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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와 같은 흥행작들은 단지 기술력의 발전만으로 이룩한 결과물이 아니다.
2010년 3월 26일 금요일 | 민용준 이메일



모팩 스튜디오 장성호 대표 인터뷰를 참고하시면 더더욱 흥미로운 기사가 되리라 봅니다.

지난 해 11월, AFM(American Film Market)에 한국VFX업체들의 공동 부스가 차려졌다. AFM은 칸 국제영화제 필름마켓(Marche du Film), 밀라노 필름마켓(MIFED)와 함께 세계 3대 필름마켓으로 꼽히는 행사다. 문화체육관광부(문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한콘진)의 주최로 이뤄진 이번 마켓 진출에 참여한 국내 7개 업체, 인사이트비주얼, 모팩 스튜디오, EON디지털필름스, DTI픽쳐스 등은 해외영화관계자들과의 미팅을 통해 활발한 홍보활동을 펼쳤다. 이 자리에서 문광부와 한콘진은 할리우드의 바이어를 초청한 비즈니스 미팅을 추진하는 등 국내업체들의 홍보를 후방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일임했다. “영세한 국내 업체가 국제행사에 참여해 부스를 내는 건 예산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공동부스라는 개념으로 국내업체들에게 기회를 열어준 셈이다.” 한콘진 미래융합콘텐츠단 조하섭 차장의 말이다.

“전체적인 그림에서 AFM은 지원정책의 일부다. 메인은 국내외 영화나 방송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CG업체에게 제작지원을 일부 지원해주는 정책이다. 업체의 가격경쟁력과 제작 품질을 높일 수 있도록 직접 지원하자는 취지다. 그런 차원에서 AFM참여는 마케팅까지 부가적으로 지원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문광부 융합콘텐츠팀 박상욱 대리의 설명이다. 업계는 이에 대해 고무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할리우드는 검증이 된 업체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한다. 초기 진입은 우리가 원하는 만큼의 조건을 이루며 시작될 수 없겠지만 정부 지원을 통해 한 작품을 잘 끝낸다면 지속적인 거래를 이어나갈 수 있을 거라 본다.” 인사이트 비주얼 손승현 제작 이사의 의견이다. 결국 정부의 지원은 개별 업체들의 자생적 토양을 마련하기 위한 비료로서 분명 유용한 것이다.

문광부는 지난 1월 14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CG산업 육성계획’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유인촌 문광부 장관은 “CG산업의 육성을 위해 오는 2013년까지 약 2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라 밝혔다. 문광부가 전달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까지 산업육성을 위해 5대 중점과제에 2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5백억 원대에 이르는 CG전문 펀드를 조성하고, 국내 업체들에 대한 제작비 환급 등의 세제 지원 사업을 펼치는 동시에 영세한 업체들의 기술력 확보를 위해 고가의 제작장비와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실효적 방안을 마련한다. 또한 그 동안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업체가 개별적으로 실행하기 어려웠던 기술투자계발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국내 VFX업체들의 기술적 발전을 꾀하고 동시에 전세계적으로 대두되는 3D기술을 확보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리고 글로벌 시장 개척을 위해 국내업체들의 해외프로젝트 참여를 이끌고 칸영화제나 AFM등의 마켓에서 비즈매칭(Business Matching)과 같은 자리를 마련하는 등, 마케팅 중계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밑그림을 토대로 국내업체의 해외진출을 성사시킴으로써 2013년까지 1조 1천억원의 시장 확보와 약 3만 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문광부의 움직임은 현재 영상산업 전반의 변화적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아바타>의 전세계적 돌풍은 그동안 막연한 예언처럼 떠돌던 3D영상의 비전에 대한 보다 확실한 증언이 됐다. 이는 단지 영화와 같은 영상예술의 방향성 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모든 영상산업 전반의 움직임을 가속화시키는 실정이다. 현재 문광부의 CG산업 지원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아시아 최대의 CG제작기지 구축’이라는 거대한 밑그림도 전세계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정부의 태도를 보다 확고히 대변한다. 하지만 단지 시장의 규모와 기술적 접근성만으로 산업적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계산에는 위험한 구석이 있다. “할리우드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영화 컨텐츠를 팔기 때문에 <아바타>와 같은 5천 억 규모의 제작비를 투입할 수 있다.” <아바타>의 VFX를 담당한 웨타 디지털에서 텍스처 아티스트와 라이팅 테크니컬 디렉터를 맡았던 정병건의 말이다. 시장의 스케일을 확장하는데서 힌트를 얻을 수 있겠지만 그보다도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라는 고민을 동반했을 때 보다 발전적인 해답이 가능하다. “단순히 기술적으로만 놓고 보자면 우리가 할리우드의 7~80% 수준은 된다고 본다. 문제는 아무리 기술력이 발전해도 그것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거다. 기술력을 과시할만한 컨텐츠가 부재하다.” DTI픽쳐스 양석일 실장의 말이다.

