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마디
“이게 재판입니까? 개판이지” 실제 개판 같았던 재판을 다룬 <부러진 화살>은 대한민국 사법부라는 과녁에 대놓고 활시위를 당기는 작품이다. 영화의 소재인 ‘석궁 테러 사건'을 통해 노동자들이나 서민들을 위한 법이 권력을 가진 자들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 현실의 이면을 담는다. 정지영 감독은 베트남전의 불편한 진실을 드러낸 <하얀 전쟁>처럼 사회의 문제점을 통찰력 있게 집어낸다. 그러면서도 소재가 갖고 있는 무거움을 덜어내기 위해 위트 있는 상황을 적절히 삽입, 노장 감독의 연륜을 보여준다. 여기에 교수와 변호사로 호흡을 맞춘 안성기와 박원상의 호흡이 극의 재미를 전한다. 보는 내내 통쾌함과 씁쓸함이 공존하는 이 불편한 진실이 <도가니> 만큼 큰 반향을 일으킬지 궁금하다.
(무비스트 김한규 기자)
“법은 수학과 같습니다. 법은 모순이 없어요.” 법은 쓰레기라는 변호사 박준(박원상)에게 원칙을 따르는 ‘보수주의자’ 교수 김경호(안성기)는 단호하게 말한다. 과연 법은 완벽한 것인가? <부러진 화살>은 법을 집행해야 하는 사법부의 부조리한 모습을 통해 법이 완벽하게 작동하지 못하는 21세기 대한민국의 안타까운 현실을 고발한다. 13년 만에 영화로 돌아온 정지영 감독은 현실의 아이러니는 묵직하게 바라보며 관객으로 하여금 현실을 돌아보게 만든다. 무엇보다 <부러진 화살>은 현실 고발이라는 취지에만 치우치지 않고 영화적 완성도까지 갖췄다는 점에서 ‘웰메이드 법정 드라마’라 부를 만하다. 탄탄한 스토리와 짜임새 있는 편집은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감을 잃지 않으며, 각각의 캐릭터들이 빚어내는 감정의 충돌 또한 묘한 유머를 만들어내며 무거운 주제를 무겁지 않게 바라보게 만든다. 유쾌함 속에 날카로운 칼을 지닌 수작이다.
(경제투데이 장병호 기자)
2011년 12월 19일 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