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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4관왕 역사 쓴 봉준호, 잊지 못할 <기생충> 수상 소감들
2020년 2월 10일 월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 박꽃 기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에 오르며 한국 영화의 역사를 새로 썼다. 한국 영화 중에서는 이창동 감독의 <버닝>(2018)이 예비 후보에 오른 바 있지만 본선 후보에 올라 수상까지 이뤄낸 건 <기생충>이 처음이다.

9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은 각본상, 장편국제영화상(외국어영화상), 감독상, 작품상까지 총 4개 부문 수상의 기염을 토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잊지 못할 수상 소감도 여러 차례 등장했다.

가장 먼저 각본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은 “시나리오를 쓴다는 건 고독하고 외로운 작업이지만, 국가를 대표해서 쓰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이 상은 한국이 받은 최초의 오스카 상”이라며 감격을 전했다.

무대에 함께 오른 한진원 작가는 “미국에 할리우드가 있듯 한국에는 충무로라는 데가 있다. 우리의 심장인 충무로와 그곳의 모든 필름메이커, 스토리텔러와 이 영광 나누고 싶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기생충>은 이후 국제장편영화상(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다시 한번 무대에 오른 봉준호 감독은 “카테고리 이름이 ‘외국어영화상’에서 ‘국제장편영화상’으로 바뀐 뒤 처음으로 상을 받게 돼 더욱 의미가 깊다. 그 이름의 변화가 상징하는 바가 있다. 오스카가 추구하는 방향에 지지와 박수를 보낸다”고 언급했다.

봉준호 감독은 이때 출연 배우와 스태프 이름을 한국어로 하나하나 호명하며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 영화인들의 박수 갈채를 끌어냈다.

또 “오늘 밤 술 마실 준비가 돼 있으며 내일 아침까지 마실 것”이라고 소감을 마무리하며 환호를 끌어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봉준호 감독은 스파이크 리 감독의 호명으로 감독상 수상 무대에 다시 올랐다. 봉준호 감독은 잠시간 손을 이마에 짚으며 수상을 예상치 못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조금 전에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하고 오늘 할 일은 끝났구나 생각하며 ‘릴렉스’하려고 했는데…”라고 말을 줄이며 객석의 웃음을 끌어냈다.

이어 “영화를 공부하던 어린 시절 항상 가슴에 새겼던 말은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것이다. 이건 책에서 읽은 말인데, 바로 우리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한 말이다. 그의 영화를 보며 공부한 내가 그와 같이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말했다.

객석에 앉아있던 마틴 스콜세지를 향한 박수 갈채가 이어졌고, 마틴 스콜세지는 이내 봉준호 감독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봉준호 감독은 “미국 관객이 내 영화를 잘 모를 때 항상 자신의 리스트에 뽑으며 좋아해준 쿠엔틴 타란티노 ‘형님’도 이 자리에 계신다. 정말 사랑한다”고 덧붙였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카메라를 향해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브이’ 표시를 그려 보였다.

인상적인 소감이 이어졌다. “같이 후보에 오른 토드 필립스, 샘 맨더스 역시 너무나 존경하는 멋진 감독이다. 오스카 측에서 허락한다면 이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다섯 개로 잘라 (후보에 함께 오른 감독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이 언급한 ‘텍사스 전기톱’은 토브 후퍼 감독의 <텍사스 전기톱 학살>(1974)을 빗댄 것이다. 마틴 스콜세지, 쿠엔틴 타란티노, 토브 후퍼 감독을 연이어 언급하며 장르 영화를 동경해온 자신의 영화적 정체성을 드러낸 것이다.

<기생충>은 이후 작품상까지 거머쥐며 아카데미 시상식의 대미를 장식했다. 장편국제영화상(외국어영화상)이 작품상에 오른 건 <기생충>이 최초다.

봉준호 감독, 배우 송강호, 조여정 등 <기생충> 팀과 함께 작품상 수상 무대에 오른 바른손 E&A 곽신애 대표는 “상상도 해본적 없는 일이 실제로 벌어져 말이 나오지 않는다. 너무 기쁘다. 지금 이 순간, 굉장히 의미 있고 상징적이고 시의 적절한 역사가 쓰인 기분이 든다. 이런 결정을 해준 아카데미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기생충>이 명실상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상징 작품’이 된 순간이었다.

● 한마디
잊고 싶지 않은 수상 소감들, 감격 안긴 <기생충>


사진_ 아카데미 시상식 홈페이지

2020년 2월 10일 월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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