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인 블랙 3>이 반가운 이유는 10년 만에 깜장 양복을 입은 두 남자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맨 인 블랙> 시리즈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건 놀라운 CG 액션이 아니다. 그건 버디무비를 방불케 하는 제이와 케이의 관계다. 쉴 새 없이 퍼붓는 제이의 농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 가지 표정으로 일관하는 케이. 외계인을 소탕하면서도 쉬지 않는 이들의 만담은 시리즈의 동력이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 힘은 유효하다. 다만 과거의 케이와 함께 사건을 풀어간다는 게 차이점. 매사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현재의 케이와는 다르게 과거의 케이는 조금 더 따뜻하고, 부드럽다. 동료 요원과 몰래 사랑을 키울 정도니까. 그렇다고 특유의 무표정이 어디 가겠나. 과거의 케이라 할지라도 N극와 S극이 딱 달라붙는 것처럼 제이와의 찰떡궁합을 보여준다. 토미 리 존스 특유의 무표정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조쉬 브롤린과 나이가 들어도 익살스러운 윌 스미스의 연기는 한 몫 한다.
전작들과의 차별성을 두기 위해 시간 여행이란 소재를 끌어온 영화는 1969년도의 시대적 배경을 보여주는 요소들을 스크린에 채운다. 40년 전의 뉴욕 거리, 앤디 워홀 팩토리, 아폴로 11호 발사 기지 등 당시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공간을 재탄생 시킨다. 공간뿐 아니다. 휴대가 간편했던 뉴럴라이저(기억 지움 장치)의 초기 모델인 대형 뉴럴라이저와 특이한 외형의 자동차 모노사이클은 물론, 앤디 워홀과 오노 요코 등 시대를 풍미했던 예술가들도 나온다. 특히 앤디 워홀이 (모델로 활동하는) 외계인들을 감시하기 위해 몰래 투입된 MIB 요원이라는 설정이 유쾌하다. 영화는 새로운 소재를 가미함에도 후반부 드라마에 무게 중심을 뒀던 전편과 비슷한 이야기 구도를 택한다. 제이와 케이의 인연을 설명하는 중요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구성면에서는 신선함이 떨어진다. 제작진이 야심차게 준비한 3D 영상도 입체감을 덜한 편. 3D 버전으로 MIB 요원들을 만나고 싶다면 살짝 고려해봐야 할 것 같다.
2012년 5월 23일 수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