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첫 주 180만 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며 무서운 기세로 박스오피스를 뒤흔든 <태풍>이 <킹콩>과의 2라운드 대결에서 말 그대로 깻잎 한 장 차이로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가까스로 수성했다.
지난주보다 줄긴 했지만 500개관을 유지하며 여전히 위력적인 배급력과 공세적 마케팅을 펼친 <태풍>은 지난 주말 이틀 동안 서울 21만 전국 92만을 기록, 전국 325만의 스코어를 수립했다. 하지만 <태극기 휘날리며>가 보유하고 있던 첫 주 역대 최고 관객동원력을 갈아치우며 화끈하게 순항한 <태풍>은 2주차 태극기가 세웠던 박스오피스 성적과 비교하자면 그리 만족스러운 수치는 아니다.
이에 맞서 개봉 주 80만을 기록하며 첫 발을 내딘 피터 잭슨의 <킹콩>은 375개관에서 토요일 일요일 정말이지 <태풍>과 별반 차이 없는 서울 20만을 기록하며 전국 215만 명의 전국누계를 수립, 수치상으로는 근소한 차이로 <태풍>을 앞지르지 못했다. 허나,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좀 달라진다. 3시간에 이르는 긴 러닝 타임, 배급의 규모 그리고 지난주와 이번 주 격차를 감안하고 비교하자면 가파른 입소문을 타고 성실하게 예매율을 끌어 올리고 있는 피터 잭슨의 <킹콩>이 실질적으론 더 많은 호응을 받았다 볼 수도 있다. 고로, 보는 시각과 집계 방식에 따라 1.2위가 뒤바뀔 수 있는 긴박한 형국이라는 말씀.
<킹콩> <태풍>의 박 터지는 승부에 이어 또 다른 대결구도의 영화로 눈길을 끌며 관객을 찾은 <작업의 정석>과 <파랑주의보>는 손예진 송일국의 압승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블록버스터가 잔뜩 포진하고 있는 가운데 350여 개 스크린을 확보한 쇼박스의 든든한 배급과 개봉 전 유료시사에 힘입어 첫 주 100만을 돌파! 박스오피스 3위 자리를 꿰차며 크리스마스 특수를 제대로 누렸다.
여튼, 평단으로부터 꽤 단단한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는 <청연> <왕의 남자> <나니아 연대기>가 개봉하는 이번 주 <태풍>과 <킹콩>의 양강 구도에 어떤 변화가 몰아닥칠지 심히 가슴살 떨리는 마음과 함께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