그동안 정부의 문화지원 정책은 항상 자본의 결과적 성과만을 염두에 두고 이뤄졌다. 게임 산업과 만화 산업은 좋은 전례다. 기존에 산업적 인프라가 존재했던 게임 산업은 정부의 지원을 통해 보다 확고한 산업적 가치를 창출했다. 하지만 만화 산업은 반대로 정부의 지원이 독이 됐다. 자본의 투자에는 인내심이 없다. 만화 산업의 열악한 인프라는 단지 산업적 기반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만이 아닌, 창작적 기반의 틀이 확고하지 않다는 데서 비롯된 문제였다. 하지만 정책은 확실한 실물적인 결과물을 원했고, 그 결과 졸속으로 완성된 지원적 결과물들이 되레 창의적 욕구를 감퇴시키며 산업적 가능성에 찬물을 끼얹었다. 현재 정부의 CG산업 육성은 3D영상산업의 비전까지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그 정책의 태도다. 장기적인 인프라의 확충과 기술력의 확보를 염두에 둔 정책의 발효는 열악한 토양 위에서 발전을 거듭해온 국내 업체들을 고무시킬 만한 사안이다. 하지만 산업의 육성에 대한 장기적인 플랜과 당장의 손실을 감수할만한 인내력이 있는가라는 사안에 대해서 고심한 흔적을 발견하기란 어렵다. <아바타>의 흥행이 남긴 자본적 가치를 선망하기 이전에 <아바타>라는 작품이 만들어진 산업적 배경이 무엇이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할리우드가 만들어내는 흥행작들은 단지 기술력의 발전만으로 이룩한 결과물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그 기술력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창작자들이 존재했기에 가능한 사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국내CG산업의 발전을 단순히 해외시장의 자본가치만으로 한정짓는 태도 안에서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다.

사실 정부의 정책적 주도는 국내 업체들의 요구를 통해 이뤄졌다. 사실 오래 전부터 영세한 국내 업체들은 정부의 지원에 대해 개별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그 목소리가 전달될 통로를 찾지 못했다. 지난 해 CG산업협의회의 설립은 이런 요구를 통합할 필요성을 느낀 업체들의 합의에 따른 것이다. 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서울예술대학 디지털 아트과 김재하 교수는 말한다. “기술발전에도 불구하고 영세한 규모를 벗어나지 못하는 업체들의 목소리가 모아졌다. 글로벌 프로젝트를 위한 얼라이언스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등장했고 이를 전달할 창구가 절실해졌다.” 2008년부터 구체화되기 시작한 협의회는 지난 해 8월에 설립됐고, 정부의 정책적 자문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정부 측과의 소통 창구를 마련하고 현실적 개선 방안에 대한 의견을 전했다. 그 결과 국내외 프로젝트에 참여한 업체에 대한 제작비용 지원 정책이 마련됐고, <국가대표>를 비롯한 몇몇 작품이 혜택을 얻었다. AFM의 부스 참여도 이런 움직임이 만들어낸 결과다. 협의회는 업체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통로이자 현장을 위한 정책 반영을 가능케 하는 자문 기구로서 역할을 해내고 있다. EON디지털필름스의 정성진 실장은 이와 같이 말한다. “일단 협회의 설립은 큰 의미를 지닌다. 기존의 정통부 시절부터 애니메이션 분야를 키우려고 많은 노력을 했지만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다. 시장을 키우는 게 목적이었지만 실패한 셈이다. 업체들이 바쁘게 일해도 잘못된 목소리를 듣고 그들만의 잔치를 치른다면 문제일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협회를 만들어서 한 목소리를 낼 때 정부 쪽에서 그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는 건 발전적이다.” 결국 정책의 성패는 실무자들이 시장과 현장의 실정에 얼마나 귀를 기울일 수 있는가에 달린 셈이다.

캐나다와 호주, 영국, 싱가폴 등 해외에서는 벌써 우리보다 먼저 자국의 CG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한국의 VFX업체는 정부 혜택을 받은 적 없다. 다른 국외 업체와 비교했을 때 20미터 뒤에서 뛰기 시작하는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부의 변화는 고무적이다.” 정성진 실장의 의견이다. 지금까지 한국CG산업은 열악한 토양 속에서도 열정과 노력으로 싹을 틔운 인재들의 피땀을 먹고 자라왔다. 이젠 그 희생으로 일군 토양에 물과 비료가 필요한 시점이다. “제 아무리 보검이라 해도 그냥 식칼 용도로 사용되면 보검으로서 의미가 없다. 사용자가 그 가치를 가장 많이 깨닫고 제대로 사용할 줄 알아야 의미 있게 쓰이는 거다.” 장성호 대표의 말처럼, 국내CG기술의 발전적 성과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 된다. 그리고 그 기회는 단지 개개인의 노력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발전을 이뤄온 개개인의 노력에 대한 산업적 이해가 절실한 시점이다. 대한민국 영상산업의 새로운 밑그림을 CG로 그려나가겠다는 정부의 청사진도 그때부터 선명해질 것이다.

2010년 3월 26일 금요일 | 글_민용준 beyond 기자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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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eface
뜬금없지만 이 기사를 보니 심형래 감독이 생각나네요.
  
2010-03-2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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