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현(MC)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의 흥행이 예사롭지 않다. 1,000만 관객에 대한 얘기도 나오고 있다
추창민 감독 입장에서 500만 명이 넘으면 그때부터는 관객들이 만들어주는 것이다. 솔직히 얼마나 더 흥행을 할지 모르겠다.
이병헌 <광해>가 내 최고 흥행작인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기록을 한참 넘어섰다. 주위에서 많은 분들이 1,000만 이야기를 하는데, 그런 이야기를 듣다보니 나도 모르게 천만 배우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류시현 <도둑들>이 1,302만 명을 넘어 흥행 1위가 됐는데 거기까지 욕심이 나지는 않나.
이병헌 1,000만 명만 해도 국민 중 5분의 1이 본 것이다. 1,300만 명은 신의 영역인 것 같다.
류승룡 <도둑들>이 한국영화흥행 1위는 했지만, 전체흥행 1위는 미국영화 <아바타>다. 한국영화가 그 기록을 깨줬으면 좋겠다. 그게 <광해>이면 더 좋을 것 같다.
류시현 이병헌씨는 사극이 처음이다. 괜찮은 사극이 나오기를 기다린 건가, 아니면 일부러 피한건가.
이병헌 솔직히 말하면 사극 영화나 드라마를 챙겨본 적이 없다. 취향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광해>는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었다. 시나리오를 읽자마다 이건 해야겠다, 생각했다. 사극이어서 이 영화가 부담스러웠던 건 없었다.
류시현 사극 분장도 처음일 텐데, 분장 시간이 길어서 불편하진 않던가.
이병헌 분장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았다. 다만 분장을 하고 오랜 시간 촬영하는 게 힘들었다. 때에 따라서 촬영이 20시간 이어지기도 했는데, 수염을 제거하기 전까지 여간 간지러운 게 아니다. 손으로 만질 수도 없다. 수염을 본드로 붙여 놓았기 때문에, 만지게 되면 수염들이 손에 붙어버려서 처음부터 다시 작업해야 하거든. 입을 오물거리면서 간지러운 걸 참았다. 수염하고 밥을 함께 씹어 먹을 때도 있었다. 한참 먹다보면 밥 위에 수염이 수북하게 쌓여 있기도 했다. 나중엔 수염을 하나도 안 건드리고 밥 먹는 방법을 터득했다. 입술 모양을 안젤리나 졸리처럼 모으면 되더라.(웃음)
류승룡 <최종병기 활>을 촬영할 때 말을 타는 장면이 많았다. 그때는 말 위에서 달인처럼 밥을 먹을 정도로 많이 탔다. 이번 영화에서는 딱 한 장면, 말 타는 씬이 있었다. 그때 내가 자만했다. 긴장하고 있는 이병헌과 김인권에게 “겁먹지 마라. 그러면 안 떨어진다”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러고 나서 “이리야!”하고 말을 몰고 달렸는데, 나만 바닥으로 똑 떨어졌다.(웃음)
이병헌 편전에서 대신들과 신경전을 벌이는 장면이 있다. 대신을 연기한 분들이 연세가 많으셨다. 어르신들이시다 보니까 생리현상을 잘 못 참으시더라. 기침소리, 방귀소리 등 여러 소리가 나서 오디오 NG가 많이 났다. 사실 그런 것 때문에 NG가 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 상황들이 나에게는 굉장히 낯설었다.
류시현 광해와 하선 1인 2역을 했다. 관객의 입장에서 봤을 때 배우 이병헌은 광해의 모습에 가까워 보이는데, 실제로는 하선에 더 가깝다고 들었다. 이병헌을 가까이에서 본 류승룡씨와 감독님에게 어떻게 생각하나. 배우 이병헌의 모습과 인간 이병헌의 모습을 허심탄회하게 느낀 대로 말해 줄 수 있나?
류승룡 가감 없이?
류시현 가감 없이!
류승룡(이병헌에게) 귀 막고 있어. (일동 폭소) 일단 배우 이병헌. 정말 깜짝 놀랐다. 지구력이 굉장하다. 12시간이 넘는 촬영에도 늘 집중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운이 좋아서 할리우드에 간 게 아니구나, 생각했다. 20년 동안 저 위치를 지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구나 싶기도 했다. 동갑내기 친구이긴 하지만 이번 작품을 하면서 많이 배웠다.
좌 중 (동갑이라는 얘기에 여기저기에서 놀라는 탄식의 소리)
류승룡 왜? 왜?(웃음) 심지어는 내가 4달 동생이다?
좌 중 ‘까악!
이병헌 (귀엽다는 듯, 류승룡 머리를 ‘쓰담쓰담’)
좌 중 하하하하하.
류승룡 그리고 인간 이병헌. 저 정도 위치면 거만할 수 있는데, 전혀! 굉장히 소탈하다. 쉬는 시간에 애니팡 하고 있고~ 으하하하. 밥 때 되면 제일 먼저 뛰어가는 인간적인 부분들이 있다.
류시현 사극 옷 입고 애니팡 하는 이병헌의 모습이 잘 연상 안 된다.
이병헌 류승룡씨는 귀여운 동생인데, 나보다 신세대라서 그런지 애니팡의 도사다.
