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마디
조여정의 노출수위는 <방자전> 보다 뜨겁다. 하지만 <후궁 : 제왕의 첩>은 에로틱함이 전부가 아니다. 베드신보다 이목을 끄는 건 권력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이야기다. 권력계승을 존속하기 위해 궁궐을 피로 물들이는 그들의 모습은 잔혹하다.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든 궁이란 늪에 빠져 살기 위해 서로를 파국으로 이끄는 주인공들은 영화의 동력. 베드신 또한 영화의 흐름에 적절히 배합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낸다. 다만 애욕과 광기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관계도가 너무 확장됐다. 주인공들을 비롯해 주변 인물들까지 세세하게 담은 영화는 긴장감이 떨어진다. 극을 이끄는 세 인물의 관계도에 좀 더 집중하는 연출력이 아쉽다.
(무비스트 김한규 기자)
<방자전>에서 파격노출을 선보였던 조여정은 또다시 파격노출을 예고한 <후궁 : 제왕의 첩>을 왜 선택했을까. 젊은 여배우가 연속으로 노출이 센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게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다. 이에 조여정은 "영화를 보면, 그 답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 바 있다. 그리고 영화를 통해 그 말의 의미를 깨닫게 했다. 강도 높은 노출이 있음에도 야하다기 보다 그 상황에 맞는 감정이 가득하다. 또 후궁과 왕위에 오른 성원대군 그리고 대비(박지영) 등 궁내 권력에 따라 움직이는 암투가 숨 막히게 펼쳐진다. 금옥(조은지), 약방내시(박철민), 내시감(이경영) 등 주변 인물들도 권력이 이동에 따라 삶과 운명의 갈림길을 넘나든다. 쉼 없이 몰아치는 감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옥죈다. 화려하고 세련된 궁궐 안에서 이들이 나누는 사랑은 너무나도 서글프며, 권력의 공포감은 너무나도 무섭다.
(노컷뉴스 황성운 기자)
이 시대의 화두는 단연코 ‘욕망’인 것인가.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화차>에 이어 <후궁: 제왕의 첩>까지 보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든다.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더 잘 살아남기 위해 비극으로 치닫는 인물들의 이야기라는 점이 세 영화를 비슷한 선상에서 바라보게 만든다. “지금 이 시대를 은유하기 위한 상상력을 끌어온 이야기”라는 김대승 감독의 말처럼 <후궁: 제왕의 첩>은 욕망이 꿈틀대는 궁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통해 욕심과 오해로 어긋난 관계를 맺어가는 인물들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그 욕망들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은 두 시간이 조금 넘는 영화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다. 다만 함축적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전개와 감정이입하기 어려운 캐릭터들에 관객들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생긴다. 욕망이 만들어내는 지옥도는 흥미롭지만 그 욕망의 근원에 대해서는 의아함이 남는다.
(경제투데이 장병호 기자)
2012년 5월 22일 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