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 박은영 기자]
익숙한 듯 낯선 김성훈 감독. 그는 <공조>를 연출하면서 소재에서 또, 구조적으로 ‘뻔하다’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에 뻔함을 희석하려 노력했다. 유기적인 액션 가운데 감정을 전달한 현빈과 페이소스 있는 웃음을 선사하고자 노력한 유해진, 그리고 전형적이지 않은 촉촉한 눈동자의 악역을 연기한 김주혁까지. 김성훈 감독은 자신과 스태프들 그리고 배우들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공조’ 했기에 <공조>가 완성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를 통해 다름에 대한 극복을 보여줬던 데뷔작 <마이 리틀 히어로>(2103), 그리고 남북한 형사 간에 믿음을 쌓아가는 <공조>로 그는 꾸준히 소통과 희망을 전달하고 있다. 영화의 강요하지 않는 은은한 은유가 좋다는 김성훈 감독, 그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현재 진행형이다.
(해당 인터뷰는 <공조>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공조> 제작 소식을 듣고 참 힘든 소재를 택했다고 생각했다. 시기적으로 남북한 관계가 냉각기이고 솔직히 흥할 소재는 아니지 않나.
남북 관계는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다. 궁극적으로 좋아져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현재의 관계가 어떤지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남북의 확실한 차이가 있는데 그 조건 속에서 어떻게 한 팀이 되어가는 것을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 단, 체제나 이념의 차이를 중심으로 영화를 엮어나간다면 그건 이전의 영화들과 차별화되지 않기에, 오히려 그런 면은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그들의 ‘다름’에 초점을 맞추려 했다. 너무 다름에도 자기가 직접 겪은 상대방을 어떻게 믿게 되는지 그 과정이 중요했다.
<공조>를 통해 궁극적으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뻔할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소통에 관한 이야길 하고 싶었다. 그런 면에서 남북 관계는 좋은 배경이 되겠다 싶더라.
전작 <마이 리틀 히어로>(2013)에서는 다문화 가정 아이가 등장한다. 이번 <공조>는 남북한 이야기다. 어떻게 보면 비주류라 할 수 있는 소재인데, 관심이 많은 거 같다.
나는 큰 것을 바꾸기 위해선 작은 것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큰 차이를 통해서 차이에 관해 이야기 하고, 그 후 우리 안에 있는 작은 차이를 극복한다면 결론적으로 큰 것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작은 게 해결 돼야 큰 게 해결될 수 있지, 큰 차이부터 극복할 수는 없다고 본다. 그렇기에 소위 ‘비주류’라는 것에 관심이 많다.
평소 지론이 ‘작은 거부터 해결해 나가자’ 인가.
우리 사회가 좋아지려면 개인이 좋아져야 한다. 사회가 통합이 되려면 나와 내 이웃, 내 친구들 등 이렇게 나 아는 사람부터 하나가 되야 한다. 그걸 위한 물꼬가 뭘까 생각하다보니 이른바 비주류 문화에 관심이 가게 되더라. 다름에 대한 이야기에서 내가 집중하는 건 강자가 약자를 안아주는, 혹은 조금 더 가진 사람이 덜 가진 사람을 위해주는 게 아니다.
집중하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마이 리틀 히어로>는 다문화 가정 아이의 성공기이기도 하지만 ‘유일한’(김래원 분)감독이 얻게 된 속박에서의 해방감은 인생에 무엇보다도 큰 선물이라 생각한다. 그거 하나만으로도 새롭게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다. 이번 <공조>에서도 ‘진태’(유해진 분)와 ‘철령’(현빈 분)이 한 팀이 되어 ‘차기성’(김주혁 분)을 잡는데 있어 ‘철령’이 물리적으로 90% 이상 기여한다. 중요한 건 90이든 99든 결국은 100이 아니라는 거다. 1이든 10이든 그 사람이 얼마나 최선을 다해서 함께 100을 만드냐가 중요한 거다. 그렇게 진심을 다해서 함께 한다면 그 둘의 지분은 50대 50이 되는 거지.
