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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라는 길을 좇다 <추노> 김지석
2010년 3월 8일 월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얼마 전에 드라마 <개인의 취향> 캐스팅 소식을 들었다. 손예진씨를 두고 이민호씨랑 라이벌 관계를 이룬다고.
외모, 학벌, 재력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한창렬’을 연기한다. 사실 내가 한 번에 하나 밖에 못하는 성격인데, <추노>랑 <개인의 취향>이 겹쳐서 조금 힘들다. 창렬이만 신경 쓰자니 <추노>의 왕손이가 걸리고, 왕손이만 하자니 창렬이가 조금 불안하고. 한창렬은 왕손이와 달리 조금 싸가지가 없는 캐릭터다. 굳이 선과 악을 따지자면 악 쪽인데, 그렇다고 나쁜 놈은 아니다. 이민호씨를 괴롭히고 긴장감을 불어 넣는 캐릭터지. 그리고 완벽해 보이는 사람인데, 여자들이랑 엮이면서 망가질 때가 있다. 전혀 안 그럴 것 같은 사람이 망가지면 웃기지 않나. 그래서 약간 코믹한 면도 보여주게 될 것 같다.

그런 캐릭터가 매력적이지 않나. 잘 잡으면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을 캐릭터다.
맞다. 그래서 기대 중이다.

<개인의 취향>이 이민호씨 차기작이라는 점에서도 기대가 큰 것 같더라.
겸손이 아니라, 그 점에서는 정말로 감사하고 있다. 다들 이민호씨 라이벌이라 부담되겠다고 하는데, 오히려 반대다. 이민호씨, 손예진씨가 이끌어 가는 중간 중간에 나는 치고 빠지기만 잘 하면 성공하는 거라 생각한다. 두 분에게 살짝 업혀가는 입장이라 나는 거기에서 내 것만 잘 뽑아먹으면 되는 거지. 약간 여우같을 수 있는데, 잃는 것 없고, 캐릭터 좋고. 게다가 두 분 덕분에 많은 사람이 봐 줄 드라마고. 개인적으로 얻는 게 많다고 생각하는 드라마다. 그래서 편하게 임하고 있다.

그렇다면 <추노>는 어떤 마음으로 임하는 건가?
<추노>는 캐릭터! 캐릭터의 매력이지. <추노>는 전체적인 극 흐름이 조금 무겁다. 그런데 내가 중간 중간 투입됨으로써 그 분위기를 가볍게 이완시켜 줄 수 있으니까 매력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또 그렇기에 더 돋보일 수 있는 캐릭터이기도 하고. 그리고 사실 밝은 캐릭터에 굉장히 목말라 있었다. <국가대표>때 소년 가장을 연기하면서 너무 우울하게 살았거든. 2년을 그렇게 사니까 풀어지고 싶더라.

그래서 <추노>하면서 마음이 많이 풀어졌나?
그렇다. 강한 장면이 많아서 처음에는 힘들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즐기더라고.(웃음) 또 기존 사극과 달리, 노비의 이야기인데 거기에다 왕손이는 상놈이라 연기하는데 더 수월하다. 촬영장에서 정말, 정신 줄을 놓고 연기하고 있다.

