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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내생에 가장 행복한 영화 봄날은 간다
killdr 2001-10-10 오후 5:40:51 2609   [31]
  개인적으로 최고의 영화에 8월의 크리스마스를 꼽고있다. 그 영화의 감독이 4년의 침묵을 깨고 다시 영화 한편을 관객에게 던졌다. 논란도 많고 말도 많은 이 두 영화, 내겐 언젠가는 꼭 이야기하고 넘어가야 할 일종의 업보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두 영화에 푹 빠져있는 나는 이 두편의 영화를 이야기하고 싶다. 아마, 굉장히 길고, 지루하며, 재미없는 이야기가 될것 같은 생각이다.

  봄날은 간다는 8월의 크리스마스 이후 무려 4년이란 긴 시간의 공백을 보인 허진호 감독이 다시 내놓은 작품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와 비교하면서 좋았다, 혹은 8월의 크리스마스가 더 좋았다등의 논란이 많은 작품이 이 영화 "봄날은 간다"이다. 이런 논란속에서 개인적으로는 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걸출한 영화와 비교해 이 영화가 더욱 성숙한 감독의 의도를 보여주는 것, 즉 봄날은 간다가 좋다는 쪽에 표를 던지고 싶다.

  일단, 8월의 크리스마스나 봄날은 간다 모두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두 영화에서 보여지는 사랑은 일단 "안타까움"과 "슬픔"이다. 그런 공통적인 사랑의 속성을 가지고서 감독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아니, 그렇게 보인다. 그렇지만, 8월의 크리스마스나 봄날은 간다 이 두 영화는 사실 같은 사랑이야기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두 영화의 상황과 주인공들의 설정]


  먼저, 상황의 설정을 보자. 이 두 영화의 주인공은 정원과 상우이다. 그들 사랑의 대상이던 다림과 은수는 정원과 상우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사랑의 상대역으로 설정되어 있을 뿐이다. 물론 봄날은 간다에서 은수의 역할이 다림보다 컸던것은 사실이지만, 이 영화들의 시선은 객관적으론 남자 주인공의 시선으로 진행되어지고 있다.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정원은 죽어가고 있다. 다림은 그 사실을 모르고 정원에게 다가간다. 여기서 정확하게 정원의 나이가 나오지는 않지만 서른살은 넘은것 같다. 반면 주차단속원인 다림은 이제 막 스물을 넘긴 아가씨다. 나이차이는 적게 보면 7-8년 많으면 10년 이상도 가능하다.
  봄날은 간다는 그 반대의 설정이다. 은수는 서른을 넘긴 이혼녀라는 딱지가 붙은 여자, 상우는 그녀보다 4살 연하의 남자이다.
  그렇다면, 이 두가지 설정이 영화 전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겠는가?
  8월의 크리스마스에는 극복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 죽음. 그 누구도 어쩔수 없는 절대적인 것. 그것이 두 사람의 사랑의 최대 장애물이다. 아니, 두 사람의 장애물일 뿐만 아니라 정원에게 다가오는 모든 사랑을 막는 절대적 장애물인 것이다. 어디가 아픈지, 어떻게 죽어가는지 단 한마디의 설명도 없지만, 그에게 넘어설수 없었던 그 벽을 넘어 다가오는 다림의 사랑. 흔히 볼 수 있는 사랑을 시작하는 늙은 노총각과 젊고 생기넘치는 아가씨의 사랑과 그 사랑을 확인하며 뒤돌아서는 다림의 웃는 얼굴이 안타까운 눈물과 함께 아름다운 사랑임을 보여주는 것, 그 자체의 설정만으로도 영화는 눈물짓게 만드는 것 같다.
  아직까지 보수적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한국 사회에서 이혼녀와 4살 연하의 남자의 만남. 그 사랑도 쉽게 이루어 질 수 있는것은 아니다. 혼자사는 이혼녀, 은수에게는 이혼의 아픔이라던가 아이에 대한 그리움은 없어 보인다. 우연히 같이 일을하게 되면서 느끼게 되는 사람에 대한 호감, 그것도 역시 흔히 볼 수 있는 사랑의 시작이 아니던가. 그렇게 시작은 되었지만, 쉽지만은 않은 사랑을 하는 두 사람. 그 사랑이 깊어가면 갈수록 처음에 감추어두었던 그 벽은 점점 높이가 높아지면서 그 둘의 사이를 벌어지게 하고 있다.

  봄날은 간다에서 감독이 던지는 화두는 "사랑은 변하는가?"이다. 그 화두속에서 보여지는 이 영화에서의 등장 인물들의 행동은 전부 제각각이다. 치매에 걸린 상우 할머니는 자신을 그렇게 쫓아다니던 남편이 바람을 피웠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역에 나가 죽은 남편을 기다리고 있다. 이미 사랑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은수(사랑이 없었던 결혼일수도 있다)는 결혼까지 생각하는 상우의 태도에 점점 멀어져간다. "어떻게 사랑이 변할수 있니?"라고 이야기하는 상우도, 긴 갈등끝에 다시 찾아오는 사랑을 거부한다. 그렇게 잊지 못할것 같은 사랑을.
  그렇게 보면,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는 할머니의 대사 "지나간 버스랑 여자는 잡는게 아니다"라고 한 할머니도 포함해서 이 영화에 등장하는 3세사람의 사랑은 모두 변한것이 된다. 이렇게 영화는 일단 "사랑은 변한다"라는 이야기를 이끌고 있는것 처럼 보인다.



