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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크악, 요 아저씨 봐라!
이웃집 남자 | 2010년 3월 16일 화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햇빛 쨍쨍 화창한 날. 마트에서 장을 보며 아내에게 다정하게 전화를 거는 이 아저씨(윤제문). 가정적인 남자일까? 마트를 나와 주차장으로 향한 아저씨의 발길이 닿은 차는 벤츠. 가정적인데 돈까지 많은 걸까? 그의 과거가 궁금해지려는 찰나, 누군가가 아저씨의 복부를 향해 칼날을 깊숙이 박고 만다. 벌건 대낮에 칼 맞고 쓰러지는 남자라.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길래? 뭔가 사연이 있어 보인다. 다정하게도(?) 아저씨는 정신을 잃어가는 순간, 과거 자신의 행적을 상기한다. 카메라가 페이드아웃 되고, 아저씨의 과거가 나오면, 가정적이고 불쌍해 보이던 이 남자에 대한 환상이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한다. 왜 그런지, 이 아저씨의 얘기를 들어보자.

이 아저씨 이름은 상수. 술 좋아하고, 여자 밝히고, 돈 앞에서 히죽거리는 그의 직업은 알고 보니 부동산업자다. 그것도 있는 놈 앞에서 슬슬 기고, 없는 사람 ‘등 꼴’ 빼 먹는 악덕 부동산 업자. “세상에 널린 게 여자인데, 내가 안 먹으면 아깝지 않냐”고 말하는 마초끼 다분한 이 아저씨는 상대가 가진 바둑돌을 뺏으며, “내가 빨리 안 가져와도 어차피 남들에게 뺏길 테니 나쁘게 보지 말라”는 식의 눙치는 멘트를 눈 하나 깜짝 않고 해 댄다. 집에서는 어떤 남자냐고? 말해서 뭐하리요. 드라마 작가에 도전해 보겠다는 아내의 희망을 콧방귀 하나로 죽이기는 기본. 어린 아들이 밥을 코로 먹는지, 입으로 먹는지에 관심을 끊은 지도 오래다. 게다가 젊은 여자 집에 들락날락 거리며 두 집 살림까지 하고 있으니, 얼굴만 멀쩡했지 고것 참 나쁜 아저씨네. 그런데 이건 또 뭐지? 이상하게 이 아저씨, 밉지가 않다. ‘어깨’들에게 붙들려 죽을 고비를 맞을 때는 불쌍해 보이기도 하고, 맞바람 난 아내 때문에 펑펑 울 때는 측은해 보이기도 하고, 첫사랑을 속삭일 때는 제법 순정파처럼 보이기도 하니, “캬, 요 아저씨 봐라! 고것 참 재미있는 아저씨일세!”

거두절미하게 결론부터 말하면, 이 아저씨의 일상을 그린 <이웃집 남자>는 에피소드도 대사도 캐릭터도 뭐든 게 강하다. 또 은근히 야하다. 아니, 헤어누드까지 거침없이 클로즈업 해대는 영화는 대놓고 야하다. 그런데 그게 마냥 저속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알맹이 없는 영화로도 보이지 않는다. 영화는 적당히 속 쓰리고, 적당히 애잔한 코드를 끄집어내 386세대의 애환마저 담아낸다. 캐릭터 중심의 이야기에 코미디와 에로, 드라마, 심지어 느와르에까지 능수능란하게 이어붙인 사람은 (노사분규 속에서 인간답게 살고 싶어 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린)<파업전야>를 연출했던 장동홍 감독이다.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 서서 세상의 비리를 고발했던 감독이 이번에는 또래 남성들을 타깃으로 그들의 뻔뻔한 본성을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이 영화의 묘미 중 하나는 질펀하고 농익은 대사인데, 여기에는 시나리오를 쓴 소설가 천명관의 능력이 한몫했다. 소설 <고래>를 통해 구수한 입담과 유머를 드러냈던 작가의 장기가 영화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다만, 개성강한 캐릭터와, 흥미를 끄는 다양한 에피소드, 귀에 딱딱 달라붙는 살아있는 대사 등에 비해 전체적인 드라마 얼개가 튼튼하지 못한 건 아쉬움이다. 특히 상수가 아내의 불륜 현장을 목격하고 펑펑 우는 장면은 상수라는 캐릭터에 있어서나, 영화 전체적인 흐름에 있어서나 그리 훌륭한 선택은 아닌 듯 보인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이 장면이 인간 상수를 깊이 있게 보여주는 장면이라기보다, 어떻게든 이야기를 마무리 짓기 위해 선택한 나태한 연출로 보일 테니 말이다.

<이웃집 남자>는 윤제문, 박혁권, 서태화, 김인권 등 충무로를 대표하는 조연들이 뭉쳐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차우> <마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에서 다양한 연기를 펼쳐 온 윤제문의 첫 주연작이기도 하다. 연기에 워낙 잔뼈가 굵은 배우들이라, 연기에는 딱히 ‘태클’ 걸 만한 게 없다. 특히 밉상인데도 밉지 않은 아저씨 상수를 연기한 윤제문은 ‘윤제문표 무비의 맛을 보여드립니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의 다양한 표정을 만날 수 있는 게 반갑다.

2010년 3월 16일 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상수 아저씨 캐릭터, 은근 매력있네
-19금의 질펀한 대사들. 야하다. 그런데 귀에 쫙쫙 달라붙는다
-우리나라 ‘이웃집 남자’들이 ‘죄다’ 이렇다면… 나 이민갈래!
-연기를 위한 노출 외에, 단순 눈요기를 위한 노출도 몇몇 보인다
30 )
ehgmlrj
잘 읽었습니다..ㅎ   
2010-03-20 22:21
mvgirl
기대되는 영화   
2010-03-20 13:58
nada356
생각했던것과는 다른 전개~   
2010-03-20 13:04
seon2000
잘봤어요   
2010-03-19 16:04
hyosinkim
윤제문씨 연기 기대   
2010-03-18 22:08
prettycje
아이리스 드라마에서 반했어요. 윤제문씨 근데 김구라씨 좀 닮은거 같음   
2010-03-18 21:15
doona09
시나리오 기대 ㅋㅋㅋ   
2010-03-18 10:27
gkffkekd333
잘 봣네요   
2010-03-17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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