추노꾼 3인방을 보면, 양반가 외아들에서 추노꾼으로 전락한 대길(장혁)은 굉장히 복잡한 캐릭터다. 최장군(한정수)의 경우에도 대길이만큼은 아니지만 한마디로 단정 짓기 어려운 캐릭터고. 두 사람에 비해 왕손이는 가벼운 느낌이 없지 않다. 하지만 캐릭터를 잡을 때, 당신 내적으로는 왕손이에 대한 여러 가지 플랜이 짜여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가볍게 보이지만 그렇게 살게 된 그의 개인 사연들이 말이다.
있었다. 혼자만 생각한 거지만. 처음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 다른 사람들은 다 과거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나만 없는 거다. 그래서 작가님한테 “왕손이는 뭡니까?”했더니, “그냥 지석씨가 알아서 하세요.” 라고 하더라.(웃음) 그래서 혼자 그려봤는데, 왕손이는 혼자 저잣거리를 뒹굴면서 엄마 없이 자랐다고 생각 했다. 그래서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에 항상 여자들을 갈구한다고 설정했다. 왕손이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들을 스스로 납득하려고 노력했다.
<추노>는 대사만큼이나 몸의 움직임이 중요한 드라마 같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표현해야 하는 부분이 많은데, 배우로서 어떤가? 부담도 있겠지만 매력도 느껴질 텐데.
너무 매력적이다. 왕손이는 또 야마카시라고 해서 날아다니는 씬들이 많다. 내가 뛰는 걸 굉장히 좋아해서 그런지, 나랑 잘 맞아 떨어진다. 그리고 왕손이를 자세히 보면, 무술 할 때 소리를 낸다. “오~” “아오~”, “이야~” 이렇게 약간 이소룡처럼. 재밌다.

만약 왕손이 2010년의 인물이라면 그는 지금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 같나?
하하하. 흠…글쎄. 뭐가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왕손이가 현대 인물이라면,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상일 수 있겠다 싶었다. 워낙 밝아서.(웃음)
아, 그렇네. 1등 영업 사원 같은.(웃음) 왕손이는 정말 친화력이 좋다. 그리고 원하는 일에 있어서는 무대포로 밀고 나간다. 특히 여자 일에 있어서는.(웃음) 꼭 여자 일이 아니더라도 내가 뭔가를 팔아야 하거나 이득을 취해야 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데, 그게 또 밉지 않은 캐릭터다. 그래서 장사 같은 걸 하면 잘 하지 않을까 싶다.

굳이 따지자면, <추노>에서 왕손이는 쫓는 자다. 왕손이가 아닌, 김지석은 본인 인생에서도 누군가를 쫒아 본 적이 있나? 물론, 드라마의 쫓음과는 다른 의미에서. 예를 들어 그 쫓음이라는 게, 누군가에 대한 질투일수도 있고, 동경일 수도 있고.
연기자니까 아무래도 선배님들을 많이 좇았던 것 같다. 함께 작품 했던 차승원 선배, 한석규 선배, 하정우 선배를 보며 “내가 과연 이 분들처럼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차승원 선배님은 모델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누가 봐도 배우잖나. 이미지를 바꾸는 게 쉽지 않은데, 모델 차승원에서 배우 차승원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했다는 게, 너무 대단한 것 같다. 반대로 한석규 선배님은 오랜 시간 신비주의 이미지를 이어간다는 게 놀랍다. 그리고 정우형은 배우 하정우와 인간 김성훈(하정우 본명)이 너무 자유롭게 공존 하며 살고 있다. 연기 할 때는 정말 연기만. 그 외에는 자기의 삶이 너무나 자유롭다. 연애도 하고. 그러니까 공인이라고 어디 얽매이는 게 없는데, 그런 게 너무 부럽다. 그걸 보면서 나도 30대 때는 김보석(김지석 본명)과 김지석이 같이 공존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당신을 대중에게 많이 알린 일일극 <미우나 고우나>때는 대선배님들과 연기했는데, 그 때도 도움이 많이 됐겠다.
그렇지. 그때가 신인 때였다. 일일드라마 하면 많이 배우겠지 생각은 했는데, 피부로 느끼지는 못했었다. 그런데 대본 리딩을 하는 순간, 왜 배우들이 일일드라마에서 많이 배운다고 하는지 이유를 알겠더라. 나이 많은 선배님들과 1년간 함께했는데, 일부러 배우려 하지 않아도 그 분들의 장점이 자연스럽게 습득이 됐다. 다만 내가 연기한 강백호라는 캐릭터가 워낙 말이 많아서 대사 외우는 거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미우나 고우나>의 강백호는 밝고 건전한 엄친아였다. 그런 백호가 난봉꾼에다가 돈 밝히는 추노꾼으로 변신했다. 정반대다.
두 모습 모두 있는 것 같다. 돈 밝히고, 난봉꾼적인 그런 모습도 내 안에 내재 돼 있을 거다. 다만 적게 있는 걸 왕손이를 연기할 때는 극대화하는 거지. 왕손이를 연기하는 건 재밌는 경험이다. 특히 추노패에서는 내가 막내고, 허용 돼 있는 부분도 많아서 마음 놓고 놀 수 있는 것 같다.
<미우나 고우나>로 어머니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고, <국가대표>로 또래 친구들에게 사랑을 받았다면, 이번 <추노>로는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인기는 실감하나?
어머니들의 사랑은 <국가대표>때 느꼈다. 촬영을 지방에서 했는데, 식당 같은데 가면 정우형은 못 알아봐도, 나는 알아 봐 주시더라. 어찌나 자신감이 충만해 지던지.(웃음) 그래서 그 때는 모자도 안 쓰고 다녔다. 알아봐 달라고. 일일드라마의 힘을 그 때 느꼈다.