  [사랑의 방식]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는 정원과 다림은 그 흔한 키스한번 해보지 못하는 사랑을 한다. 사진을 맡긴 다림에게 아이스크림 하나를 내미는 정원과 공짜표 생겼다고 놀이공원 가자고 조르는 다림에게서는 학생시절의 순수한 사랑을 느끼게 한다. 나이많은 노총각과 철모르는 아가씨의 사랑에서 말이다. 그렇게, 깊은 사랑으로 갈 수 있는 두 사람이 그렇게 순수하고 깨끗한 모습(성적인 표현 없이)으로 나누는 사랑은, 사랑에 대한 아름다운 환상을 보여주면서 관객들에게 더 깊이 각인되게 된다.
  반면 봄날은 간다의 사랑은 다르다. 은수의 "자고 갈래요?"라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장면부터 자주 반복되는, 그들이 같은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속에서 이들의 사랑은 순수함보다는 "섹스"라는 현실적인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같이 녹음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데이트하는 모습도 없어보이던 그들은 바로 "섹스"와 "동거"라는 현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런 사랑의 방식은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의 아름답고 환상적이지만 현실에서도 있을수 있는 사랑의 모습을 기억하는 관객들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는 요소가 된다.
  그렇게 이 두 영화의 모습은 "사랑"이라는 것의 [방법]에 따라 크게 다른 전개를 보인다. 거의 동화 수준에 해당하는 맑고 깨끗한 사랑과 "섹스와 동거"가 나오는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다른 전개방식이지만, 실제로는 같은 사랑의 모습을 보여준다.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정원의 죽음을 제외하곤 그 둘의 사랑의 방식이 정말 영화처럼 극적이진 않다. 봄날은 간다에서도 아주 지극히 현실적인 남녀간의 섹스문제까지 드러내놓고 이야기하면서 사랑을 보여준다. 즉, 두 영화에서는 모두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의 사랑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 느낌만 다를뿐.
  그렇다면, 이런 같은 사랑을 다른 방법으로 보여주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 그것은, 사랑이 아무리 아름답거나 혹은 슬프거나 아픈것이라고 해도, 또는 영화처럼 극적이건 극적이지 않건, 평범한 사람들의 사랑이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사랑이건, 모두 현실적인 것이라는 것이다. 그 현실에서의 사랑의 모습, 그것은 사랑하는 두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 아닐까?



  [두 영화속 사랑의 변화]

  8월의 크리스마스는 너무 잔잔해서 그 영화속에서의 사랑의 변화나 극적 반전이 드문것이 사실이다. 물론 마지막에 사진관에 걸린 자신의 사진을 보고 미소짓고 돌아서는 다림의 모습이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 영화는 클라이막스가 뚜렷하지 않은 구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이 영화속에도 정원이 변하는 모습이 있다. 자꾸만 자신에게 다가오는 다림을 부담스럽게 여기던 그도, 결국은 그녀에게 마음을 열고 아이스크림도 건네고, 놀이 공원도 가고, 사진도 찍어주게 되고.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의 이런 정원의 모습은,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의 사람이 점점 자신도 모르게 이끌리는 감정의 흐름을 보여준다.

  반면 봄날은 간다에서의 사랑의 흐름은 반대인것 처럼 보인다. 그것은 상우는 변하지 않지만, 변해버린 사랑을 보여주는 은수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어쩌면 그렇게 변하는 사랑을 보여주는 은수를 욕할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은수가 처음 상우를 집에 데려온날 은수의 방에 굴러다니는 술병들을 보았는지. 그렇게 혼자 사는 여자의 방에 굴러다니는 술병만큼 그 사람의 슬픔을 이야기하는 것이 있을까? 그 여자, 은수도 힘든 사람이다. 이혼녀라는 사회적 편견때문에 힘든 은수에게 다가온 사랑. 같이 관심을 보여도 단지 먼저 말을 꺼낸 은수에게 나중에 멀어지는 사랑이라는 욕을 누가 할 수 있을 것인가? 한번의 이별경험도 없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이런 이야기를 떠나서, 봄날은 간다에서 상우의 사랑도 결국은 변한다. 그 사랑이 아직 가슴에 남아있어 추억을 위해 자연의 소리를 다시 녹음하러 떠나는 모습을 보이지만, 상우의 사랑도 현실에서는 그냥 지나간 사랑으로 남을뿐, 그 사랑의 모습과 함께하는 소리를 추억하기 위해 다시 돌아온 모습일 뿐이다.

  그럼 정말 [8월의 크리스마스]의 정원에게는 변하지 않는 사랑이야기며, [봄날은 간다]의 상우는 변하는 사랑 이야기인가?
  내가 보기엔, 두 영화속 남자 주인공들에게는 "사랑한다"라는 고백이 없어 보인다. 죽음을 앞둔 정원이야 다림에게 당연히 어떠한 말도 할 수 없겠지만, 상우의 "고백없음"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너 나 사랑하니? 어떻게 사랑이 변할수 있니?"라고 묻는 상우도 실은 은수에게 고백을 한적이 없다. 이것은 어쩌면 내가 놓친 장면에서 스쳐가는 대사로 나올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은 인정해도, 그 대사가 흔히 말하는 <프로포즈>의 성격을 갖고 나온 말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말로 할 수 없는 사랑. 그래서 정원은 떠나가면서 다림에게-비록 전달되지 않는 목소리로- "내 기억속에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간 추억으로 그친다는것을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채 떠날수 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다는 말을 남깁니다.........."라는 고백을 하게 된다. 고백했지만 들리지 않은 고백 자체가 갖는 깊은 슬픔만한 것이 또 있을까?
  상우도 마찬가지이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는 간접적인 말, 새로산 은수의 차를 열쇠를 가지고 주욱∼긁어버리는 모습으로 사랑의 마음을 표현하지만 사랑이란 말을 꺼내어 놓지는 못한다. 그리고 다시 연락해온 은수. 다시 사랑을 깨달은 은수조차도 상우에게 직접적으로는 고백을 하지 못한다. 어쩌면, 그때 은수가 상우에게 "미안해. 난 아직도 널 사랑하고 있어."라는 한마디를 했으면, 몇번씩 돌아보며 떠나는 은수를 상우는 잡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갈등하고 있는 상우에게 은수도 그 갈등에서 빠져나오게 할 그 단 한마디 "사랑해"라는 말을 못한 것이다.

