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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미친 존재감’ 숀 펜을 보라!
밀크 | 2010년 2월 22일 월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작년 아카데미 시상식 현장. <밀크>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숀 펜을 소개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로버트 드니로는 “숀 펜이 어떻게 지금까지 이성애자 역할을 그렇게 잘 해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당시 국내에는 <밀크>가 소개되기 전이었으니, 영화에서 숀 펜의 연기가 어땠는지, 알 턱이 있나. 그저, “드니로 저 양반, 립 서비스 하나는 세계 최강이네.”라 여기고 지나칠 수밖에. 1년이나 지각 개봉한 <밀크>를 보고 당시 로버트 드니로가 했던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아마 오류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본능 때문이었을 거다. 어떤 오류? 드니로의 말을 ‘대외용 립 서비스’라 여겼던 판단의 오류. 그리고 오류를 정정함과 동시에 드니로의 말에 또 하나의 표현을 거들고 싶어졌다. “동성애자들이 <밀크>의 숀 펜을 보고,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면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이다.

1970년. 새로운 삶의 목표를 찾기로 결심한 뉴요커 하비 밀크(숀 펜)는 동성 애인인 스캇 스미스(제임스 프랑코)와 함께 자유로운 분위기의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한다. 그 곳에서 카메라 숍을 운영하던 하비는 동성애를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편견에 부딪히지만, 이에 아랑곳 않고 자신의 가게를 게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장소로 만든다. 하지만 자신들을 향한 편견과 폭력 속에서 고통 받는 친구들이 생겨나자 하비는 게이 인권 운동을 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세 번의 도전 끝에 1977년, 샌프란시스코 지도위원회의 위원으로 선출된다.

숀 펜에게 생애 2번째 남우주연상을 안긴 <밀크>는 1970년대 샌프란시스코에서 활동한 미국 최초의 게이 정치인 하비 밀크의 생애 마지막 8년을 담은 실화다. 영화는 “이 연설은 제가 암살되었을 때만 공개될 것입니다.”라는 말을 녹음기에 담는 하비 밀크의 모습으로 문을 연다. 어둠이 깔린 밤, 홀로 의자에 앉아 지난날을 회고하는 남자. 굉장히 평이한 오프닝이지만, 관객의 주위를 잡아끄는 힘은 결코 평이하지 않다. 전과 다른 숀 펜의 나긋한 억양과, 전과 다른 숀 펜의 유려한 몸짓과 전과 다른 숀 펜의 온화한 표정 때문이다. 특히 초반 유순한 성품의 ‘동성애자 밀크’에서 후반 카리스마 넘치는 ‘정치인 밀크’로 자연스럽게 변모해 가는 모습은 그에게 죽은 하비 밀크가 빙의(憑依)된 게 아닌가 싶은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밀크>는 숀 펜의 연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기본 이상을 하는 영화지만, 조연들의 연기도 칭찬하지 않으면 섭섭할 영화다. 스타를 지향하는 (그저 그런)배우일 뿐이라 여겼던 <스피드 레이서>의 에밀 허쉬가 연기파 배우로서의 면모를 보이며 반전을 안기고, 꽃미남 제임스 프랑코가 하비 밀크의 소울 메이트인 스캇 스미스로 분해 미모 속에 감춰진 연기력을 십분 발휘한다. 상원의원 댄 화이트로 분한 조쉬 브롤린에게도 눈길이 오래 머무는데, 그가 하비와의 관계에서 드러내는 살리에르적인 광기는 굉장히 흥미롭다. 하비 밀크에 대한 열등감에 사로잡혀 때론 그를 시기하고, 때론 무시하고, 때론 분노하고, 결국은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고 마는 그의 모습은 모짜르트를 질시하여 그의 성공을 막고 끝내는 비참하게 숨져가게 한 <아마데우스> 속 살리에르의 모습을 연상시키기에 족하다.

<밀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또 한명의 인물은 연출자 구스 반 산트다. 이미 <게리> <엘리펀트> <라스트 데이즈> 등 앞선 영화에서 실존인물과 실제사건을 그린 이력이 있는 그이기에 전기 영화 <밀크>의 작업은 사실, 그리 특별한 게 아니다. 하지만, 게이 감독으로서의 정체성을 가감 없이 드러내온 구스 반 산트에게 하비 밀크라는 인물은 단순히 영화적 소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에게 하비 밀크는 흑인들이 말콤 엑스나, 마틴 루터 킹을 바라보는 것만큼이나 애정과 존경이 서려 있을 테니 말이다. 또한 <말라노체> <카우걸 블루스> <아이다호> 등에서 동성애에 끊임없는 관심을 보여 온 구스 반 산트에게 <밀크>는 자신의 정체성의 근원에 보다 직접적으로 다가가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밀크>는 본인이 성소수자인 구스 반 산트 감독이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이들에게 건네는 충고이자, 동료들에게 보내는 격려인 동시에 자신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하비 밀크에게 바치는 헌정사이기도 한 셈이다.