그 둘은(진태와 철령) 서로 전화를 도청한다. 그렇게 처음에는 상대를 믿지 못하지만 결국에는 서로에 대한 믿음을 키워나간다. 영화 속에서 이념적, 사회 체제적인 문제는 대중들이 이미 잘 알기에 상상에 맡겼다. 액션 오락물 속에서도 뭔가 이야기의 틀이 있어야 했기에 ‘믿음’을 쌓아나가는 과정을 선택했고, 거기에 집중했다. 강자가 약자에 대한 일방적 시혜가 아니라 기여의 크기가 다르더라고 둘이 함께 뜻을 모았다는 거 자체가 중요하다고 본다.
<공조>에 대해 너무 뻔하다는 평도 있다.
그럴 수 있다. 영화를 보는 시각은 다 제각기인데 어떻게 하나의 평만 있을 수 있겠나.
영화에 대한 혹평이 있지만, 현빈의 액션 연기와 유해진이 입담 연기에 대한 칭찬은 예외가 없다. 두 배우를 캐스팅하게 된 계기는.
<공조>의 시작은 <북한 형사>라는 시나리오였는데, 그 시나리오는 장르 특성이 더 뚜렷하고 <공조>보다 더 무거운 분위기였다. 그 틀을 벗어내고 내 스타일의 유머와 액션을 섞는다면 재미있을 거 같았는데 그 전제 조건이 현빈이었다. 1년 정도 각색을 했는데 믿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현빈이 캐스팅 안되면 우리 접자’ 할 정도였다.(웃음)
직접 각색한 건가.
황조윤 작가( <광해, 왕이 된 남자>, <올드 보이> 각색)와 함께 했다. 우리끼리 말하길 작업하며 시간을 들였으니 아깝긴 하나 현빈이 안 잡히면 엎을 수도 있겠다 했다. 다행히 여러 가지 우여곡절 끝에 현빈이 캐스팅됐다. 진태역(유해진 분)은 사실 가능한 배우가 몇 명 없었다. 다행히 그(유해진)의 반응이 좋더라. 그를 생각하고 써서 그 점이 영향을 미쳤는지 모르겠지만 순조롭게 캐스팅 할 수 있었다.
고생하긴 했는데 촬영 감독과 나 그리고 배우들 모두가 지향하는 점이 같았다. 지향한다는 게 꼭 도달해야 한다든지, 기록을 갱신한다가 아니라 얼마만큼 목표점에 가까워지냐는 거였다.
구체적인 지향점은.
액션이라면 액션이 갖고 있는 컨셉을 얼마나 유기적으로 잘 보여줄 것인가. 또, 코믹이라면 일반적인 서사에서 단순히 가볍지 않은, 페이소스 있는 유머를 어떻게 유해진 스타일로 소화시킬 것인가 등이다. 한마디로 작정하고 웃기는 우스운 사람이 되지 말자였다. 현빈의 경우는 대사가 별로 없지 않나. 심지어 나는 그를 벙어리라 부르기도 했다.(웃음) 그가 말 없는 가운데서도 감정을 전달하고 액션을 통해 ‘철령’이라는 인물이 가진 목표를 향한 열정을 드러내고자 했다. ‘차기성’ 같은 경우 확신범이든 나쁜 놈이든 확고하게 그가 추구하는 게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런 모든 게 공조를 이루면서 하나의 작품이 된 거다. 또, 중요한 건 속도감을 잃지 않으려 했다.
김주혁의 생생한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김주혁, 현빈, 유해진 세 명의 구도가 좋더라.
이 영화를 기획하면서 관습적으로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이 ‘뻔하다’라는 평은 받아들여야 했다. 하지만 부분부분을 어떻게 조금이라도 덜 뻔하게 만들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액션에 집중했고, 또 ‘차기성’이라는 악역을 만들었다. 그 역을 정말 악역일 거 같은 사람이 연기하지 않길 바랬다. 김주혁의 투명한 갈색 눈, 그 눈을 통해 강함을 뛰어넘은, 약간 똘기있는 불안함을 보여주고 싶었기에 그 눈빛을 일부러 살리건 있다.