  이것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이다. 혼자서 짝사랑하던 사람에게 용기가 없어 고백하지 못한채 많은 시간이 흐른후, 그 사람이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는 이야기를 듣는것, 그리고 그 사람도 나에게 관심이 있었지만, 아무런 내색이 없어서 다른 사람을 만났다는 상황. 그런것만큼 흔한 사랑이야기도 없을 것이다.

  [봄날은 간다] 즉 이 영화에서 사랑은 변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실제로는 "변하지 않을수도 있었다"라는 것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다. 겨울에 만나 봄에 사랑을 하고 여름에 갈등을 보이다가 가을에 다시 그 추억을 되씹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은, 계절이 흐름처럼, 사랑도 그렇게 흘러가는 법칙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것 같다. 너무나 다른 사람들의 너무나 많은 사랑이야기가 있지만, 그리고 8월의 크리스마스나 봄날은 간다도 그 많은 이야기 중의 하나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이 의식적이건(의도적이건) 무의식적이건(비의도적이건) 지금 이 시간 어느 곳에서는 그렇게 슬픈 사랑이야기가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그것이 언젠가는 나의 이야기가 될수도 있다는 잠재적 슬픔이 이 두 영화에서 관객들이 느끼는 슬픔이 될 것이다. 물론, 지난 사랑의 추억을 떠올리며 가슴아픈 눈물을 흘리는 분들도 있겠지만, 너무 많은 시간이 흐르고, 절대로 희미해지거나 잊혀지지 않을것 같더 그때의 일이 조금씩 희미해져 갈 정도의 시간이 흐른 분들이라면, 그런 지나간 사랑의 아픔보다는 앞으로도 또 한번 그런 경험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슬픔이 더 크게, 그리고 영화속의 정원이나 상우에게 더욱 공감이 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영화속에서의 여자들]

  8월의 크리스마스나 봄날은 간다에서 중요하지만 사소한, 그리고 쉽게 잊혀지는 배역들이 있다.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는 정원의 첫사랑이자 동생의 친구로 나오는 존재조차 희미한 여인. [봄날은 간다]에서는 상우의 할머니가 바로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주인공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정원과 사랑했던 사이가 틀림없는 첫사랑은 분명 무슨 말못하는 사연이 있기에 헤어진것이라는 분위기를 강하게 풍긴다. 그리고 그 첫사랑이 행복하게 잘 살고 있지 않은 것같은 분위기이다. 그렇게 행복하지 못한 모습으로 나오는 첫사랑이란 존재는 무엇을 말하는가?
  흔히들 첫사랑은 실패한다고 한다. 너무 어리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배려를 잘 못해서 그런다는 이야기도 있고. 이 영화에서는 왜 이 둘이 헤어졌고, 왜 그 여자가 다른 사람에게 시집가서 애까지 낳았는지는 알 수 없다. 아니, 우리는 알 필요가 없다. 정원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의 슬픈 기억이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일뿐. 깊은 사랑의 슬픔이 표현되지 않지만 가슴속 깊은곳에 들어있는 정원에게 다시 다가오는 사랑의 손길. 그렇기에 정원은 더욱더 다림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깊은 사랑후에 남을 가슴속의 상처를 잘 알고 있기에.
  그렇기에, 정원이 입원해있는 동안 사진관 문틈으로 밀어넣은 다림의 편지를 읽고도 정원은 다림에게 자신에게 어떤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그 어떤 단서는 커녕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결국, 자신의 영정을 찍는 정원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이 어느새 마음을 열고 사랑하게 된 다림의 사진을 작은 액자에 담아 윈도우에 진열해준다.
  사랑의 상처를 알고 있기에 더욱더 다림과 멀어지려 노력했던 정원은 왜 다림에게 그런 사랑에 대한 희망과 기쁨을 주었던 것일까? 나중에 그의 죽음을 알게되면 받을 상처가 더 커짐을 알면서도.
  그것은 아마도, 상처가 두려워 사랑을 피한다면 이루어질 사랑은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것 같다. 깊은 사랑의 상처가 아직도 남아있고, 거기에 죽음이라는 넘을 수 없는 벽이 가로막는 가운데서도 어느새 사랑을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 정원, 그는 다림이 상처받고 충격을 받더라도, 언젠가는 자신이 다시 사랑을 시작했듯 새로운 사랑을 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래서, 정원은 다림에게, 그도 다림을 사랑했다는 것을, 웃고 있는 사진을, 액자가 아닌 바로 자신의 마음에 새긴 그 사진을, 다림에게 선물한 것이다.
  우리는 안다. 그 사진을 보고 돌아서면서 수줍게 웃던 다림이 곧 상처받을 것이며, 또 언젠가는 다른 사람과 사랑을 하게 될것임을. 그리고, 정원은 그의 말처럼, 다림의 기억속에서는 "무수한 사진처럼 추억이란 이름으로 바뀌어 점점 희미해질 것"이다. 그러나 완전히 잊혀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사랑은 그렇게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므로. 그렇게 약한것이 아니므로.

