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공공의 적] 1편의 꼴통 형사 강철중은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풍부한 캐릭터 중의 하나였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동안 한국 영화의 캐릭터가 상당히 전형적인 면이 강조되어 왔는데, 이를테면, 경찰이나 사법기관 종사자들은 모두 정의롭고, 깨끗하다거나.
그런 전형성을 대중적으로 가장 먼저 깬 것 역시 강우석 감독의 [투캅스]일 것이다.
이처럼 강우석 감독은 배역의 전형성을 깨는 데 앞장서 온 감독인데, 최근작인 [한반도]에선 그 점에서 오히려 후퇴하는 것 같아 좀 안타깝다.
어쨌든, 강철중 형사는 적당히 부패하면서도 적당히 정의로운 참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캐릭터였다.
그런 강철중 형사가 검사가 되면서 확실히 그 풍부한 캐릭터의 50%는 삭감되었고, 또 그 만큼 영화의 재미도 반감되었다.
경찰을 묘사하는 것보다 검찰을 묘사하는 게 더 부담이 됐기 때문일까? 아니면 검사는 경찰보다 정의롭다는 강 감독의 편견 때문일까?
스토리 차원에서도 상황을 설명하는, 그리고 정의를 설파하려는 강 감독의 강박관념 때문인지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이런 장면 늘이기가 비디오 판매에 따른 이익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후 한반도를 보니, 관객을 상대로 설교해야 된다는 강한 의지의 반영인 것 같다.)
중간 중간 질질 끄는 스토리 전개로 상영시간이 전체적으로 너무 길어져 상당히 지루하게 진행됐다.
영화를 다 보고 느낀 감정은 두 가지,
역시 전편을 능가하는 후편을 본다는 것은 힘들다는 것이고 세련된 검찰청 홍보 영화를 본 듯 하다는 것 (그래서 개봉 당시 이 영화 포스터가 검찰청 내 여기저기에 부착되어 있었다고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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