역시, 괜히 그렇게 느껴진 게 아니었다!(웃음) 임윤아의 코믹 연기도 좋더라.
나름 잘 살린 거 같다.(웃음) 임윤아가 아주 똑똑한 배우더라. 그녀는 이해와 섭취가 빠르다. 나는 배우들이라는 큰 선물을 받고 시작한 거다.
임윤아도 당신이 요청해서 캐스팅한 건가.
그렇진 않고 요청이 들어왔다. 작은 역할이라 솔직히 처음에는 ‘뭐지?’ 였다. 궁금해서 만나보니 그녀의 연기에 대한 열정과 욕심이 느껴지더라.
현빈은 짜증나는 사람.(웃음) 그가 가지고 있는 큰 장점은 듬직함과 생각의 건강함이다. 그러다 보니 책임감이 강하고 도망가는 법이 없다. 생각이 건강하니 이해심이 많고 배려심도 크다. 배우들이 섬세하고 소심한 면이 있는데 그는 그런 면이 없더라.
유해진 선배는 20년 이상 연기를 했고 그러다 보면 정말 쉴 법도 한데 진짜 한결 같이 노력을 한다. 선배가 <택시 드라이버> 들어 간다고 해서 내가 “잘 됐네요” 하니, 그가 “작은 역이야” 이러더라. 그럼 왜 했냐고 물으니 “(송)강호형과 한번 작업하고 싶었어” 이러는 거다! 아직도 연기가 너무 재밌고 욕심난다는 거지. 촬영장에서 농담도 잘하고 분위기 메이커지만, 어느 순간 보면 대본 보고 있다. 그가 이렇게 잘 된 거는 너무 당연한 거다.
김주혁 형은 역할의 크고 작음에 개의치 않고, 호기심과 도전의식이 크다. 그리고 배려심의 끝판왕이다. 예민하고 소심한데도 그 성격이 안 보일 정도로 상대를 배려한다.(웃음)
결말이 해피엔딩이다. 그렇기에 한편으론 심심하기도 하다.
‘철령’이 혼자서 ‘차기성’을 처리했다면 아마 더 잔인하게 처리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진태’의 가족을 보며 살아간다는 거에 다시 생각하게 되고, 죽은 부인이 그립지만 그녀를 떠나 보낼 수 있었을 거다. 그래서 ‘차기성’을 죽이고 나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나지 않았을까. ‘차기성’의 행동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기에 어떻게 보면 피해자일지 모른다. 나는 ‘나쁜 놈은 죽어야 된다’식의 무조건적인 표현은 하고 싶지 않았다. 하나의 현상이 일어나는데 있어 반드시 ‘흑과백’ 이런 논리로 접근하고 싶지 않더라. ‘철령’ 입장에서는 동판을 가져가든가 없애야 하는 처지다. 그는 진태에게 가져가라고 한다. 51%는 안 가져 갈 거라고, 49%는 가져가더라도 기꺼이 선물로 주겠다는 마음이다. 동판을 되찾는데 ‘진태’가 아까 말했듯이 많은 역할을 하진 않지만 그가 없었으면 이룰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진태’는 망설임 없이 던져버리지 않나. 그는 철형의 마음을 알기에 가장 좋은 처리를 한 거지.
혹시 철형이 남한에 잔류하는 건 고려해보지 않았는지.
그건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진태가 나 북으로 데려가라 하는 건 100% 농담이다. 본질을 거부하거나 바꾸게 되는 건 또 다른 얘기다. 그들이 그만큼의 설득을 할 수 있는 관계는 아니고 ‘철령’이 그렇게 쉽게 본질이 바뀔 수 있는 인물도 아니다. 난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받아들이는 소통이 좋다. 상대 그 자체를 인정하는 거 말이다.