  [봄날은 간다]에서 상우 할머니의 역할은 정원의 첫사랑과는 달리 좀더 적극적인 위치에 서게 된다.
  할머니는 젊은 시절 할아버지가 쫓아다녀서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신 분이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먼저 사랑을 고백한 할아버지가 바람을 피워 다른 살림을 차려나간 상처를 가지고 있는 분이다. 그래서 치매에 걸리셨음에도, 자신의 남편을 빼앗아간 여자가 오면 본능적으로 그녀를 구박한다. 그러나, 그런 본능적인 적대감이 왜 이성이 점차 망가지는 분에게 드는 것일까? 할머니는 이미 그분을 알아보지도 못하는 상황인데. 그것이 바로 깊은 사랑의 힘이다.
  할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떠나간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는 어쩌면 오기로 기다릴지도 모르지만, 치매에 걸린 사람이 그런 본능적인 적대감을 표출하는 것은 사람의 감정에 가장 충실하게 나타나는 인간의 본능이라고 생각된다. 즉, 할머니는 젊은 사람도 아니고 치매에 걸릴대까지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그 사랑하는 감정을 그대로 가진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미 돌아가신 랑아버지를 기다리기 위해 조금이라도 감시가 소홀하면 역으로 나가는 것이다.
  그런 할머니조차 상우에게 마지막 말을 남긴다 "떠나간 여자와 버스는 잡는게 아니다". 왜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 할머니에게는 가장 본능적인 충고인 것이다. 이뻐하던 손주가 여자문제로 고민하고 있을때. 떠나가는 사람을 잡지마라. 그것은 그 사람이 잊혀지고, 또다시 새로운 사람이 다가올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왜 할머니는 끝까지 할아버지를 기다리시는 걸까? 이런 모순은 왜 나오는 것일까?
  여기서 나는 내가 분석했던 할머니를 뒤집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할머니의 모습은 실은 할아버지를 기다리는것이 아니라 "기차 기관사"였던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들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안내하는 기관사로서의 할아버지를 기다렸던 것이라고 말이다. 그렇게 할아버지가 돌아오면, 할아버지가 젊었을때처럼 할머니를 태우고 어디론가 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것은,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기 전에는 할아버지 이야기는 꺼내지조차 않았다는 이야기에 더욱 힘을 받는다. 즉, 할머니는 자신을 버린 할아버지를 기다린 것이 아니라, 자신을 어디 다른곳으로 데리고 갈 사람으로서의 할아버지를 기다린것이다. 이미 떠나간 사람은 잡는것이 아닌것처럼 상우는 돌아오려는 은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할머니는 그런 의미에서 보면 할아버지가 와도 다시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할머니의 마음은 이미 할아버지를 떠났고, 그렇기에 떠나간 여자는 잡아봐야 소용없을 것이라는 자신의 굳은 결심과 여자들의 심리를 상우에게 충고해준 것이다.

  그렇게 보면,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는 분명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랑하는 대상은 언젠가는 바뀔수도 있고, 떠난 사람의 마음을 잡고 싶은 심정이야 이해가 되지만, 그리고 그 상처도 이해가 가지만, 그렇게 받은 사랑의 상처가 다음 사랑에 어떤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표면적으로 죽음을 앞둔 남자와 첫사랑에 빠진 아름다운 여자의 잔잔하고 슬픈 사랑이야기를 그린것 같은 <8월의 크리스마스>나, 만남과 깊어지는 사랑, 그리고 헤어짐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랑속에서 사랑의 속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봄날은 간다>는, 크게 바뀐 전개 방식과 배우들, 그리고 분위기만 바꾸어, 변하지 않는 사랑의 속성을 관객들에게 충분히 전달하고 있다고 본다.







  [영화의 영상미]

  일부 영화팬들중에는 "8월의 크리스마스"는 고(故) 유영길 촬영감독의 작품이라고까지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만큼 8월의 크리스마스는 클로즈업이 별로 없이 바스트샷과 롱샷과 미드샷의 중간자적 위치에서 늘 같은 시선을 유지한채 정원과 다림을 보여준다. 죽기전에 친구와 술을 마시면서도 비밀을 감추고 있는 정원의 한탄도 이불속에서의 울음도 늘 같은 시선을 유지해 안타까음을 더해주고 있다.
  늘 같은 시선, 늘 같은 위치에서의 관조적 자세로 8월의 크리스마스는 극적 긴장감없이, 정원의 영정사진 찍는 모습이 그대로 죽음으로 오버랩되면서 오히려 눈물짓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그 화면이 주는 깊은 슬픔은 정말 최고라는 찬사를 받을만하다.

  반면, 봄날은 간다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와 같은 일관적 시선은 떨어진다. 오히려 인물들의 감정을 묘사하기 위한 접근이 시도되고 있고, 어떤때는 제 3자적 시선보다는 상우, 혹은 은수의 시선도 포함된다. 그래서 봄날은 간다에서 아름다운 자연 풍경이 보이고 해도 오히려 8월의 크리스마스가 더 좋았다는 분들도 많이 있다.

  그럼 과연 봄날은 간다는 8월의 크리스마스와 영상미에서 그런 비판을 받을 만큼 문제가 있는가? 개인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8월의 크리스마스의 영상은 "같은 시선, 같은 자세의 유지에서 나오는 일관된 시선이 주는 더 깊은 슬픔"이라고 말하고 싶다.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없을 것으로 본다.

