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일은 둘이서 하는 것이다. 한 사람이 사고를 당하면 아무도 정확한 상황을 알 수 없는 경우는 그야 말로 최악이다. 최소한 파트너는 갑자기 벌어진 사고에 대응을 하고 주변에 상황을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스쿠버가 공식적으로 둘 이상 짝을 지어 행동하는 것을 강제하고, 순찰을 나가는 경찰이 둘 씩 짝지어 나서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액션영화 주인공 혼자서 적 기지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상황 같은 경우, 첫 희생자인 적 말단 보초가 자리에 혼자 뿐이었다면 (엉성한 경계 상태로 미루어보아 나머지 조직도 엉터리라 판단할 수 있으니) 그리 비현실적이지도 않은 셈이다.
우리가 흔하게 알고 있는 파트너들도 시작은 비슷했을 것이다. 실제로 경찰은 파트너와 함께 다니는 법이니, 현장을 반영한 영화를 만드는 의도로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다 우리가 알고 있는 환상의 콤비가 태어났을 것이다. 물론 오랜 파트너의 역사만큼이나 콤비 플레이는 다양하기도 하다. 헐리웃 영화의 이 오랜 파트너쉽은 흔히 ‘버디 무비’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액션 스타와 비서
개념 상 ‘버디 무비’에서 주인공을 맡는 형사 파트너는 나홀로 모든 사건을 해결하는 액션 히어로 형사와는 정반대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액션 전성기 시절 실베스타 스탤론의 〈코브라〉나 그 이전 홀로 액션 형사의 원형을 만들었던 〈불릿〉의 스티브 맥퀸과는 DNA 자체가 다르다는 의미다. 유일한 예외는 약점 많은 일반 형사지만 대형 사건에만 끼어들어 해결한 〈다이하드〉 시리즈의 존 맥클레인(브루스 윌리스)정도인데, 그마저도 사실상 평범한 사람의 탈을 쓴 수퍼 히어로에 가깝고 영화에서도 그가 혼자서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 매번 억지 설정을 통해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첫번째와 두번째는 부인을 배웅하기 위해 휴가에 나섰다가 테러리스트와 맞서고, 최신 편에서는 시간 외 근무로 혼자 나선다. 세번째 편은 사실 상 ‘버디 무비’다)
하지만 파트너를 동반한다고 해도 홀로 액션에 가까운 영화는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액션에서 질이 틀린 활약을 하는 압도적 주인공 곁에서 비서 정도의 역할로 머무는 파트너가 있는 경우다. 이런 경우 파트너는 완전한 조역이라고 하기엔 비중이 크지만, 액션 영웅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정도의 역할을 맡는다.
대표적인 경우가 근미래도시 디트로이트에 경찰로 근무하는 파트너 로보캅과 여경 루이스 같은 경우다. 압도적인 힘과 능력을 자랑하는 사이보그 경찰 로보캅 주변에서 평범한 여경이 그 이상의 액션을 보이기는 힘들다. 하지만 둘은 파트너이고, 액션 장면만큼이나 심리적인 부분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로보캅〉의 초반 시리즈에서는 결정적인 순간을 루이스로 인해 해결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나마도 뒤로 갈수록 비중은 줄어들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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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액션 영웅이 중심인 영화에서 그를 돕는 파트너의 역할은 대개 루이스와 다르지 않다. 역시 미래를 배경으로 하여, 경찰이 사법 권한까지 가지게 되는 사회를 가정하는 〈저지 드레드〉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주인공 〈저지 드레드〉를 맡은 이는 80년대를 대표하는 액션 스타 실베스타 스탤론인 까닭에, 역시 80년대를 대표하는 미소녀였던 다이안 레인이 파트너 ‘저지 허시’를 맡았지만, 비서 이상의 비중을 차지 하지는 못했다.
반드시 파트너가 여자여야만 그런 것은 아닌 게, 혼자서 부대 하나 정도는 우습게 절단 내는 액션 영웅쯤 되면 어지간한 사람은 별 차이가 없기 마련이다. 설정 상 무식한 형사에게 부족한 하이테크 지식을 도와주기 위해 파트너가 되었지만 사실 액션의 중심에서는 한참 떨어진 〈다이하드 4.0〉의 연약한 해커 매튜 패럴이나, 초짜 FBI 요원이라 정예 해병대원인 주인공 밥 리 스웨거(마크 월버그)에 한참 못 미치던 〈더블 타겟〉의 닉 멤피스가 그런 경우.