아마, 배우들이 어머니에게 할 수 있는 효도 중 하나가 아침 드라마나 일일 드라마에 출연하는 게 아닌가 싶다. 나가서 아들, 딸 자랑 하시라고.(웃음)
그러니까.(웃음) <미우나 고우나>는 정말 잘 한 것 같다.

일일극도 했고, 사극도 했고, 영화도 했고. 연기자로서 많은 걸 거쳤다.
주말극만 못해 본 것 같다. 천천히 주말극도 해야지. 그런데 이런 건 있었다. <미우나 고우나> 끝나고 <국가대표>에 들어갈 때, 기자 분들이나 감독님이나 관계자분들에게 본의 아니게 욕을 많이 먹었다. “너, 일일드라마로 이름 조금 알리니까 배우 병 걸려서 영화판으로 넘어가는구나!” 이런 식으로. 그런데 절대 아니었거든. 140회 분량 드라마를 1년간 찍었는데, 70회쯤 되니까 매너리즘도 아닌 것이, 뭔가 지친 느낌을 받았다. 시청률이 잘 나오기는 하는데, 열정은 없어지는 느낌이랄까. 틀에 박힌 연기를 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그래서 일일드라마가 끝나면 색다른 이미지로 길게 호흡할 수 있는 캐릭터를 하고 싶었다. 그 때 만난 게 <국가대표>의 칠구다. 그런데 또 <국가대표>가 잘 되고, <아빠는 여자를 좋아해>를 하고, 드라마 <추노>로 넘어오니까 그 때는 이런 말을 하더라. “<국가대표>도 잘 됐는데, 왜 주연도 아닌 조연을 하려고 하냐”고. 나는 주인공은 아니지만, <추노>의 통통 튀는 왕손이라는 캐릭터가 끌렸을 뿐인데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랑 드라마 따지고, 주연 조연 따지는 등 생각이 많다고 느꼈다. 나는 내가 끌리는 걸 했을 뿐인데.

그런데 어떻게, 좋아하는 걸 선택할 때마다 반응이 좋다.(웃음)
그러게. 그래서 고맙다(웃음).

<추노> 촬영은 1주일에 몇 번 있나?
그게 굉장히 랜덤이다. 내일 스케줄은 아는데, 내일 모레 스케줄이 어떻게 되는지는 알 수 없다. 전 배우가 항상 올 스탠바이다. 일정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인터뷰는 물론, 친구들하고 약속 잡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오늘 인터뷰는 개인적으로 고맙다. 어제 갑작스럽게 연락이 닿았는데, 이렇게 할 수 있어서 말이다.

인터뷰도 일이지 않나. 촬영 없을 때 쉬고도 싶을 텐데.
나는 인터뷰 하는 걸 좋아한다. 얘기하고, 소통하는 걸.