한편 오래 전, “하비 밀크에 대한 이야기를 만든다면 좀 더 메인스트림의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공언한 구스 반 산트의 말에서 엿볼 수 있듯, <밀크>는 그의 최근 작품 중 가장 대중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이를 엿보게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하비 밀크의 사랑에 대한 접근이다. 영화는 하비 밀크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기 전까지의 상황, 즉 하비가 스캇을 만나고, 사랑에 빠지고, 새로운 곳으로 이주해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것에서부터, 이후 이별을 하고, 그리워하는 모습 등을 전기 영화라기보다 누나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달달한 ‘야오이물’ 같은 느낌처럼 그려냈다.(여기에는 스콧을 연기한 제임스 프랑코의 우수에 찬 외모가 한 몫 한다. 영화에서 숀 펜이 ‘미친 존재감’이라면, 제임스 프랑코는 ‘걸어 다니는 화보’라 할만하다.) 중간 중간 삽입된 실제 다큐 영상들 역시 관객들의 이해를 돕는 굉장히 친절한 중계자 역할을 하는데, 이는 <굿 윌 헌팅> <파인딩 포레스터>로 대표되는 산트의 대중적인 능력을 그리워했던 관객으로서는 반가울 수 있겠지만, <엘리펀트> <파라노이드 파크>로 대변되는 그의 실험적인 최근 작품을 좋아하는 관객으로서는 조금 서운 할 수 있는 부분이라 하겠다.

하지만 영화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 할 수 있는, 마지막 총격 장면에서 그의 초기작 보다, 최근작의 그늘을 더 드리워 보여준다. 하비를 암살하려는 댄이 그를 찾아 시청 안 복도를 터벅터벅 걸어 갈 때, 복도 끝에서 댄을 향해 전진해 오는 카메라 움직임은 교내 난사 사건을 다룬 <엘리펀트>에서의 롱 테이크 카메라 기법을 연상시킨다. 댄의 총아 맞아 쓰러지는 하비를 느릿한 슬로우 모션으로 잡아낸 것과 여기에 서정적인 사운드를 깔아 놓은 것도 최근 작품들과 닮아 있다. <밀크>가 숀 펜의 영화라며 넋 나간 채 보다가, “아, 이게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영화이기도 하지?”라고 떠올리게 되는 것도 이 장면에서다.

인상 깊었던 또 한 가지. 영화 중간, 보수주의자들로부터 살해 협박을 받던 하비는 스캇에게 이런 말을 한다. “만약 그들이 날 죽이려 한다면, 그로인해 동정표를 얻겠지. 그건 우리가 원하던 펌프질이 될 거야.”라고. 스캇을 안심시키기 위해 농담처럼 한 소리지만, 그의 죽음은 우려한대로 현실이 됐다. 하지만 그것이 펌프질을 하게 될 거란 예상도 이루어졌다. 하비의 말대로 그의 죽음은 편견에 가득 찬 미국 사회에 경종을 울렸고, 자신과 함께 한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으니 말이다. 이러한 하비 밀크를 스크린으로 불러와 그를 다시 되돌아보게 하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편견의 벽에 맞설 용기를 주는 것. 이것이 영화 <밀크>가 지닌 또 하나의 의의이자, 힘일 것이다.

2010년 2월 22일 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미친 존재감’ 숀 펜 + ‘걸어 다니는 화보’ 제임스 프랑코 + 사랑 = ‘므흣’한 야오이물?
-40의 나이에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하비 밀크.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상원의원 댄 화이트로 분한 조쉬 브롤린의 살리에르적 광기에도 주목
-성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넘어, 모두가 피스(peace)!
-<엘리펀트>, <라스트 데이즈>를 선호하는 관객에겐 구스 반 산트의 변화가 아쉬울 수도
-극 구성이 신선하지는 않지,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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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96399726
잘 보고 갑니다.   
2010-02-22 23:51
gkffkekd333
평이 좋네요~   
2010-02-22 23:39
ehgmlrj
기대되네요..!!   
2010-02-22 22:43
theone777
이제 개봉하네.. 보고 싶다~   
2010-02-22 17:58
bjmaximus
그린 고블린 쥬니어 나오는구나   
2010-02-22 13:20
kwyok11
작품성 9   
2010-02-22 11:44
ldh6633
잘봤습니다~   
2010-02-22 10:12
sdwsds
숀펜의 연기는 대단하다.   
2010-02-2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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