  그럼, 봄날은 간다는?
  사실 이 영화는 엄밀하게 말하자면 상우의 입장에서의 사랑의 이야기다. 은수의 사랑이 변하는 과정은 내가 보기엔, 상우나 관객에게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물론 중간에 은수의 방송 게스트로 나오는 남자와 새로운 사이가 되는 과정이 있지만, 그 둘이 만나 몇번의 대화끝에 사귀는 사이로 변하는 것에대한 설명이 없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를 상우의 입장에서 보고, 사랑이 변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상우의 입장에서 찾으려고 한다.
  그러나, 아주 약하지만, 이 영화는 상우와 은수, 각각의 이야기이다. 설명이 없고 나오는 장면이 적다고 이 영화의 주역을 상우로 한정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본다. 나오는 역할의 크기보다는 전달하려는 의미의 비율을 얼마나 차지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상우와 은수의 6:4 정도의 비율로 나누어지는 두편의 영화라고 볼 수 있을것 같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일단 상우의 입장에서는 먼저 유혹해놓고는 먼저 헤어지자고 하는 은수를 이해하기는 힘들것이다. 그러나, 이제부터 은수의 상황을 생각해보자.
  은수는 이혼녀이다. 상우보다 4살이나 많고. 그녀는 객관적으로 볼때 사랑의 상처가 있는 사람이다. 반면, 영화속에서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지만, 상우는 연애도 특별히 해본적 없고, 은수가 첫사랑과 거의 비슷한 느낌의 인물이다. 그렇기에 상우의 사랑은 낭만적인 것이 있고, 은수의 사랑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사회적 제약-이혼녀와 총각의 만남-이 가로막고 있는 현실을 보는 은수는 상우가 그런 고려없이 결혼 이야기하는것을 보고 아마 상우가 어리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동거를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결혼에 대한 생각이 없는 은수에게 상우의 결혼이야기는 분명 견디기 힘든 제안이었을 것이다. 즉, 상우를 사랑하고 있든 사랑하지 않든, 그녀는 그 결혼 이야기가 부담스러운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부담스러운 상우대신 자연스럽게 자신의 주변에서 새로운 남자를 찾은 것이다.
  부담스럽다고 그냥 헤어지냐? 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생각해보자. 우리 주변에 은수와 상우같은 일이, 우리 친척 사이에서 일어날경우 그녀를 무조건 좋게만 보는 분들이 얼마나 될까?
  즉, 그녀의 입장에서는 상우와 헤어지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었을 것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그녀 주변을 맴도는 상우에게 좀더 확실하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집앞에 차를 세우고 그 안에서 밤을 새운 상우에게 "헤어져"라고 냉정하게 말하고 돌아설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아마 이런 점들이 많은 여자분들이 은수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의 근거가 되지 않을까 한다. 그것은 "마음이 변하는데 이유가 꼭 있어야 되나? 이유없이 멀어지는 경우가 더 많은 거지"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은수에게 동정표를 던지는 것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이다.

  즉, 이 봄날은 간다에서는 8월의 크리스마스가 갖고 있는 거의 일방적인 정원의 이야기가 아니라, 상우와 은수의 비슷한 비중의 이야기를 통해 남자와 여자의 서로 다른 사랑에 관한 입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불합리하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도 반대편의 입장에서는 가장 좋은 선택일수도 있음을 이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다양한 시선을 사랑에 대한 주제로 묶어 들이면서, 정의되지 못한 사랑의 이야기를 봄날은 간다는 하고있다. 이런 사랑, 저런 사랑, 행복한 사랑, 슬픈 사랑, 축복받는 사랑, 반대하는 사랑, 짝사랑과 둘이 하는 사랑. 그 사랑의 입장이 바뀌었을때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담아낸 것은, 화면이 이쁘고 등장인물이 예쁘게, 혹은 멋있게 나오는 것과는 다른 영화의 내면의 영상미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난 이 영화 봄날은 간다를 영상미가 좋은 영화에 꼽는데 전혀 주저하지 않는다.





  [영화속 노래]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정원과 상우가 직접 부르는 노래이다. 정원의 노래는 그냥 배경음악으로 깔리지만, 상우는 직접 사랑의 슬픔을 악을 쓰며 "미워도 다시한번"을 부른다.

  주인공이 노래부르는 일이야 그렇다고 하지만, 이런 장치들이 영화에서 꼭 필요했던 것일까? 한 감독의 연속된 작품에서 남자 주인공이 부르는 노래가 단지 그냥 삽입된것은 아닌 것 같다. 그냥 우연히 그렇게 될 수도 있었지만, 그 의미를 굳이 찾아본다면?

  일단 상우가 악을쓰면서 노래하는 장면이 나오는 [봄날은 간다]에서의 의미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보다 강한것 같다. [봄날은 간다]에서의 사랑을 이끌어 내었던 핵심적 요소는 소리다. 소리 녹음을 위해 만났고, 눈내리는 산사에서의 풍경소리와 강가에서의 물소리로 가까워진 두 사람이었고, 나중에 좋았을때, 은수의 흥얼거림이 녹음된 테잎에서 상우는 사랑의 기억을 되돌린다.
  그렇게 "소리"가 가진 의미가 봄날은 간다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볼때, 상우의 그 절규하는 듯한 비내리는 창가에서의 "미워도 다시한번"의 울림은 무엇인가? 미워도 다시 한번 보고 싶은 마음이 정말 사랑의 마음인것을. 술에 취해 그여자가 제일 미워. 그리고 제일 좋아. 그렇게 말도 안되지만 실제로 가능한 것이 사랑의 힘이다.
  그렇기에 "소리"때문에 만들어진 인연속에서 "소리"로 절규하는 상우의 노래는 떠나간 사랑을 잊고싶어하는 마음과 또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의 절묘한 조화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는 다르다.
  "이젠...널 남겨두고 나 떠나려야 사랑도 그리움도 모두 잊은채로...고운 너의 모습마저도 가져가고 싶지만..널 추억하면 할수록 자꾸만 희미해져..태연한척 웃고 있어도 너의 마음알아...마지막으로 한번만 나의 손을 잡아주렴...지금 이대로 잠들고 싶어...가슴으로 널 느끼며...영원히 깨지않은 꿈을 꾸고 싶어...."
  이 노래는 배우 한석규의 노래가 아니라 죽어가는 정원의 마지막 노래이다. 영원히 깨지 않을 꿈을 꾸고 싶은 정원에게, 다림은 그 마지막 소망을 이루어지게 해준 사람, 사랑이었다. 이대로 잠들고 싶어....추억하면 할수록 희미해지는 사랑. 그러나, 그녀만은 추억이 되지 않은채 영원히 사랑이란 이름으로 간직된채 사랑이란 이름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게 되는 것. 추억조차 될 수 없고, 영원의 시간속에서 누군가에게 사랑의 이름으로 남는 "말한번 고백한번 못해본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할 수 있다는것...그 깊은 울림이 주는 슬픔을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그래서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이 노래가 나오면, 우리는 그 안타까운 사랑에 눈물흘리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제발 날 떠나지 말아요"라고 절규하는 것보다도 더 깊은 울림인 것이다.