촬영 없을 때는 보통 뭐 하나?
거의 집에 있는 것 같다. 기록을 남기는 걸 좋아해서 일기도 쓰고, 요리도 해 먹고. 뭐, 심심하다 사실. 그런데 그 심심한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친구들 만날 때는 술을 마시는 편이다. 어릴 때는 양주를 좋아했는데, 지금은 소주가 좋다. 양철 테이블에 서너 명 모여서 소주 마시는 게 너무 좋은 것 같다.
주량은 어떻게?
2병, 3병? 보통이다.

<국가대표> 이후 발걸음이 빠르다.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 <추노> 그리고 바로 신작 <개인의 취향>에 들어간다. 쉼 없이 달린 지난 반개월은 당신에게 의미가 깊을 것 같다.
당시에는 너무 바빠서 죽을 맛이었는데, 지나고 나니까 “너 잘했다.”, “뿌듯하다.” 싶더라. 시청률이나 관객 수를 떠나서 그걸 소화 했다는 것 자체로도 말이다.

데뷔 10년 차다. 그 시간 동안 일을 하고 싶어도 못 했을 때가 있었을 텐데, 그 때랑 비교하면 더 뿌듯하지 않을까 싶다.
아이유~ 완전 감사하지.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바닥을 한 번 쳐 봤다는 거다. 덕분에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알게 된 것 같다. 또 조급하지가 않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빨리 올라가면 그만큼 빨리 내려온다는 말을 믿는다. 다리가 아프더라도 계단으로 천천히 올라가고 싶다. 그러면 정상에서 맛보는 맛도 남다를 것이고. 또 내려올 때도 계단으로 천천히 내려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왕손이처럼 긍정적인 마인드인데, 평소에도 그런가? 저번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 제작보고회랑 시사회에 갔었는데, 무대인사 할 때 보니까 굉장히 밝더라.
그때는 조금 과장된 면이 없지 않다. 1월 4일 날 제작 발표회를 했는데, 그 때 마침 폭설이 왔다. 그런데 (이)나영 누나는 원래 원채 말수가 적고. 희수군은 너무 어려서 버벅대고. 우리 기사가 눈에 묻힐 수 없다는 마음으로 막 던졌다. “이나영씨 사랑합니다!”, “이나영씨 어머니는 애 낳을 때 힘들지 않았겠어요, 이나영씨 얼굴이 너무 작아서” 등 망언 아닌 망언을 했다.(웃음) 홍보팀은 되게 고마워하더라.

(웃음)혹시 그런 건 없나? 분위기가 다운 될 때, 분위기를 살려야겠다는 책임감 같은 거. 뭐랄까. 개인적으로 제작보고회 때 그런 느낌을 받았다. 하기 싫은 순간에도 밝으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아~ 잘 물어봤다. 맞다. 그런 부분이 있다. 그래서 2010년 1월 1일이 되면서 생각을 바꿔 먹었다. 앞으로는 김지석과 김보석이 함께 갈 수 있게 조금 더 자유로워지자고. 20대 때의 나는 보여 지는 삶을 살았던 것 같다. 그러니까 김지석이라는 예명을 만든 순간부터 김보석과는 다른 자아를 만든 거다. 사실 김지석이 여러분들 앞에서 보여주는 부분과 실제의 김보석과는 많이 다르거든. 그런데 어느 순간 김보석이 아닌 김지석에 너무 동화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김지석이 너무 뒤에 있더라. 그래서 30대부터는 김보석을 조금 더 앞으로 내세워서 같이 갈 수 있게 하려고 한다.

