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간도2…홍콩영화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다…
우빈협객
홍콩영화의 특징은 하나의 흐름을 탄다는 것이다. 헐리우드내에서도 하나의 유행성 장르가 있긴 하지만 홍콩영화처럼 짧은 시기에 한 장르가 일방적으로 쏟아지는 편식성 상황은 아닌 것이다. 홍콩영화가 국내에 처음 수입된 것은 호금전 감독의 방랑의 결투라 하는데 당시부터 60년대의 홍콩 무협물, 70년대의 이소룡영화, 70년 후반부터 80년대까지 성룡식 코믹액션영화, 그리고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홍콩 느와르, 또한 동방불패를 필두로 9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신무협물 등, 홍콩영화는 이른바 시기적 장르의 폭식성은 하나의 반복된 형식이었다. 그러나 홍콩의 중국반환 후, 홍콩영화는 쇄락의 길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부터 홍콩영화는 새로운 장르를 찾아내기 보다 이전, 홍콩전성기때의 기존장르의 업그레이드를 통한 반복적인 도전을 해왔다. 그러나 그러한 도전들도 큰 반향들을 일으키지 못한 채, 단발성 영화에 불과했다. 이전 장르의 유행성을 노린 홍콩영화제작방식은 더 이상, 국내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그러나 홍콩영화는 죽지 않았다. 비록 예전처럼 다량의 물량공세는 아니지만 간혹 흥행작들이 하나 둘,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먼저 홍콩영화의 큰 형님, 성룡은 예전만큼 열광적이지 않지만 현재도 꾸준히 그의 영화가 개봉되고 있으며 그의 골수팬들은 변함없는 사랑을 보내주고 있고 영웅본색의 주윤발 역시, 와호장룡을 통해 그의 카리스마와 건재함을 보여주었다. 또한 황비홍의 이연걸 역시, 헐리우드와 프랑스, 중국본토를 넘나들며 작품활동을 연계함과 동시에 얼마전 영화, 영웅을 통해 자신의 무술실력이 전혀 녹슬지 않았음을 나타내었다. 그러나 그들 모두 홍콩산 배우이지만 그들이 출연한 것은 홍콩영화가 아니었다. 대부분 헐리우드 자본에 기댄 다국적 영화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필자가 홍콩영화가 죽지 않았다고 한 연유는 어디에서 기댄 것일까? 그것은 지금부터 소개할 작품에서 출발한다.
작년 말, 홍콩영화계는 자국에서 만든 어떤 영화로 말미암아 일시에 센세이션할 반응을 가져왔다. 이 영화는 다름아닌 무간도였다. 일찍이 홍콩영화 전성기 무렵, 외국영화가 자국의 박스오피스를 점령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현재상황은 다르다. 홍콩시민조차 자국영화를 외면하고 헐리우드 영화에 열광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무간도의 출연과 폭발적인 흥행은 가의 충격적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영화가 성공했던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풍운, 중화영웅의 감독, 유위강인가? 아님, 유덕화, 양조위의 스타성인가? 이 두 측면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필자가 보기엔 이 영화흥행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여기에 있다. 그것은 탄탄한 스토리에서 기인한 것이다. 일반적인 홍콩영화의 특징은 비주얼은 화려하지만 드라마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다시, 구체적으로 말해, 이 드라마 안에 구성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간 홍콩영화가 보여준 것은 여러 얘기를 내놓고 마지막에 가서 이리저리 급하게 수습하는 드라마적 구성의 헛점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런 결과는 배우들의 다작출연, 앞서 얘기한 시기적 유행적 작품으로써 살아남기 위한 스피드한 제작형태에서 말미암은 것이다. 그러나 무간도는 달랐다. 몇 년간 시나리오를 작업하는 등, 오랜 시간 프리 프러덕션 단계를 거쳐 제작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이로 인해 전무후무한 무간도만의 드라마적 탄탄함이 빛을 발한 것이다. 이점에 홍콩인들은 새로운 자국영화를 보게되었고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던 것이다. 동시에 홍콩 뿐 아니라 세계안에서도 무간도만큼은 엄지손가락을 높이 쳐들었던 것이다. 이 시점에서 무간도의 시리즈화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거라 여겨진다. 그러나 무간도시리즈는 다시금 새롭고 과감한 도박을 시작한다.
