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 박꽃 기자]
▲영화의 시작은 반지하 장면
봉준호 감독은 “영화는 반지하에 해가 드는 장면으로 시작한다”고 밝혔다. 봉 감독은 “반지하라는 공간은 한국에만 있는 특이한 주거 공간이다. 곰팡이가 피고 눅눅하지만 햇빛이 드는 순간도 있어 지상이라고 믿고 싶은 곳이다. 여기에서 더 힘들어지면 완전히 지하로 갈 수도 있다는 공포감도 존재한다. 불어, 영어 자막을 만들 때 반지하에 해당하는 정확한 단어가 없다는 걸 알았다. 여태껏 등장한 많은 서구 영화에서는 볼 수 없던 지점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 90%는 집 안에서, 60%는 부잣집에서
<기생충>에 등장하는 장면 열에 아홉은 집 안이다. ‘박 사장’의 부잣집 장면 비중이 조금 더 높다. ‘기택’의 장남 ‘기우’가 ‘박 사장’의 집으로 들어가는 영화적 설정의 영향으로 보인다. 봉 감독은 “영화의 90%는 집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고 60%는 부잣집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며 “수직적으로 연결된 공간은 이미 전 세계 영화에서 계급이나 계층을 나타내는 도구로 쓰여왔지만 우리 영화의 특이한 점은 (거기에) 반지하라는 공간의 미묘한 뉘앙스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하녀> <충녀>에서 기운 받은 ‘계단 시네마’
봉 감독은 “스태프끼리는 <기생충>을 ‘계단 시네마’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2층, 1층, 지하실로 구성된 공간에서 촬영을 진행한 만큼 계단 장면이 많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는 “계단하면 한국 영화의 마스터인 김기영(1919~1998) 감독을 빼놓을 수 없다. <하녀>(1960)와 <충녀>(1972)를 다시 보며 그의 기운을 받으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 장르를 정의할 수 없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영화가 “코미디, 드라마, 액션,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내용 등으로 빠르게 바뀐다”는 의견이 나왔다. 봉준호 감독은 “장르가 확확 뒤바뀌고 감정의 전환이 빠르다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보는 분들은 습관적으로 장르를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만드는 입장에서는 시나리오를 쓸 때 여기서부턴 공포고, 여기서부턴 코미디라는 식으로 (장르를) 섞고 있다는 의식을 하지 못한다. 촬영장에서도 마찬가지로 그때그때 벌어지는 상황의 뉘앙스에 충실했다”고 답했다.
▲ 그래서, <기생충>은 어떤 내용인가?
칸영화제가 언론에 제공한 <기생충> 소개 글에 따르면 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 앞에서 점점 더 공존하기 어려워진 우리들이 직면한 문제를 다룬 우화다. 블랙 코미디, 사회적 논평, 풍자와 서스펜스가 혼합된 작품으로 전개 과정을 예측할 수 없고, 어떤 기성 장르에도 맞지 않는다. 자세한 내용은 국내 개봉까지 비밀리에 부칠 예정이다. 전 세계 언론을 대상으로 보낸 봉준호 감독의 편지에 “스포일러를 피해 달라”는 간곡한 부탁이 들어있는 까닭이다.
<기생충>은 5월 30일(목) 국내 개봉한다.
● 한마디
30일만 목 빠지게 기다릴 국내 관객 수두룩..!
사진_ 칸영화제
2019년 5월 23일 목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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