그런데 지금 이 타이밍이 굉장히 중요한 게 뭐냐면……
(말을 빨리 받아치며)그렇지! 변했다는 얘기를 할까봐! 그런데 이제는 나 혼자만이라도 자유롭고 싶은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맡았던 인물 대부분이 옆집 오빠 같고, 자식 같고, 동생 같이 부담 없고 친근한 캐릭터다. 그래서 사람들도 그런 기대를 가지고 내게 다가오는데, 거기에서 스트레스가 생긴다. 나는 김보석으로 있는데, 김지석만으로 바라보려고 하면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자칫 잘못하면 사람들이 내게 큰 충격을 받더라. 그걸 보면서 “그럼 나는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어졌다. 그때 두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그냥 내 마음대로 사는 거, 하나. 내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조금씩 바꾸는 거, 둘. 결과적으로 이미지를 바꿔보는 쪽으로 노력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조금씩, 조금씩 타협을 볼 생각이다.
그런 면에서 전과는 달랐던 캐릭터인 <국가대표>의 칠구에 더욱 애착이 갔겠다.
맞다. 그리고 그 때는 심지어 백호로 1년 이상을 살았을 때다. 백호가 +10이었으면 칠구는 -10인 사람이다. 0에서 시작했다면 조금 쉬웠을 수도 있는데, 백호는 10이었단 말이다. 그래서 두 배로 내려가려니까 너무나 힘들었다. 그런데 그 힘든 걸 조금 즐겼던 것 같다. “이게 내가 연기에 배우로서 임하는 자세인가 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백호 때는 약간 공장에서 찍어 낸듯한 느낌이 없지 않았거든. 마음에 안 들어도 대충 가고. 그런데 칠구를 하면서 주인공은 아니지만 끊임없이 나를 채찍질했다. 왜 배우들이 캐릭터 때문에 사람들 안 만나고 우울한 영화만 보고 한다고 하지 않나. 그때는 나도 그렇게 했다. “내가 수양을 쌓고 있구나.”, “연기를 공으로 먹으려 하지 않는구나.”를 느끼면서 스스로에게 만족했던 것 같다.

드라마와 영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이다.
영화는 영화만의 매력이 있고, 드라마는 드라마만의 매력이 있는데, 지금 나 정도의 위치가 두 개 다 하기에 딱 좋은 위치인 것 같다. 드라마는 반응이 빨리 와서 마음에 든다. 좋은 얘기건 나쁜 얘기건 사람들로부터 코멘트 듣는 걸 즐기는 편이라 인터넷으로 내 이름을 자주 검색해 본다. 댓글로 반응을 보는 게 재밌다. 반면 영화는 긴 시간을 두고, 긴 호흡으로 찍기 때문에 경건한 게 있다. 대사 한마디 한 마디에 신경을 쓴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공부다.

댓글을 자주 보고 즐긴다는 걸 보니, 댓글 대부분이 호의적인가 보다.
아니다. 안 좋은 것도 많은데, 그런 거에 별로 신경을 안 쓰는 것뿐이다.

댓글 중에 기억에 남았던 게 있나?
뭐라고 했더라? 사진 밑에 달린 댓글이었는데, 기억이…… 아!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 그리고 ‘듣보잡’ 밑에 달린 게, ‘이건 뭥미’였다.(좌중 폭소) 너무 웃겨서 댓글 보면서 ‘껄껄껄’ 웃었다,

(웃음)필모를 보면 눈에 들어오는 게 두 개있는데, 가수 경력과 영어·독어 자격증이다.
20대에 많은 경험을 했다는 것에 내 스스로 뿌듯하다. 가수로 앨범도 내 봤고. 연기자로 전향해서 시트콤, 드라마, 영화도 해 봤고. 심지어 <미우나 고우나>는 40%대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영화는 800만이 넘었는데, <추노>까지 지금 잘 되고 있다. 그 와중에 학교도 다니면서 교원자격증도 덩달아 두 개나 땄다. 그리고 전세지만 내 힘으로 집도 장만했기 때문에 나는 지금에 너무 만족한다. 그리고 지인들은 “야~ 너 가수 했던 거, 얘기 하지 마. 배우 이미지에 흠 가.” 이러시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그 때 가수를 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2001년에 5인조 그룹 ‘리오’로 데뷔했는데, 그 때 발매한 앨범은 자주 듣나? (‘리오’ 활동 당시 찍은 사진을 꺼내 보여주며)마침 ‘리오’때 찍은 사진을 발견하고, 프린트 해 왔는데.(웃음)
아니, 이걸 어떻게! 하하하. CD가 한 장 있기는 한데, 안 돌아간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찾아 봤는데, 혹시 아이팟으로 노래다운 받아 봤나? 음악이 알아서 분류가 되잖나. 그런데 우리 노래는 정보 등록이 안 돼 있으니까, 자기가 알아서 ‘알 수 없는 음악가’ 이런 쪽으로 가더라.(웃음)

