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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영화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다 <앰피비어스 3D> 브라이언 유즈나 감독
2011년 7월 26일 화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어제(15일) 영화를 봤다. 좀비 대신 바다전갈이 나오니까 어색하더라.
그런가. 바다전갈도 무섭기는 한데.(웃음)

이번 영화가 첫 3D 작품으로 알고 있다. 다양한 장르 중에 괴수 영화를 선택하게 된 이유라도 있나?
많은 장르 영화들 중 괴수 영화가 3D 영상과 궁합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큰 스케일로 3D 입체감을 구현하고 싶은 욕심이 커서 괴수 영화를 먼저 선보이게 된 거다.

좀비를 소재로 한 3D 영화 제작은 생각해 본적 없나?
물론 좀비 영화를 3D로 만들면 재미있을 것이다. 문제는 마니아층만 즐길 수 있는 한계가 있다. 이와 반대로 괴수 영화는 좀비 영화보다 더 많은 관객들이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좀비 대신 거대한 바다전갈을 등장시켰다.

<앰피비어스 3D>의 제작기간이 오래 걸린 것으로 알고 있다.
2005년도에 바다전갈을 소재로 한 영화를 구상을 시작했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작업을 진행하려 했다. 그 때 인도네시아에 있는 코모도 필름이 공동 제작의사를 밝혀왔다. 바다가 근접해있는 최적의 환경과 낮은 인건비 등 효율적으로 찍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미국이 인도네이사에서 제작하게 된거다. 본격적인 작업은 2007년도에 시작됐다. 원래 인도네시아에서 상영할 목적으로 만들었는데, 하다 보니 세계 시장에 수출하기 위해 규모를 크게 잡았다. 그래서 제작이 예상보다 더 늦어지게 됐다.

3D 영화를 처음 시도하는 감독으로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을 것 같은데.
처음부터 <앰피비어스 3D>를 3D 영화로 제작하려고 했던 건 아니다. 우연히 3D 관련 자료를 접하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3D 영상에 흥미를 갖게 되었고, 바다 전갈을 3D 영상으로 보여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필름으로 찍은 초기 3D 영화부터 디지털로 찍은 3D 영화까지 찾아봤다. 나름대로 3D 노하우를 쌓아가면서 디지털로 촬영하면 3D 영상의 완성도가 높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때부터 고생문이 열린 거지.(웃음)
 <앰피비어스 3D>의 한 장면
<앰피비어스 3D>의 한 장면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을 겪었나?
돈이 가장 문제였다. 투자를 받았지만 2008년 경기침체로 인해 돈이 뚝 끊겼다. 자본이 부족한 상태에서 2D 보다 돈이 많이 드는 3D 영화를 제작하려니 힘이 들었다. 그 당시 독립영화 감독들은 3D 영화 제작에 엄두조차 못 내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도전하는데 의의를 가지고 뛰어들었다. 뭐 일종의 도박이었던 셈이지.(웃음) 되도록 비용을 줄이고, 좋은 퀄리티 영상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쉬움은 많다. 결과적으로 2009년에 와서야 작품이 완성됐다.

영화 초반부에 핸드헬드 장면이 나온다. 핸드헬드는 눈에 피로감을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3D 영화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데, 특별히 사용한 이유가 있나?
그 장면은 인도네시아로 여행 온 커플이 바다전갈에게 죽임을 당하는 부분인데, 현장감을 주기 위해 일부러 핸드헬드를 사용했다. 이번 영화에서 유일하게 그 장면만 2D를 3D로 컨버팅한 장면이다. 해상도가 낮고, 눈에 피로감을 줄 수 있지만, 원래 기획 의도와는 잘 부합되는 장면으로 볼 수 있다.

3D 영화를 찍은 감독으로서 3D 컨버팅 영화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컨버팅 보다는 당연히 3D 카메라로 촬영한 작품이 완성도가 더 좋다고 생각한다. 2D를 3D로 변환하는 건 납작한 평면의 그림을 그 자체로 들어 올리는 것 밖에 안 된다. 3D는 조각품과 같은 거다. 조각품을 온전히 보기 위해서는 그만큼 입체감을 잘 살려야 한다. 반면, 애니메이션은 조금 다르다. 팀 버튼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경우 3D 컨버팅으로 제작됐지만 애니메이션으로 3D 영상을 구현한 장면은 완성도가 높더라.

<앰피비어스 3D>는 3D 영상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바다전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처음에 바다전갈을 어떻게 구상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어느 날 인터넷에서 수백만 년 전에 있었던 바다전갈 화석을 발견했다는 기사를 보게 됐다. 거기서 아이디어를 차용해 미술팀에게 바다전갈을 그려달라고 했다. 근데 생각보다 너무 귀여운 거다.(웃음) 공포감을 주기 위해 크기를 키우고, 육지에 사는 전갈의 모습을 덧씌웠다. 바다에 사는 전갈이라서 촉수가 달린 꼬리에 지느러미를 달았다. 거기에다 눈과 입을 기괴하게 그려 넣었더니 그제야 무섭더라.