93학번인데 그때가 벤처가 붐인 시기였다. 디자인 전공을 하고 디자인 회사에서 일을 했었다. 전람회 콘서트에서 틀어주는 영상을 작업해 주기도 했다. 전람회는 제일 친한 고등학교 친구 중 하나다. 그러면서 내가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결국에는 본격적으로 공부해보고 싶어서 미국에 갔다. 미국에서 영화 감독으로 데뷔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제일 빠른 방법이 광고 감독이 되는 거다. 우연히 좋은 기회로 광고를 찍게 됐고, 그러던 중 미국에 와서 작업하는 한국 스탭들과 만나게 됐다. 한 번 해보자 해서 한국에 돌아오게 됐다. 그냥 해 본 말일지도 모르지만.(웃음)
언제 돌아왔나.
아마 2007년 정도 일거다. 그 당시 함께 팀을 짜서 준비했던 작업이 한 번 엎어졌고, 그 멤버 중 한 명이 <마이 리틀 히어로>의 대본을 담당했다. 다른 필모가 없는 이유는 내가 단독으로 집필한 각본이 아니면 크레딧에 내 이름을 넣지 않아서다. 예전 팀원들과 회사를 함께 세워 중국 작품을 몇 작품 만들었고, <살인자의 기억법>(2016)이라는 한국 드라마도 했다. 그런데 막상 내가 연출할영화 시나리오는 구상하기 힘들더라. 그러다가 JK 필름에서 <공조> 제의가 들어왔다. 그래서 신나는 거 하자, 내가 원래 성격도 밝은데 이러면서 준비를 해서 한 2년 3개월 정도 소요됐다.
최근 상영한 <터널>의 김성훈 감독과 동명이라 관객들이 <공조>의 김성훈 감독에 대해 궁금해 할 듯 해서 그간 이력을 자세히 물어봤다. 그럼 좀 본질적인 질문을 하겠다. 영화의 어떤 점에 매료되었나.
나는 직접적인 것에 반항심이 많다. 영화는 은유이지 않나. 그 은은한 은유가 좋다. 내가 무언가를 빠르게 습득하고 싶다면 강의를 듣거나 책을 읽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일 거다. 성격적으로 조금, 내가 성격이 나빠서인지(웃음), ‘왜’라는 질문이 많다. 영화는 강요하지 않고 마음에 와 닿는 게 좋더라. 아까 말했듯 조금 더 나아지려면 결과적으로 소통이 필요한데, 나한테는 영화의 화법이 가장 좋은 소통의 방식이더라. 그게 아마 영화를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은 가장 큰 이유일 거다.
영화가 알게 모르게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 다는 것에 공감한다.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가치는.
희망. 이 희망이란 게 갑자기 나아질 거라는 게 아니라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말한다. 희망과 기대는 실질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언급하기 조심스럽기도 하다. 내가 아주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어릴 때보다 더 행복해졌냐는 미지수다. 기술이 발달하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말이다. 늘 무언가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있는데 그게 어느 한계에 도달하면 절망이 된다는 것을 봐왔다. 그래서 좀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희망을 얘기하고 싶다. 당장 내일 세울 수 있고 바라볼 수 있는, 닿을 수 있는 곳에 희망을 세우고 싶다. <공조>에서도 체제는 다르지만 ‘철령’이 자신이 본 것을 주체적으로 판단하지 않나. 나는 그게 중요하다고 본다. <마이 리틀 히어로>도 어설프긴 했으나 같은 맥락이다. 내가 진정 원하는 가치를 추구할 때 실패와 성공이 중요하지, 내게 중요한지 아닌지도 모르는 목표에 대한 실패는 모든 것을 잃는 거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
<공조>가 <더 킹>과 동시에 개봉하기에 신경을 안 쓸 수가 없겠다. 혹시 <더 킹>을 봤는지.
아직 개봉을 안 해서. 지금 가장 보고 싶은 영화가 <더 킹>이다. (웃음)
<공조>와 <더 킹>, 그리고 이미 개봉하여 흥행 중인 <마스터>까지 남성 중심의 오락 액션물이다. <공조>만의 차별점은.