후속편의 개념은 이른바 전편의 성공을 등에 업고 제작하는 방식이다. 최근 헐리우드에서 성공하고 있는 시리즈물은 전편보다 스케일은 더 크게, 액션은 더 세게 나가는 추세인데 반해, 무간도 시리즈는 의외로 역방향으로 나가는 방식을 취한다. 그것은 전편의 과거로의 희귀를 통해 전편의 내용을 보충하는 동시에 전체 무간도시리즈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또한 전편의 화려한 캐스팅을 완전 배제하며 철저히 무간도라는 브랜드네임만으로 밀어부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매우 위험한 도박이 아닐 수 없다. 홍콩영화라 하면 철저히 배우위주의 제작과 흥행방식으로 일관했거늘, 어찌 흥행적으로 이러한 잔인무도한 접근방법을 적용했을까?…
무간도2를 보고나면 이러한 다분히 위험스런 시도에 따른 불안감은 기우였다는 것을 알게된다. 무간도시리즈는 앞서 밝힌 바, 배우위주의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의 힘이 강한 작품이다. 드라마적 장점을 최대한 극점으로 쏘아올린 작품이 이 무간도의 후속편이었던 것이다. 감독은 이러한 장점을 믿고 유덕화, 양조위를 제외한 채, 무간도라는 브랜드네임만으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여긴 것이다. 무간도란 영화는 유덕화, 양조위의 영화가 아니라 무간도 자체이기 때문인 것이다. 여기서 앞으로 홍콩영화가 나아가야 할 개념이 정리된다. 이것은 배우, 장르의 시기적 요청이 아니라 드라마적 힘인 것이다. 앞으로 홍콩영화는 드라마가 강한 작품들이 출현해야 살아남을 것으로 필자는 강력하게 주장한다.
무간도2에 들어가보자. 이 영화 안에는 일정한 한 주연배우가 스토리 전체를 이끌지 않고 다양한 인물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여러 가지 사건을 맞이한다. 이러한 관계들이 무간도2만으로 끝나지 않고 전편과 연계되면서 더욱 복잡하고 치밀한 드라마적 구성이 배치된다. 전편의 두 주인공, 유건명과 진영인의 과거, 유건명이 왜 경찰이 되어야 했으며 메리를 사랑했던 이유, 진영인 역시, 왜 경찰이 되어야 했으며, 다시 왜 조직 스파이가 되어야만 했던 이유, 또한 황국장이 그토록 사건에 집착하는지, 그리고 한침이 보스가 된 연유와 한침과 황국장과의 새로운 관계 등, 이 모든 궁금증은 무간도2를 통해 드러난다. 2편을 보노라면 오히려 무간도 전편이 너무나 단조로운 스토리가 아니었던가라는 의구심까지 들 정도다. 덧붙여 전편은 약간의 비주얼한 화면전개를 통해 홍콩 특유의 상업적 계산을 첨부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2편은 화려한 영상을 완전 배제하고 철저히 드라마적 정공법만으로 승부를 걸었다. 이러한 정공법은 무간도시리즈만의 새로운 스타일을 표현한 것이며 나아가 홍콩영화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측면 역시, 고려한 것으로 보여진다.
무간도2는 개봉과 동시에 전편의 흥행기록을 뛰어넘었으며 홍콩영화역사상, 최고의 오프닝 기록을 갈아치웠다. 일단 감독의 위험천만한 승부수는 성공적이었으며 그리고 또한 감독에게는 3편이 있다. 3편은 일단 유덕화, 양조위 이외에 여명까지 가세하면서 화려한 캐스팅만으로 현재 홍콩영화계의 화제의 초점이다. 그러나 아직은 모를 일이다. 지금까지 화려한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홍콩영화산 후속편이 줄지어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다시 그러나…무간도는 그러한 통념에 그리 구애받지 않을 것이라 보인다…시리즈물의 기존의 관습을 부순 무간도만의 고집스런 새로운 시도는 또 다른 홍콩영화 속편공식만의 흥행법칙을 또 한번 제거 시키며 다시금 무리 없이 성공을 거둘 것으로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홍콩영화는 아직 죽지 않았다. 다만 잠자고 있는 것이다. 현재 홍콩무협액션이 헐리우드영화의 단골장르가 되었듯이 현 무간도를 위시한 홍콩영화 역시, 또 한번 세계를 아우를 날도 멀지 않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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