이상적인 조합, 가끔은 티격태격
진짜 파트너라면 한 명이 다른 하나에 한참 못 미쳐서는 곤란하다. 서로 개성이 확연해 다툼은 자주 있을지 몰라도, 합쳐지면 최대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팀이 진정한 파트너라 할 만 하다.
이런 파트너는 영화보다 TV 시리즈에서 출발한 경우가 많았다. 그 중 최근 영화로 리메이크된 경우를 찾아보아도 서로 티격태격하지만 최고의 팀웍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경찰 〈스타스키와 허치〉(벤 스틸러 + 오웬 윌슨) 콤비나 마이애미를 배경으로 마약상을 처단하는 〈마이애비 바이스〉의 소니 크로킷(콜린 패럴) + 리카도 텁스(제이미 폭스) 콤비 같은 경우가 있고, TV 시리즈를 떠나도 여전히 마이애미를 지키는 〈나쁜 녀석들〉의 마커스 버넷(마틴 로렌스) + 마이크 라우리(윌 스미스) 콤비, 이젠 고전에 속할 80년대 최강 마초 콤비 〈탱고와 캐시〉(실베스타 스탤론 + 커트 러셀), 더 특이하게도 하나는 모스코바 최고의 몸짱 형사 이반 당코 대위(아놀드 슈왈츠제네거)이고 다른 하나는 시카고 최고의 문제 경찰 아트 리직(제임스 벨루시) 콤비가 문제를 해결하는 〈레드 히트〉같은 작품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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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스타일의 콤비가 영화에서 사건을 풀어나가는 방식은, 한 쪽이 다소 강력한 물리적 능력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비슷한 비중을 갖추고 있기 마련이다. 희대의 근육질 액션스타가 즐비했던 80년대 작품 〈탱고와 캐시〉〈레드 히트〉같은 경우는 누가 보아도 레이 탱고 역의 실베스타 스탤론과 이반 당코 역의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쪽이 압도적인 액션 바디를 갖추고 있지만, 실제 영화에서 맡고 있는 액션 비중은 다소 높은 정도다. 이미 〈뉴욕탈출〉〈괴물〉〈데킬라 선라이즈〉같은 영화로 80년대 액션의 한 축을 담당하던 게이브 캐시 역의 커트 러셀이나, 이보다는 대조적으로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같은 스탠딩 코미디로 명성을 쌓았던 아트 리직 역의 제임스 벨루시조차도 〈살바도르〉의 성공으로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당시 가지지 못했던 무게를 영화에 실었으니 상대가 80년대를 대표하는 과다 근육 몸짱이라 할지라도 그리 밀릴 까닭이 없다.
다소 가벼운 느낌의 헐리웃을 지나면 독특한 무게를 가진 콤비를 찾을 수도 있다. 이미 ‘버디 무비’의 장르 틀로 가두기는 조금 어려운 영화지만 60년대 프랑스 영화를 대표하는 두 젊은 배우 장 폴 벨몽도와 알랭 들롱을 콤비로 묵직한 갱스터 영화를 찍은 〈볼사리노〉나 역시 프랑스를 대표하는 분위기 있는 미남 알랭 들롱과 당시 미국 영화를 대표하는 마초 찰슨 브론슨을 미묘한 우정을 나누는 관계로 조합한 〈아듀 라미〉가 그런 경우다.
헐리웃 권장사항, 특성화 액션
하지만 역시 ‘버디 무비’를 기초로 한 형사물은 파트너 사이에 차이가 많을수록 재미가 더해지는 법이다. 오랫동안 실험한 결과로 헐리웃이 얻은 결론은, 콤비의 한 쪽이 육박전에 재능이 있다면 다른 한 쪽은 신중하게 살피는 통찰력을 부여하는 식으로 파트너의 능력을 배분했다. 이는 때로, 자연스럽게 성격 차에 의한 긴장이나 흥미로운 에피소드로 발전 시킬 수 있어 매우 유용한 방식이었다.
