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졌다시피, <엑스맨>의 두 돌연변이 수장 프로페서X(찰스)와 매그니토(에릭)는 흑인민권 운동가인 마틴 루터 킹과 말콤 엑스로부터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캐릭터다. 2000년 첫 등장한 <엑스맨>이 여타의 슈퍼히어로 무비와 달랐던 건, 이 때문이다. ‘착한놈 VS 나쁜놈’ 편 가르기가 유행하던 당시 히어로 무비에서 프로페서X와 매그니토는 뭔가 달랐다. 악당 매그니토는 전형적인 악당이 아니었고, 사비에는 단순한 선인이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의심하고 두려워하며, 주류사회로부터 돌연변이를 지키는 방법을 각자의 방식으로 터득했다.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는 같은 돌연변이인 그들이 왜 다른 노선을 걸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보여주는 프리퀄이다.
텔레파시 능력을 지닌 돌연변이 찰스(제임스 맥어보이)는 금속을 자유자재로 제어하는 능력을 지닌 에릭(마이클 파스빈더)를 만나 친구가 된다. 한편 에릭의 엄마를 죽인 나치 장교 출신의 돌연변이 세바스찬 쇼(케빈 베이컨)는 미국과 러시아 간의 핵전쟁을 도발해 3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려 한다. 찰스와 에릭은 이를 막기 위해 자신들과 같은 돌연변이들을 규합, 엑스맨팀을 만든다.
매튜 본은 브렛 레트너가 저지른 실수를 정확히 간파하고 있는 듯하다. 그는 <엑스맨 : 최후의 전쟁>의 오류를 하나씩 지우며 2군으로 강등된 <엑스맨> 시리즈를 1군으로 다시 복귀시킨다. 새로 등장한 엑스맨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개성 있고, 그들과 브라이언 싱어 시절 엑스맨들과의 연결고리도 탄탄하다. 특히 매그니토가 헬멧에 집착하는 까닭, 프로페서X가 휠체어 신세가 된 수수께끼가 풀리는 순간의 쾌감이 상당하다. 할리우드에 몰아친 3D바람 속에서 꿋꿋하게 영화를 2D로 완성한 것도 일견 반갑다. 3D로 만들지 않아서 반갑다는 게 아니다.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컨버팅을 시도하지 않은 게 반갑다는 얘기다. 덕분에 매그니토에게 ‘60년대 숀 코너리의 제임스 본드’를 기대했다던 제작진의 의도가 효과적으로 드러났다.
<액스맨 : 퍼스트 클래스>는 시리즈의 새로운 시작인 동시에, 잠들어 있던 전작들을 다시 깨우는 시리즈의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장담컨데, 영화를 보면 전작들이 다시 꺼내 보고 싶은 충동을 여러 번 만나게 될 게다. 그리고 울버린이 등장하는 <엑스맨 4>가 아닌, 젊은 프로페서X와 매그니토가 다시 등장하는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 후속편이 더 보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이토록 영리한 프리퀄이 있었던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엑스맨> 시리즈는 진화, 진화, 진화했다.
2011년 6월 2일 목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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