(웃음)영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보냈다고 들었다. 외지생활이 지금 당신에게 끼친 영향이 있을까?
자유로움? 그리고 오픈 마인드. 긍정적인 사고를 하게 한 것 같다. 십 수 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그때가 많이 그립다. 그 때가 좋은 줄 당시에는 몰랐다. 그냥 당연한 것인 줄 알았는데, 지금 와 돌이켜 보니, 부모님에게 너무 감사해야 할 일이다. 또 내가 사립학교를 다녔는데, 그 때는 축구는 당연히 잔디밭에서 하는 건 줄 알았다.(웃음)
그 비싼 사립학교를! 우리나라에 잔디밭 있는 축구장이 얼마나 되더라?(웃음) 한국에는 몇 년 만에 돌아 왔나?
6년.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건가?
유복했다기보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학구열이 되게 높았다. 그리고 2살 터울의 형이 공부를 굉장히 잘했다. 형을 따라 가느라 개인적으로는 많이 힘들었고, 열등감도 심했었다. 왜, 어릴 때는 부모님 기대치에 부응하는 게 최고의 효도잖나. 그런데 그러지를 못하니까, 내가 과연 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러던 찰나에 만난 게 연기였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형한테 되게 고맙게 생각한다.

형님은 지금 뭐 하고 게시나? 맨사 출신으로 알고 있는데.
형이 옥스퍼드 수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금융공학과 대학원을 나왔다. 지금은 홍콩 금융 쪽에 있다. 얼마 전에는 예쁜 딸도 낳았다.

정말 수재시구나.(웃음) 10년 후의 배우 김지석, 인간 김보석은 뭘 하고 있을까?
우선 한 가정의 가장이 돼 있을 것 같다. 결혼은 꼭 할 거다. 서른 가기 전에는 무조건 해야 될 것 같다. 서른다섯을 맥시멈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아들, 딸 한명씩 퍼펙트 한 성비로 낳아서 살 거다.(웃음) 그리고 두 번째로는 배우라는 명칭을 내 이름 앞에 자연스럽게 갖다 붙이고 싶다.

어떤가? 서른이 됐는데.
보이지 않던 것들이 자꾸 보이는 것 같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고 하던데, 아니더라. 언제까지나 부모님의 보살핌을 받을 줄 알았는데, 서서히 부모님과 입장이 바뀌어 가는 게 느껴진다. 쇼핑을 가도 예전에는 내 물건 사는데 집중했는데, 이제는 부모님 물건이 먼저 보인다. 그리고 전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됐던 각종 고지서들이 많이 보이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결혼도 부담이 되기는 한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되게 고생시켰었다. 가진 게 없으니까. 사랑의 유형도 변한다고 생각한다. 예전이 ‘이수일과 심순애’식의 <타이타닉> 같은 사랑이었다면, 지금 시대는 사랑이 전부가 아니다. 사랑이 밥 먹여 주는 게 아니라는 거지. 사랑 외에도 중요한 게 많은 시대다. 학벌, 외모, 이런 게 다 옵션처럼 붙는 것 같다. 평생 라면만 먹으며 사랑할 수 있을까? 안 된다고 본다. 그래서 책임감이 더 든다. 내 여자를 고생시키고 싶지는 않다.