가장 흔하게 쓰인 스타일은 남녀 조합 콤비를 기용하는 것. 육체적 능력의 차이가 자연스럽게 역할을 나누고 때로 로맨스로 발전시키기도 용이한 인기 패턴이었다. 주로 로맨스를 장기간 발전시키기 좋은 TV시리즈에서 인기가 좋았는데, 지금은 헐리웃 대표 액션배우 중 하나인 브루스 윌리스를 스타덤에 올린 〈블루문 특급〉이나, 역시 본드무비 제작자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한 피어스 브로스넌의 출세작 〈레밍턴 스틸〉같은 시리즈물이 그런 경우다. 그 전에는 아예 부부라는 조합으로 민완 탐정 노릇을 했던 〈부부탐정〉같은 경우도 있었고, 육체적 능력보다는 성격과 가치관의 차이로 남녀 파트너를 구분했던 〈엑스파일〉도 많은 인기를 끌었다. 영화 쪽에서는 한 사건을 쫓는 라이벌 기자로 줄리아 로버츠와 닉 놀테를 조합한 〈아이 러브 트러블〉이나 반신불수로 현장에서 사건을 해결할 수 없는 현장검증 전문가 링컨 라임(덴젤 워싱턴)과 현장에서 증거를 수집하는 초짜 경찰 아멜리아(안젤리나 졸리)를 콤비로 응용한 독특한 버디 스릴러 〈본콜렉터〉같은 경우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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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콤비 사이에 역할을 확연하게 가르는 작품은 대개 한 쪽에 육박전 전문가 역할을 맡기는 경우다. 다른 파트너는 증거 분석이나 무기 개발 등을 맡는 형태로 참여하는 형태의 고전은 TV 시리즈로 유명세를 떨치다 영화로도 각색되었던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같은 경우겠다. 액션을 전담하는 짐 웨스트(영화판에서는 윌 스미스)와 기술적인 부분을 전담하는 아르테무스 고든(영화판에서는 케빈 클라인)의 콤비 플레이가 재미의 90%인 영화. 혹은 한 쪽은 액션을 전담하는 대신 다른 쪽은 익살을 전담하는 형태도 있다. 이 부류의 고전은 역시 80년대 대표 마초 닉 놀테와 80년대 대표 코미디언 에디 머피를 조합한 〈48시간〉. 역시 80년대를 대표하는 버디 액션 〈리셀웨폰〉도 비슷한 구조로 콤비를 결성시킨 경우다. 월남전 영웅 출신에 출중한 형사지만 정신적으로 흔들리는 마틴 릭스(멜 깁슨)가 과격한 액션을 맡는다면, 파트너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노련한 형사 로저 머터프(대니 글로버)가 이야기 전개의 균형을 맡는 형태.
근래 이런 역할 분담 버디물을 헐리웃에서 가장 잘 이용하는 배우는 역시 성룡이겠다. 홍콩 시절에는 혼자서도 능히 수퍼 영웅을 해내던 성룡이지만, 헐리웃에서 장기인 슬랩스틱 아크로배틱 코미디를 하기엔 대사 구사가 다소 아쉬운 것이 사실. 영리하게도, 쿵푸와 슬랩스틱을 조합한 초인적인 몸놀림은 성룡이 맡는 대신 익살 넘치는 대사는 파트너에게 맡기는 형태로 헐리웃을 뛰어넘는데 성공한다. 그 결과가, 서부를 배경으로 익살꾼 로이 오배넌(오웬 윌슨)과 파트너를 이룬 〈상하이 눈〉〈상하이 나이트〉 연작과 현대를 배경으로 속사포 같은 대사를 소화하는 LA 경찰 제임스 카터(크리스 터커)와 콤비를 이루는 〈러시아워〉가 바로 그 것.
처음 홍콩에서 와 LA경찰 제임스 카터와 티격태격하던 리(성룡)는, 두번째 편에서 홍콩을 배경으로 훨씬 나아진 콤비 플레이를 선보였다. 한 번은 카터의 본고장에서, 한 번은 리의 본 고장에서 벌어졌던 시끄러운 사건이 이번에는 둘 다 손님일 뿐일 파리에서 벌어진다. 여전히 티격태격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두 형사의 콤비 플레이는 볼 만 할 듯 하다. 다만 세련된 문화의 도시 파리가 〈러시아워 3〉의 시끄럽고 날렵한 콤비를 만나 된통 시끄러울 테니 미안할 뿐.
글_유지이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