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기대하고 있는 헐리우드 빅3가 있지요.
김지운,박찬욱,봉준호 감독의 헐리우드 데뷔작들입니다.
그 첫 타자인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가 드디어 개봉하였습니다.
라스트 스탠드는 썩토지수도 그리 나쁘지 않았고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영화계를 잠시 떠났던 아놀드의 복귀작이라는 점도 겹쳐서 기대는 꽤 컸습니다.
그런데 이 주지사 영감님의 스캔들이 의외로 영향이 컸나봅니다.
미국 전역을 떠도는 택시기사들도 영감님 출연 영화는 안 본다는 소문까지 돌 정도였으니까요.
영화의 설정은 나름대로 인상적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차를 타고 도주하는 마약왕과 한때 마약반에 있었지만 이제는 가장 느려터진 보안관 영감님의 대결 구도입니다. FBI가 후송하던 마약왕이 탈주에 성공하고 멕시코 국경을 넘기 위해 서머튼이라는 작은 마을을 이용하려 합니다. 마을은 현재 주민들이 축구 응원을 하러 간 상태라 남은 사람들은 몇 명의 노인들과 소수의 보안관들뿐이죠.
보안관이 마을을 지킨다는 점에서 영화는 <하이 눈>의 덕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놀드가 연기한 레이 오웬스를 포함해서 영화 속 캐릭터들은 좀처럼 진중함을 찾지 못 합니다.
영화는 작정하고 액션물 속에 유머코드를 집어 넣었죠.
두 영화 속 메타포 자체가 다른 겁니다.
전통적으로 김지운 영화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인간의 정체성을 다루는 감독'이라는 평을 듣는 김지운이지만 애초부터 헐리우드에 고용된 면이 강했기 때문에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기는 힘들었겠죠.
영화는 김지운의 이름은 잊은채 시미치 뚝 떼고 농담덩어리들로 채웁니다.
그래도 영화 속 액션들은 나름대로 신납니다.
'놈놈놈'이나 '악마를 보았다.'을 인상적으로 감상하셨다면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겁니다.
총격전 중 등장한 조명탄이나 마지막 카체이싱 장면들에서는 발랄한 폭력의 미학도 챙길 수 있답니다.
김지운 감독의 선택권이 어느 정도까지 이루어졌는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의 신나는 총성의 리듬 속에서도 둔탁거림이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김지운 감독이 욕심은 크게 버리면서 작정하고 B급 액션물로 갔던 건 아닌가 생각되네요.
*** 아놀드 영감님의 육탄전이 나오는데 전성기때도 이렇게 열심히 하셨었는지 갸웃거리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