실제로 왕손이 같은 타입인가, 아니면 송태호(오지호)나 대길처럼 한 여자에게 목매는 타입인가?
왕손이는 조금 심하지. 둘 다 아닌 것 같다. 나는 연애를 한번 하면 오래 만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모두가 똑같지 않을까.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작년에, 케이블 채널 Mnet에서 하는 <스캔들>(스타와 일반일의 7일간의 데이트를 담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나온 걸 봤었다. 여자를 대하는 매너가 굉장히 좋더라.
그 때, 내가 연애에 엄청 굶주려있었다. 하하하. 그래서 출연 제의가 들어 왔을 때 매니저 형이 하지 말자고 했는데, 내가 하겠다고 했다. 다들 그게 정말 리얼이냐고 물어보던데 100% 리얼이었다. 그게 실제의 내 모습이다.

남자배우들과 합을 이루는 작품을 많이 하는 느낌이다. 잘 알려진 <국가대표>와 <추노>도 그렇지만 이전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에서도 그랬다. 그런 쪽으로 끌리는 건가?
끌린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남자하고 연기 했을 때 파생되는 에너지가 큰 느낌이다. 여자 배우랑 할 때는 조금 전형적인 면이 없지 않은데.
맞다. 그런 부분이 있다. 굳이 이유를 생각해 보자면, 3형제로 자라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우리 집은 심지어 개들도 다 수컷이다.(웃음) 남자들과의 생활에 익숙해져 있고, 또 거기에서 어떻게 해야 사랑 받을 수 있는지를 잘 알기 때문에 연기 할 때도 그런 면이 나오는 것 같다. 집에서도 나는 딸 노릇을 한다. 브릿지 역할이지.

한정수씨가 인터뷰에서 촬영 현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남자 배우로 당신을 꼽았더라.
사실이다. 하하하. 막내이다 보니까 더 그런 것 같다. 또 작년까지는 혼자 20대였거든. 그래서 대 놓고 돌아다녔다. 용서가 다 되니까.(웃음) 그래도 중요한 건, 최소한 연기는 잘 해야 한다는 거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자신감 같다.

인터뷰가 끝나 가는데, 이후 스케줄은 어떻게 되나?
MBC에 간다. <개인의 취향> 첫 리딩이 있다.

당분간은 <추노>랑 두 개가 겹쳐서 가겠다.
그러니까. 그런데 사람 참 간사한 게, 왕손이는 슬슬 이제 뒷전인거다. 하하하. <추노> 현장에서 <개인의 취향> 대본을 보고 있다.

뭐라고 안 하나?
차에서 안 걸리게.(웃음) 다행스럽게도 이제 왕손이는 적응이 됐다. 예전에는 대본을 보고 또 보고 했었는데 지금은 내가 이미 왕손이가 돼 있기 때문에 몇 번만 봐도 ‘훅’ 들어온다. 빨리 외워지는 거지. 그래도 집중은 하고 있다. 한창렬의 경우 처음 1,2회가 중요하고, 왕손이는 마지막이 중요한데, 이게 겹쳐버리니까 신경이 많이 쓰인다. 죽음으로 <추노>에서 하차하게 될 것 같은데, 끝맺음을 잘 해서 왕손이를 보내고 싶다.

영상으로 인터뷰를 보고 싶다면 여기를 쿡!!

2010년 3월 8일 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2010년 3월 8일 월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장소협찬: 그랑씨엘(Grand ciel)

54 )
gurdl3
멋지네여..   
2010-03-24 21:29
mini01
그를 조금 더 조금 더 안 느낌.   
2010-03-23 00:05
leena1004
잘 봤어여~   
2010-03-22 12:57
again0224
멋져요~^^   
2010-03-22 03:09
shin4738
요즘 들어 인지도가 상당히 올라간듯   
2010-03-19 14:05
blueyny
잘읽었습니다   
2010-03-16 16:38
buble3
ㅋㅋㅋ   
2010-03-15 22:19
na1034
멋져요. 성격파 배우로 자리매김 잘 하시길   
2010-03-15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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