  그렇게 말도 못한채 깊은 울림을 주던 감독은, 봄날은 간다에서 상우를 절규하게 한다. 그러나, 그렇게 절규해봐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음을, 오히려 자신도 모르게 점점더 그 깊은 사랑을 점점 추억의 한 구석으로 몰아내게 한다는 것을. 그래서, 소리밖에 남지 않은 상우와 은수의 사랑이 완전히 깨어지고도 상우는 갈대밭에서 "소리"를 들으면서 깊은 기쁨을 느낄수 있는 것이다. 떠나간 사랑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게 된것을, 그리고, 언젠가 다시 시작될 사랑이 있음을 알기에. 그래서 "봄날은 가도" 또다른 봄날이 온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내가 영화에 빠져들게 만든, 그러니까 지금처럼 감히 영화 매니아라고 자부하는 나를 지금의 나로 만들어준 영화였다. 영화가 끝나고 8시쯤 4명의 관객만이 있던 극장을 나왔을때 걸어서 집까지 1시간이 넘는 거리를, 머리속에 흑백 영화처럼 영화를 다시 상영하면서 걸어갔던 기억이 난다. 구름낀 하늘을 바라보던 나는 내가 늘 다니던 그 길이 그렇게 아름다운 것이었음을 처음 알았다. 어둠이 내린 거리를 머리속에서 영화속 장면을 되돌리느라 수많은 사람들에게 부딪히며 걸었던 그 길, 그 시간의 추억이 그 어떤것과도 바꿀수 없으며, 또 그 감동이 누구에게 설명할 능력이 안됨을 얼마나 한탄했었는지.
  그날 집에 돌아와서 새벽 2시까지 멍하게 앉아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그런 영화를 간직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특별한 경험인지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지금, 내가 영화를 일주일에 서너편 이상을 보는 이유는 오직 한가지이다. [내 생에 가장 특별한 영화-8월의 크리스마스]와 같은 영화를 다시한번 보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 영화이후 거의 4년만에 그 허진호 감독이 다른 작품으로 들고 왔다.
  영화는 많이 달라져있다. 화면도 다르고, 그저 말할 수 없는 사랑의 깊은 울림을 주었던 8월과는 달리 봄날은 직접적으로 사랑과 헤어짐의 슬픔과 그것을 추억으로 바꾸는 과정의 사람들을 보여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8월의 크리스마스 보다 못한 작품이라고 비난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런 변화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똑같은 사랑이야기를 똑같이 그려낸다면, 그것은 더 이상 영화 감독이 아닐것이다. 허진호 감독은 자신의 시나리오대로 시작하는 사랑의 깊은 울림을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보여주었고, 봄날은 간다에서 특별한 이유없이 멀어져가는 사랑의 감정을 그대로 그려내었다. 아무런 이유없이 멀어져가는 사랑. 헤어지는 쪽에서는 사랑이 변하기에 어쩔수 없는 선택이고, 헤어짐을 당하는 사람은 아무런 이유가 없기에 더욱 가슴아픈 법이다. 그런 슬픔을 그려낸 감독의 영화이야기는 8월의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스러웠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속의 깊은 울림과 영화적이지 않기에 더욱 가슴깊이 다가오는 그런 사랑이란 감정이 어떤것임을 던져주는 감독의 이번 신작또한 나는 내 일생의 영화 목록에 넣으려고 한다.

  사랑을 시작하고, 사랑이 깊어지고, 사랑이 깨어지고, 사랑이 추억이 되고, 그리고 사랑은 다시 만난다. 감독은 이제 사랑의 시작을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보여주었고 깨어지는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다음에는 아마도 사랑이 추억이 되는 과정을 보여줄 것이고, 다시 시작되는 사랑을 보여줄지도 모르겠다.
  사랑이 어떤 과정과 슬픔과 상처를 남긴채 추억이 되어가는지....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에서와 같은 깊은 울림의 이야기를 다음 영화에서 기대해본다.
  




P.S

  [8월의 크리스마의 정원씨에게]
  당신을 안게 꽤 오래전이었는데, 벌써 제가 당신의 나이와 비슷해 져버렸네요. 정말 시간이 빠르죠. 그때 당신을 처음 보았을때는, 당신이 참 원망스러웠어요. 그렇게 다정하고 예쁜 다림을 두고 아무말도 없이 가버려서요.
  하지만, 이젠 당신을 이해합니다. 당신의 나이가 되어보니, 새로운 사랑이 얼마나 어려운것인지, 철모를때는 그저 좋아하기만 하면 다 사랑인줄 알았는데, 그런것이 다 사랑은 아니라는 것을. 설사 당신이 병에 걸려 죽어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얼마나 힘든 것이었는지 이제 이해가 되네요.
  떠나가는 당신을 보지 못한것은 정말 다행인것 같아요. 아마 당신의 마지막 모습을 보았다면, 난 정말 울음을 참지 못하고 펑펑 우는 추한 모습을 저와 함께 당신을 보았던, 낯선 4명의 사람들에게 보였을지도 모르겠네요.

  당신이 지금 있는 곳에서 다림을 보고 있나요? 저를 볼 수 있나요? 다림이를 볼 수 있나요? 이제 이십대 중반이 되어있을, 어쩌면 새로운 사랑을 하고 있거나, 어쩌면 결혼을 했을지도 모르겠군요. 4년이란 시간동안 당신을 기억하고 잊지 못하는 저도 볼 수 있나요? 그래서 아직도 저 세상에서 눈물짓고 있나요? 이불을 뒤집어쓰고 흐느끼던 그 옛날의 당신처럼. 갑자기 눈물이 날것 같아요...
 
