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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드라마는 누님들의 전성시대
TV드라마 | 2010년 12월 14일 화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시작은 이렇다. 올해 10월, 어김없이 새로운 드라마들이 모습을 보였다. 근데 신기하게도 중년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 대거 시청자들을 만났다. SBS 드라마 <대물>의 고현정, MBC 드라마 <역전의 여왕>의 김남주, <즐거운 나의 집>의 김혜수, 황신혜, <욕망의 불꽃>의 신은경 등 저마다 한 연기하는 여배우들을 내세운 드라마가 방영됐다. 그것도 각 방송사 주요 드라마 시간대에 말이다. 시청자들 역시 이들 드라마를 지켜보면서 시청률로 화답했다. 과연 여성들이 주인공인 드라마에는 어떤 힘이 있기에 그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걸까?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에 시청자들은 왜 매료당하는 것일까?

<아내의 유혹>과 <선덕여왕>

최근 중년여성이 주인공인 드라마가 주요 시간대에 방영되고 있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들이 주인공인 드라마는 대게 아침 시간에 방송되며 주부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후 아침에서 주요 드라마 시간대로 옮겨온 계기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아내의 유혹>이었다. 막장 드라마의 대명사라 불리는 <아내의 유혹>은 총 6개월 동안 평균 30%의 시청률을 자랑했던 작품이다. 이 드라마로 김순옥 작가는 아침드라마였던 <그래도 좋아> 이후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고, 동시에 <인어아가씨> 이후 침체기를 겪었던 장서희도 다시 사랑을 받았다. 평일 7시 20분만 되면 어김없이 주부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드라마는 주인공인 은재(장서희)를 극한에 몰아넣고, 서서히 그의 인생을 빼앗아갔던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는 이야기였다. 드라마는 자극적인 소재와 아귀가 맞지 않는 내용으로 빈축을 사기도 했지만, 은재의 복수가 강하면 강할수록 시청률은 높아졌다.
 <아내의 유혹>과 <선덕여왕>
<아내의 유혹>과 <선덕여왕>
사극에서는 <선덕여왕>을 들 수 있다. 이전까지 남성을 주인공으로 했던 사극조차도 여성을 내세워 극을 이끌어가는 경향으로 바뀌었다. <아내의 유혹>에 장서희가 있었다면 <선덕여왕>에는 고현정이 있었다. 그가 맡은 미실은 악역이었다. 하지만 고현정의 연기는 이 악역을 입체감 있게 그렸다. 여자의 몸으로 최고의 권력자인 왕이 되고 싶었던 미실은 악역의 이미지와 함께 한 인간으로서의 연민도 느껴지는 인물이었다. 고현정은 강한 카리스마와 절제된 감정 연기를 통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또한 KBS에서 방영한 채시라 주연의 <천추태후>도 평균 20%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여성이 주인공인 드라마는 이제 하나의 트렌드

앞서 언급했던 두 드라마의 영향에 힘입어 중년여성이 주인공인 드라마가 등장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전 미국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나 <위기의 주부들> 등이 국내에서 인기를 얻지 못했다면 그 기반은 약했을 것이다. 이 시리즈는 중년여성을 주인공으로 다양한 드라마가 나올 수 있는 토양을 마련했다. 가정이란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여주인공들은 이 토양을 자양분으로 삼아 다양한 드라마에 출연했다.

현재 수, 목 드라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대물>은 최초 여성 대통령이 되는 서혜림(고현정)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정치드라마다. <선덕여왕>의 후광을 업고 고현정이 서혜림을 역을 맡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는 이유는 평범한 한 여성이 부패와 권력욕에 눈이 먼 정치인들과 달리 청렴하고 소신 있는 자세로 대통령의 자리에 올라선다는 이야기 때문이다. 아직도 부정부패가 만연된 현 사회에서 진정 사람들이 갈망했던 정치인을 내세웠다는 점과 그 주인공이 가족을 사랑했던 평범한 여성이라는 점이 맞물리면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특히 여성이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설정 자체가 보는이로 하여금 관심을 갖게 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역전의 여왕>은 어떤가. 작년 <내조의 여왕>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김남주는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일 잘하는 커리어우먼으로 변신을 꾀했다. 여성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공감대 형성이다. 일과 가족 사이에 두 가지 역할을 해야 하는 여성들은 언제나 힘들다. 모두다 두 가지 역할을 잘 할 수 없기 때문에 문제는 발생하기 마련이다. 극중 황태희도 실제 직업여성들이 하고 있는 고민을 몸소 보여준다. 무능한 남편을 대신해 일을 하고, 어려운 작업환경에서도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 여기에 잘생긴 상사와의 로맨스는 현실의 고단함을 잊게 만드는 보너스. 여성의 마음은 여성이 제일 잘 안다는 것을 토대로 한 드라마는 중년여성을 주인공으로 가장 편하게 접근했다는 것이 눈에 띤다.
(시계방향으로) <욕망의 불꽃>의 신은경,  <역전의 여왕>의 김남주, <즐거운 나의 집>의 김혜수・황신혜, <대물>의 고현정
(시계방향으로) <욕망의 불꽃>의 신은경, <역전의 여왕>의 김남주, <즐거운 나의 집>의 김혜수・황신혜, <대물>의 고현정
김혜수, 황신혜 주연의 <즐거운 나의 집>은 불륜을 중심으로 스릴러라는 장르를 차용해 새로운 형식을 보여준다. 한 남자와 두 여자의 사랑은 이전 드라마에서도 많이 나왔던 소재다. 하지만 중년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는 의문의 죽음을 둘러싼 치정극을 다룬다는 점에서, 기존 여성 시청자들은 물론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남성 시청자들까지 그 폭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또한 신은경이 출연하는 <욕망의 불꽃>은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재벌가에 들어가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권력욕에 점점 물들어가는 과정을 강도 높게 그렸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앞으로 나가는 여성 캐릭터 또한 이전 드라마에서 빈번하게 다뤘지만, <욕망의 불꽃>은 중년여성을 주인공으로 한국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거대기업의 횡포를 드러낸다는 것으로 차별성을 둔다.