추창민 사실 초반에 두 사람이 굉장히 서먹했다. 성격적으로 봤을 때 승룡씨가 먼저 편하게 다가갈 것 같은데, 중반쯤 됐을 때 이병헌이 먼저 “우리가 동갑인데 말을 놓아도 되지 않을까”라고 제안을 했다. 그때서야 류승룡 얼굴이 환해지더라. 그런데 문제는 다음 날 이병헌이 다시 말을 높이더라고.(웃음)
류시현 관객 분들에게 질문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
관객 1 (수줍어서 잠시 말을 못 하다가) 류승룡씨, 이 일정이 끝나고 뭐 하세요?
좌 중 (비명!)
류승룡 (재치 있게 자신의 핸드폰을 가리키며 연락하라는 시늉을 보낸다)
류시현 순발력이 대단하다. 내가 보기에 류승룡씨는 오늘 허균 역할로 이 자리에 와 있는 게 아니다.(웃음) 다음 질문 받겠다.
관객 2 이병헌... 선생님...
이병헌 나는 가르친 적 없는데?
좌 중 (폭소)
관객 2 오빠는 오늘 밤 뭐하세요?
이병헌 애니팡!
좌 중 (자지러진다.)
관객 2 그럼, 애니팡 최고 기록은?
이병헌 7만 7,000.
좌 중 (가소롭다는 듯) 에이~
류시현 질문주신 분은 애니팡 최고기록이 어떻게 되나?
관객 2 44만.
류시현 애니팡 선생님이시네. 다음 질문 받겠다.
관객 3 천만 관객이 눈앞인데, 공약을 한다면?
추창민 천만이 넘으면 확장판을 만들어서 이병헌 류승룡씨가 영화에서 다 보여주지 못한 모습을 담겠다.
이병헌 공약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럴 때마다 사실 애매하다. 곧 외국으로 촬영을 가야 하니 말이다. 만약 내가 출국하기 전에 천만이 넘으면 어떤 형태로든, 어디가 됐든 우리 배우들이 영화 속 분장 그대로를 입고 팬들을 직접 만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그때, 조 내관을 연기한 장광이 뒤 늦게 합류한다. 류승룡이 장광의 이마에 키스를 하며 반기자, 여기저기에서 환호소리가 쏟아진다. 장광은 지각한 벌로 노래 ‘웨딩드레스’를 한 소절 불렀다. 그런 장광을 자신의 핸드폰으로 기념 촬영하는 류승룡으로 인해 다시금 객석에서 웃음이 흘러넘친다.
류승룡 장광 선생님의 방광이 힘드시답니다.
좌 중 (애정 섞인 야유)
류승룡 (썰렁한 유머를 인정하며 고개를 푹 숙인다)
류시현 잠시 애도의 뜻을 전하겠다.(일동 웃음) 장광 선생님은 부산을 와서 많은 팬들을 만난 기분이 어떤가.
장 광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게, 실감이 안 된다. 다른 사람이 앉아 있는 것 같다. 내가 출연한 영화가 두 개 개봉했는데, 두 작품 모두 큰 사랑을 받았다. 사랑 받는 작품에 출연한 한 사람으로서 행복하다.
류시현 집에서 밥상에 오르는 반찬이 달라지지 않았나?
장 광 그건 모르겠으나, 집사람이 예전보다 고분고분해 진 것만은 확실하다.(웃음)
류시현 관객 질문을 하나 더 받겠다.
관객 4 이병헌과 류승룡이 싱글이라고 가정하고, 감독님에게 여동생이 있다면 둘 줄 누구를 소개 해 주고 싶나. 그 이유도 부탁한다.
류시현 두 분만 해야 하나? 우리 장광 선생님은?
장 광 나는 내관이라 잘린 모양이다.
좌 중 으하하하하
추창민 둘 중에 한명이라. 아무래도 병헌씨가 낫지.
류승룡 (벌떡 일어나며 항의)
이병헌 (승리의 브이)
추창민 생긴 것도 그렇고, 재산도 병헌씨가 많잖나.(웃음)
질문을 한 관객 네 사람에게 무대에 올라 배우들과 포옹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이병헌은 한 여성팬을 안아 들었고, 이에 질세라 류승룡은 다른 여성팬의 이마에 키스를 했다. 또 다른 여성팬을 장관의 품에 편안하게 안겼으며, 남성 팬은 추창민 감독과 의형제처럼 얼싸 안았다. 이들은 배우들과 ‘셀카’를 찍으며 추억을 만들었다.
장 광 오늘 늦어서 정말 죄송하다. 그리고 화장실 가는 걸 오래도록 잘 참고 있다.(웃음) <광해>를 사랑해 줘서 정말 감사하고, 부산이 계속 발전해서 세계 유명한 도시가 됐으면 좋겠다.
류승룡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줘서 정말 감사하다. 그리고 우리 영화만 사랑하지 말고, 굿 다운로드!(류승룡은 ‘굿 다운로더’ 캠페인 스타 서포터즈다)
이병헌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천만이 넘어가면 좋겠다. 하지만 지금 이 경이로운 숫자만으로도 정말 행복하다. <광해>를 사랑해줘서 고맙다.
추창민 모두들, 좋은 밤 되길!
2012년 10월 8일 월요일 | 부산취재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2012년 10월 8일 월요일 | 부산취재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