  당신은 지금 정말 행복하군요. 모든 사람은 모든 사랑을 추억이란 이름으로 바꾸어 기억하는데, 당신은 영원히 사랑을 간직할 수 있으니까요. 당신은 당신의 노래처럼 영원한 꿈을 꾸고 있겠군요. 지금쯤 당신이 걸어둔 사진을 보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던 다림도 당신의 소식을 들었겠군요. 정원씨, 많이 안타까우시겠어요...어렵게 찾아온 사랑이었는데. 어쩌면 당신은 이승을 떠난 뒤라지만 그녀를 돕고 싶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러나, 그럴 필요가 없음을 당신도 알고 있겠죠? 정원씨. 그렇게 사랑도 다가왔다 사랑하면서도 떠났음을 알게된 다림은, 힘든 시간을 거치면서 아마 더 아름다운 사랑을 할 수 있겠죠. 누군가 첫사랑이 언제였냐고 물으면 "글쎄요...그걸 첫사랑이라고 말할수 있을까...."하면서 살짝 미소지으면서 말이죠. 그럼 당신은 정말, 그녀를 놓아주고 영원한 꿈을 꾸면 되지 않을까요?
  아니면, 다음 세상에선 아프지 말고 그녀와 아름다운 사랑을 만들어 보세요. 당신이 그녀를 못알아 볼리는 없겠죠? 당신에게는 영원한 사랑이니까요.....

  

  [봄날은 간다의 상우씨에게]
  상우씨. 당신은 지금 행복하나요? 전 이제 당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봄날이 다시 다가 오니까요. 아직 겨울이 남아있고, 그 시간이 결코 짧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당신이 이제 깨달은 사랑의 변하지 않는 모습 -사랑마저도 언젠가는 추억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갈대밭에서 갈대의 소리가 무엇을 당신에게 말하던가요? 이제 다가올 겨울이야기를 하던가요? 아님 그 추운 겨울 너머의 봄날을 이야기하던가요? 아님 그 봄날도 다시 가고 여름이 온다고, 그리고 다시 가을, 겨울이 온다고 이야기하던가요? 어쩌면, 그런 모든 이야기를 들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당신이 부른 노래를 들어봅니다. " 언제였나 그대와 이길을 걸었던날....꽃처럼 웃었던가 사랑한 아스라한 기억들....언제였나 그리워 헤메던 나날들...분명 난 울었던가 세월에 사라져간 얘기들...나 참 먼길을 아득하게 헤멘듯해...얼마나 멀리 간 걸까..그 해 봄에...아파하던 마음에 따스한 햇살이...힘겹게 돌아오니 어느새 봄이 가고 있네요...."
  맞아요...봄이 가고 있어요...어쩌면 여름과 겨울이 없어지고...다시 겨울을 너어 봄이 오고 있다고 생각해도 되겠죠...
  
  그렇게 헤메던 나날들동안, 전 당신의 눈물을 봤어요. 어느 비오던 날 눈물지으며 고래고래 악을 쓰던 모습도 봤구요..그녀의 창가에 서성이던 모습도 보았답니다. 그러나, 이제 당신은 그런 기억이 있었나...그런 생각이 들겠죠...그리고는 지금은 그녀가 좋아하던 색이 어떤 색이었는지, 어떤 옷을 잘 입었는지, 어떤 노래를 좋아했는지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겠네요.
  그러나, 자책하지 마세요. 새로운 사랑이 오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점점 희미해져 간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누구나 다 그래요. 시간이 그래서 고맙기도 하고 밉기도 하고 그런건데요 뭐.
  아마 다른 봄날이 오고 그 봄날이 또 가고 그 다음 봄날이 오고..언제까지 새로운 봄날이 올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아마, 상우씨도 중간에 한 사람의 사람과 결혼이란것을 하게 되겠죠. 그러면서 은수라는 이름 자체마저도 희미해져 갈지도 모르겠어요. 오랜 시간이 지나 길거리에서 만났는데, 서로 "어..어.."하다가 이름도 기억해내지 못하고선 "그동안 잘 지냈어요?"라고 어색한 인사를 나눌지도 모르겠군요.
 
  그때, 꼭 한마디 하세요...은수씨에게... 추억은 사랑의 또다른 이름이라고. 더 오래, 더 예쁘게 기억에서 남는 이름이라고.




  [8월의 크리스마스의 다림씨에게]

  이제는 울지 않나요? 사진관에 돌멩이를 던지고 화를 내던 당신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그래도, 초원사진관에 걸린 당신의 사진을 찍어주던 정원씨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왔답니다.

  이제, 이십대 중반이 되었겠군요. 남자 친구가 있나요? 아님, 아직도...? 왜 말이 없으신지 모르겠군요. 4년이라는 시간은 그렇게 짧지 않은 시간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아직도 정원씨를 추억이란 이름으로 기억의 한곳에 정리해두지 못하고 계신건가요? 아직까지 그럴 필요도 없어요.
  떠나간 사람이라고 해서 드리는 말씀은 아니구요, 정원씨에 대한 사랑은 정원씨가 차지할 공간에 남겨두고 가끔씩 혼자서 몰래 열어보면서 잊지 않으면 되는 거죠. 그 기억이 희미해져도 정원씨도 당신을 비난하지 않을거예요. 정원씨가 그랬잖아요. 사랑도 언젠가는 무수한 기억속의 사진처럼 추억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구요.
  