3D 영화라서 그런지 몰라도 꼬리에 달린 촉수가 가장 인상 깊었다.
일반적으로 전갈은 촉수가 달린 꼬리로 공격해 사냥을 하거나 자신을 지킨다. 이를 차용해 촉수를 부각시켜 3D 입체감을 살렸다. 촉수가 화면 밖으로 나오도록 입체감을 도드라지게 표현했는데, 어제 보니 관객들의 반응이 꽤 괜찮더라.
 제1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관객과의 대화 중인 브라이언 유즈나 감독
제1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관객과의 대화 중인 브라이언 유즈나 감독
소녀의 배속에서 튀어나오는 새끼 바다전갈의 모습도 입체감이 좋더라. CG와의 융합이 돋보였다.
잘 봐줘서 감사한데, 그건 CG가 아니다. 작은 모형이다.(웃음) 바다전갈도 실제 모형을 만들어 찍었다. 물론 움직일 때는 CG의 힘을 빌리긴 했지만. 모형을 만드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무게를 생각 하지 않고 만든 게 잘못이었다. 한 번 움직이려면 12명 정도 있어야 했는데, 더운 날에 스텝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다 감독의 잘못이지.(웃음)

3D 영화는 입체감도 중요하지만 공간감도 중요하다. 이번 영화에서 공간감은 어떻게 살리려고 노력했나?
3D 영화는 상자 안을 들여다보는 느낌, 바로 공간감이 잘 표현되어야 한다. 공간감은 화면에 나오는 모든 피사체가 잘리지 않고 온전히 다 보여야 제대로 표현된다. 2D 영화는 인물의 상반신만 잡는 등 의도적인 카메라 워킹을 보여줄 수 있지만, 3D 영화에서는 그런 카메라 워킹은 없어도 된다. 모든 게 다 보여야 깊이감이 살아난다.

<아바타>나 <드래곤 길들이기>는 하늘을 장면을 통해 3D 영상을 효과적으로 보여줬다. 두 영화처럼 <앰피비어스 3D>가 내세울만한 3D 영상은 무엇인가?
원래 수중장면을 기획했었다. 물속에서 전갈이 헤엄치는 장면, 전갈이 사람을 공격하는 장면 등 다양한 3D 영상을 구상했지만, 아까 말했듯이 자금이 끊겨서... 결국 물 속 장면은 다 삭제했다. 지금도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다.

3D 안경이 어둡기 때문에 영화 자체가 어두우면 3D 입체감이 덜하다. 이번 영화도 밤 장면이 많아 입체감이 잘 드러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초자연적인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밤에 찍었다. 3D 영화라도 조명 시스템이 좋으면 어느 정도 밝기는 보완되는데, 실질적으로 조명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 역시 돈이 문제였다.

예전만큼 기괴한 이미지들이 넘실대지는 않았지만 바다전갈의 촉수와 집게발로 팔·다리가 잘리는 장면이 나온다. 팬들을 위한 서비스인가.
뭐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좀 더 넣었어야 했는데.(웃음)
 브라이언 유즈나 감독이 제작을 맡았던 <좀비오>와 <지옥인간>
브라이언 유즈나 감독이 제작을 맡았던 <좀비오>와 <지옥인간>
1980년대 <좀비오> <지옥인간>의 제작자로 잘 알려져 있다. 이후 <데드 링거 2 : 좀비오 2> <덴티스트>를 연출하면서 호러 마니아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다. 자신이 생각했을 때 제작과 연출 중 어떤 게 더 잘 맞는가?
그냥 영화가 좋다. 영화를 만드는 게 운명이라 생각하면서 지금까지 왔다. 제작이든 연출이든 상황에 맞게 병행한 것뿐이다. 기회가 된다면 계속해서 영화를 만들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계속해서 3D 영화를 만들 것인가?
자금이 끊겨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3D 영화는 계속 만들 것이다. 차기작으로는 <NECRONAVIS(죽음으로의 여행)>이라는 제목의 영화를 준비 중이다. 사람을 죽여서 사후세계를 떠나보낸 뒤 다시 살려내 그곳의 지도를 그리려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다. 이 영화도 3D로 만들 거다. 또 <덴티스트>를 3D로 리메이크 할 계획이다.

<덴티스트>가 3D 영화로 리메이크 된다니. 벌써 기대가 된다.
사람들을 위협하는 치과 기구들이 화면 밖으로 튀어나오는 장면만 생각해도 무섭지 않은가.(웃음)

2011년 7월 26일 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사진_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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