그들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다양한 소재의 드라마가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주 시청자층인 여성을 공략하기 쉽기 때문이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드라마를 즐겨보기 때문에 드라마 제작진이 그들의 기호에 맞는 드라마를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여성 시청자들이 <시크릿 가든>에 나오는 현빈처럼 멋진 남자가 나오는 드라마를 선호하지만 <역전의 여왕>처럼 여성들이 더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펼쳐지는 드라마를 쉽게 지나칠 수 없다. 마치 자신의 거울을 보는 것 마냥 직장생활의 고충과 일과 가족 사이에서 점차 자신을 잃어버리는 그들의 고민은 여성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더불어 주시청자인 여성을 상대로 한 상업적인 코드가 맞물리면서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많이 제작되고 있다. 특히 <역전의 여왕>에서 김남주와 채정안이 입고 나오는 옷과 헤어스타일, 소품 등은 많은 여성들의 구매 욕구를 일으키고 있다. 물론 예전에도 이런 상업적인 수단으로서의 간접광고가 성행했지만, 여성이 주체적인 인물로 나오는 드라마에서 그들을 따라하고 싶은 욕구가 더 생기기 마련이다.

이어 남성들보다 여성들이 극적인 이야기의 주체로서 더 어울린다는 점이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여러 어려운 상황을 겪으면서 정상의 자리에 올라간다는 인생역전 드라마는 더 이상 남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대물>만 봐도 전쟁 때문에 남편을 잃은 한 여성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대통령이 되는 이야기는 극적이고, 더 많은 감동을 줄 수 있다. 또한 <욕망의 불꽃>이나 <호박꽃 순정>처럼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재산과 권력만을 얻기 위해 모든 것을 파괴하는 이야기는 <자이언트>의 조필연(정보석)만큼 긴장감이 넘친다.
 <웃어요 엄마>와 <호박꽃 순정>
<웃어요 엄마>와 <호박꽃 순정>
여기에 남성들이 주를 이루는 영화에서 좀처럼 인상적인 캐릭터를 맡기가 어려워진 이유도 있다.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에서 흥행에 성공한 <의형제> <아저씨> <부당거래>만 봐도 여성 캐릭터의 비중이 거의 없다. <방자전>과 같은 경우도 있지만 이 역시 방자와 몽룡, 심지어 변학도 캐릭터가 더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렇듯 최근 영화에서 여배우의 입지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이후 여배우들은 영화보다 선택의 폭이 넓은 드라마로 눈을 돌리게 됐고, 이에 맞춰 다양한 드라마가 제작되면서 각자의 개성에 맞는 캐릭터를 만나 시청자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앞으로도 누님들의 전성시대는 계속되나?

내년에는 KBS에서 방영될 최수종 주연의 <프레지던트>처럼 남성이 주인공인 드라마도 방영되지만, 중년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는 계속 될 전망이다. 한 달 전부터 시작된 이미숙 주연의 <웃어요 엄마>와 배종옥 주연의 <호박꽃 순정>은 내년 상반기까지 방영되면서 누님들의 전성시대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단순한 신데렐라 스토리에서 벗어나 여성을 주체로 그들의 이야기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 드라마는 다양성의 측면에서 반가운 일이다. 또한 시청자들에게 골라보는 재미를 준다는 점에도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가 계속해서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과연 지금 만들어지는 드라마가 여성들의 진정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다. <아내의 유혹> 이후 여성이 주인공인 드라마에서는 대부분 자극적인 소재가 들어간다. 강도가 센 이야기를 통해 시청률을 높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그 생명력은 길지 않다. 물론 현실적인 이야기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불륜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겠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건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더 집중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점이다.

시청률도 중요하다. 하지만 다양성도 중요하다. 모두다 중년여성을 주인공으로 같은 소재와 같은 형식으로 드라마를 만든다면 시청자는 분명 외면한다. 오로지 시청자들의 시선을 빼앗는 것 보다 진정 그들의 마음을 빼앗을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려는 노력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누님들의 전성시대는 지속될 것이다.

2010년 12월 14일 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사진출처_MBC,SBS    

(총 1명 참여)
adew82
정말 다양한 소재와 스토리로 무장한, 여성이 주인공인 다채로운 작품들이 많이 나왔음 좋겠어요.   
2010-12-3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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