즐거움이다. 좀 내려놓을 필요도 있지 않겠나. 우리가 잠을 자야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듯이 휴식이 필요하다. 내 스스로도 그런 의미로 만들었기에 그 부분에서만은 자신이 있다. <공조>를 하면서 신경쓰고 많이 힘들었지만 막상 끝내고나니 아주 상쾌한 기분이 된 거다. 이 영화가 그런 작용을 못한다면 할말이 없지만.(웃음) 영화의 미덕이 뭐냐고 묻는다면 너무 예민하고 지친 사람들에게 잠깐의 휴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2시간의 꿀 휴식인가.(웃음) .
<공조>는 안보 등 큰 아젠다보다 그냥 인간적인 얘기를 들려준다. 배우들이 신나게 뛰어 노는걸 보며 관객들이 에너지를 얻었으면 좋겠다. 피곤한 현실에 잠시라도 피곤함을 내려 놓을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만들었다. 영화의 정서적, 문화적, 사회적 기능도 중요하지만 또 이런 오락적 기능도 중요한 거 아닌가.
너무 앞선 질문일지 모르겠지만 다음 작품은 어떤 톤일지 궁금하다.
다음 작품은 사극인데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톤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가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에 대한 내 목소리를 좀 더 크게 내려고 계획 중이다. 사극이라 제작 사이즈가 커서 걱정되는 점이 많지만 꼭 하고 싶은 얘기라 도전하려 한다. 이번에는 좀 빨리, 여름쯤에 시작할 계획이다.
어제 핸드폰을 보고 있는데 현빈이 와서 묻더라. 예매율 보고 있냐고, 그래서 내가 안 본다고 대답했다. 그가 말하길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했고, BP(손익분기점)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이가 얼마나 많은가가 중요한 거다”라고 하는데 그 말에 바로 수긍이 가더라.
이미 뚜껑은 열렸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지 않나. 겸허히 결과를 받아들이려 한다. JK필름에 참 고마운 게 별로 간섭도 하지 않고 믿고 전권을 맡겨준 거다.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나름 열심히 일한 덕분에 <마이 리틀 히어로> 이후 <공조>를 할 수 있었다.(웃음) 여기까지 나를 도와준 많은 분들한테 참 감사하다. 열심히 하다보니 도와주는 사람들이 생기더라. 이번 작업에서 느낀 나 자신의 아쉬운 점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덜 아쉬운, 덜 후회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자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아쉬운 점은.
다른 게 아니라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를 만들려하다보니까 각각의 흐름을 어떻게 넘기느냐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촬영, 앵글이나 후반 편집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너무 허술하다는 평이 있더라. 그분들까지 만족할 수 있도록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건 내 역량의 한계일 거다. 그러한 지적들을 취향의 탓으로 돌리면 나 자신의 발전이 없겠더라. 편집과 연출은 내가 앞으로 보다 더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인물에 집중하고자 주변의 작은 것들을 과감히 버렸는데 좀 더 디테일하게 담아내지 못한 점도 아쉽다.
감독님과 인터뷰할 때 꼭 하는 질문이다. 인상 깊게 본 영화는.
최근으로 한정하면 <로스트 인 더스트>와 <카페 소사이어티>다.
<로스트 인 더스트>를 보면 지금 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는지 알게 된다. 텍사스 주민들의 상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현실의 정치적 현상을 이해하게 해준다. 또 <카페 소사이어티>는 그들이 이야기하는 아이러니가 좋았다. 두 남녀가 다리를 건너지 않는 장면이 있다. 함께 있는 거 자체가 나쁜 건데 공개적으로 나쁜 게 싫어서 다리를 건너지 않는 위선! 그 묘미가 좋더라.
최근 기쁜 일이 있다면.
진짜 속 마음을 얘기하면 너무 정치적으로 흐를 듯 해서. 음, 어제 했던 쇼케이스가 좋았다. 함께 영화보고 이야기 하는데 많이 좋아해 주시더라. 그 긍정 에너지를 온 몸으로 받아서 기쁘다.
2017년 1월 25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young@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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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박광희 실장(ULTRA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