감을 자극했던 원작의 분위기가 3D와 만나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낼 예정. 화면 밖으로 도끼가 날아오는 충격과, 피가 객석을 적시는 기분을 느껴 보고 싶다면, 7월 16일(14시)과 17일(14시) PiFan과 함께 하시길.
동안(Child's Eye) 옥사이드 팡, 대니 팡 | 2010 | 97min
연인 사이인 레인과 록은 친구 커플들과 함께 태국으로 여행을 떠나온다. 레인과 록의 사이는 여행의 마지막 날까지 왠지 위태로워 보이고, 홍콩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가던 일행은 전국으로 퍼진 소요사태로 인해 중간에 멈춰 어느 허름한 호텔에 짐을 풀게 된다. 어딘가 음산한 구석이 있는 호텔에서 일행은 기이한 얼굴의 세 아이들을 마주치고 호텔 안에는 이상한 사건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정리하고 가자. 홍콩 최초의 3D 영화를 <옥보단 3D>로 아는 사람이 있다면, 틀렸다. 홍콩의 첫 3D 영화는 옥사이드, 대니 팡 브러더스의 이 영화, <동안>이다. <디 아이>(2002년)로 아시아 호러영화의 대표주자라는 수식어를 부여받은 팡 브라더스답게, 새로운 기술 도입에도 거침이 없다. 많은 이들이 ‘3D 도전’에 몸을 사리고 있을 때, 그들은 3D 세계로 들어가 경험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렇게 탄생한 <동안>은 작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되며 주목 받기도 했다. 이번 PiFan에서 공개되는 세 작품 중 <동안>이 차별화되는 건, 3D가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사용된다는 점이다. 박진형 프로그래머를 다시 소환해 조언을 구하면, “<동안>은 서양 호러 영화 특유의 갑작스러운 놀람보다는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해프닝과 스물스물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또한 “후반부 등장하는 예상치 못한 ‘또 다른 세계’의 이미지가 3D 테크놀로지가 표현할 수 있는 환상적인 세계 그 자체의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아마 몇몇 국내 팬들에게 <동안>은 시기와 질투의 작품이 될 수도 있을 거다. 아시아 최초 3D 공포를 계획했던 한은정 주연의 <기생령>이 제작비 부족으로 무산된 상황에서, 홍콩의 발 빠른 3D 도입이 배 아플 수 있으니 말이다. <동안>의 상영일은 7월 16일(14시)과 7월 17일(20시). 상영 장소는 한국만화박물관이다.
내년에는 화끈한 에로틱 3D도?
올해 세 편의 3D 영화를 선보이는 PiFan은 그러나 아직 목마르다. 소개하고 싶은 3D 영화 리스트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스페리아> <인페르노>로 잘 알려진 이탈리아의 ‘호러 마스터’ 다리오 아르젠토가 준비 중인 <드라큘라 3D>는 PiFan이 탐내고 있는 대표적인 3D영화다. 그리고 ‘야밤의 헌터’들에게 사랑받는 이탈리아 에로 감독 틴토 브라스! <칼리큘라> <모넬라>로 유명한 그가 제작중이라는 3D 에로 영화 역시 PiFan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작품이다. 과연, 내년 이 맘쯤 부천에서 다리오 아르젠토와 틴토 브라스의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PiFan은 언제나 ‘Hot 뜨거뜨거 Hot 뜨거뜨거 Hot!’
2011년 7월 13일 수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