  내 그래요. 다림씨...그렇게 웃는 모습이 좋아요. 아 그래요? 그런 사람이 있어요? 아...사람좋고 멋있는 사람이네요. 근데 왜요? 정원씨 때문에요? 아뇨...그럼 정원씨도 화낼꺼예요. 그래요. 확신해요. 다림씨 이제..초원사진관에 가서 정원씨 아버님에게 아직 정리되지 않은 그 사진 달라고 하세요. 그리고 그 사진 그분에게 선물하세요.
  사랑이 가득담긴 사진이잖아요. 그게 다림씨의 첫사랑이 찍어준거라고 말씀하세요. 그분이 다림씨 말씀대로라면, 다림씨를 더 사랑하게 될 겁니다. 정원씨도 좋아할거구요. 아마 정원씨가 그분에게 다림씨에게 사랑받는 비법을 전수해줄지도 모르지요. 그렇다니까요. 전 거짓말 안합니다.

  ...........

  다림씨...당신에게도 이제 다른 사람이 나타났군요. 그래요 당신처럼 착하고 예쁜 아가씨가 혼자 솔로로 지내는것은 어울리지 않아요. 그 밝은 미소를 보여줄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어주는게 더 어울려요. 그게 떠나간 정원씨가 바라는 것일테니까요.

  ...........

  정원씨가 떠났던 그 가을의 계절이 왔어요. 다림씨가 사진보고 웃던 그 계절, 낙엽길에 비가 내리고 있는 어느 오후에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정원씨, 상우씨, 이렇게 다림씨에게, 그리고 마지막으로 은수씨에게도 편지를 쓰겠죠...정말 영화같은 일이죠. 남들은 하기 힘든 그런 사랑을 다림씨는 해봤으니까요.
  얼마전에, 다림씨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누구랑 하는지, 언제 하는지, 전 그건 묻지 않겠습니다. 제겐, 정원씨가 떠난 뒤의 다림씨가 누구랑 결혼하던 중요한것은 아닙니다. 솔직하게 이야기해서요. 그저, 그분을 사랑하고, 정원씨를 사랑했던것보다 더 많이, 아니, 적어도 정원씨만큼 사랑해서 하는 결혼이길 바랍니다. 그래야, 정원씨도 포기하지 않을까요? 아까 정원씨는 다음 세상에서는 꼭 다림씨와 맺어지겠다고 다짐하던데요.

  다림씨..결혼 축하드리구요...늘 아름다운 사랑하세요...




  [봄날은 간다의 은수씨에게...]
  요즘 힘들게 지내신다구요? 많은 사람들이 왜 그 좋은 상우씨를 찼냐고 묻는다구요? 뭐, 아직 사랑을 많이 못해본 사람들일테니까 그냥 은수씨가 이해하세요. 아, 그러세요? 맞아요. 신경쓰고 살면 견딜수가 없죠.

  요즘에는 만나는 분이 계신가요? 그냥 좋게 지내는 분들만 있으시군요....그때 상우씨랑 헤어질때 만나던 분은? 아..그냥 친구셨어요? 그렇군요. 근데 물어보고 싶은게 있는데..조금 질문이...거북할지도...네. 그럼 여쭤볼께요. 상우씨를 사랑하셨어요? 상우씨나 은수씨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것을 본적이 없는것 같아서요. 그랬군요. 저도 그럴거라고 생각했어요.
  이젠 은수씨도 결혼 생각해보지 않으셔야 겠어요? 방송국 일을 언제까지, 나이 먹어서 하기 힘든 직업이잖앙요. 아, 그러세요? 이제 더이상의 결혼은 절대 안하실 생각이신가요? 그럼 너무 외로울것 같은데. 네....하긴 좋았던 상우씨와도 결혼 이야기때문에 멀어지기 시작한것이니...네...이제 그 이야기는 더이상 안할께요.

  요즘도 자연의 소리를 방송하시나요? 그렇군요. 이제는 더 이상 하지 않으시는 군요. 그럼 요즘은? 네.. 오늘 우연히 이렇게 은수씨를 만나서,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은것 같네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

  은수씨, 전 결혼을 해보지 못해서 이혼이란 단어가 솔직히, 와닿지 않네요. 솔직히 아직 결혼조차 해보지 못해서 결혼이 무엇인지, 어떤 것인지도 모르는데 이혼을 말한다는게 웃기는 거죠. 그런데요, 정말 다시는 결혼을 하고싶지 않을 정도로 상처가 크셨나요? 하긴, 방에 굴러다니던 술병들을 보면 얼마나 힘드셨는지 알 수 있을것 같지만.
  
  이제 늦은 이야기지만, 왜 상우씨에게 그렇게 모지셨어요. 아직 어리기만 한 상우씨였는데. 그게 헤어지는데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겠지만. 아...이런 이야기를 쓰려고 펜을 드는 것은 아니었는데...

  은수씨도 사랑을 다시 시작하셔야죠. 사랑이 꼭 결혼으로 이어져야 하는 것은 아닌것 같아요. 그 말씀을 드리려구요. 예전에는 사랑을 하면 꼭 결혼을 해야 사랑이 이루어지는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것 같아요. 사랑을 해도 헤어질 수 있는 거구요. 정원씨나 다림씨처럼 말이죠. 그들은 헤어졌지만, 분명히 지금도 사랑하고 있는 것 같았거든요.

  상우씨도 이제 은수씨가 정리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겠죠. 깊은 사랑만큼 그만큼 이별이란것에 들어가는 시간도 비슷한것 같으니까요. 은수씨도 이제 상우씨에게 미안한 마음은 정리하고 새로운 사랑을 하세요. 사랑하는,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이 다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은수씨두요.

(총 0명 참여)
pecker119
감사해요.   
2010-07-03 08:35
1


봄날은 간다(2001, One Fine Spring Day)
제작사 : (주)싸이더스, Applause Pictures, Shochiku Films Ltd. / 배급사 : (주)시네마 서비스, Applause Pictures, Shochiku Films L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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