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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 달러 호텔] 그렇게... 새로이 태어난 거겠죠. 밀리언 달러 호텔
happyend 2002-06-16 오후 9:25:08 1113   [0]
2년 전에 부산국제영화제 갔을 때 벼르다가 못 본 영화 중에 하나가 빔 밴더스의 [밀리언 달러 호텔]이었습니다. 밀라 요요비치와 멜 깁슨 주연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이 있는 영화였죠. 감독과의 대화시간까지 끼여 있는 표를 구하기는 당연히 구하기 어려웠습니다. 저희 일행 중엔 어떻게 어떻게 표를 구한 언니 한 명만 보고 왔는데.... -_-;; 영화 너무 재미없어서 깜박 졸았다고 하더군요. 사실 빔 밴더스 감독의 전작을 떠올려보면 뭐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이긴 했지요. 그 영화를 2년 만에 서울에서 보게 됐습니다.

로비에 모인 사람들은 그를 공포와 경악이 뒤섞인 표정으로 쳐다봅니다. 아무리 수사를 위해서라지만 이런 식으로 로비에 사람들을 모이게 하다니... 기브스를 한 목만 뻣뻣한 게 아니라 생각도 뻣뻣한가 봅니다. 사람들의 눈빛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스키너 형사는 재벌 상속인 이지의 자살(혹은 타살)사건의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다들 고생할 각오하라고 엄포를 놓습니다. 한때 대통령이 묵어갈 정도로 날렸던 〈밀리언 달러 호텔〉은 영화는 간데없이 허물어진 외양만큼이나 후줄근한 사회 부적응자의 집합소가 되어 있습니다. 로비에 모인 이 사람들을 면면을 보면 그렇죠. 스키너가 현재 용의자로 조사하는 사람 중에 가장 혐의점이 높은 인물은 창녀인 엘로이즈와 이지의 룸메이트인 제로니모입니다. 그는 범인을 잡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쓰고 약간 모자란 톰톰마저 이용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과연 진실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사람들은 거짓에 사로잡히기 쉽습니다. 자신의 이기심과 결합할 때는 더 그렇죠. 거짓조차도 마치 진실처럼 자신을 설득시킬 수 있으니까요. 이지에 대해 일심단결해서 거짓말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그를 잘 알고 있는 자신조차도 깜박 속을 거 같다고 하던 톰톰의 대사는 바로 그런 느낌을 축약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진실 따윈 얼마든지 무시하는 사고방식은 가난한 호텔 사람들이나 부유한 이지의 아버지나 하나도 다를 바 없었죠. [밀리언 달러 호텔]은 부유하거나 가난하거나, 진실이나 거짓이나, 여자나 남자나 그저 이 험한 세상 속에서 뒤엉켜 사는 혼란 덩어리로 보고 있었습니다. 이런 혼란을 통해 삶의 진정한 가치를 말하고자 한 게 아닐까 생각 들었거든요. 서로 반대의 입장이지만 비슷했던 스키너와 톰톰은 그것을 말하고자 한 감독의 분신이 아닐까요?

시놉시스만 봐서는 멜 깁슨 특유의 형사물-아시죠? [러셀 웨폰]시리즈요.-같아 보이지만, 전혀 그런 영화 아닙니다. 아마 그런 영화 기대하고 보셨다간 얼마 전에 개봉했던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고스포드 파크]같은 경우가 생기실 거예요. 그러나 빔 밴더스 영화라는 걸 기억하고 보신다면 ‘[베를린 천사의 시]에서 지상으로 뛰어내린 천사가 현실에 살았다면 이렇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보시게 될 겁니다. 몽환적이고 철학적이지만 뭐랄까 좀 더 세속적인 색깔을 가지게 된 느낌이었거든요. 칼라라서 그런가? ^^;; 눈에 익숙한 배우들이 많이 나와서 그나마 내용이 좀 어려워도 훨씬 편하게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톰톰 역의 제레미 데이비스가 유명한 배우에 밀리지 않는 흔들림 없는 연기를 보여줘서 몽롱하면서도 차분한 영화의 분위기를 잘 살렸더군요.

마지막에 스키너는 엘로이즈를 보듬어 안습니다. 그동안 자신이 애써 잊고 싶어했던 과거를 이제는 속이지도... 미워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은 채 담담히 끌어안을 수 있게 됐다는 뜻이겠죠. 스키너는 이제 더 이상 육체적 고통보다도 더 뿌리 깊은 정신적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지 않을 것입니다. 고통 속에 빠져 허우적대기보다 그 고통을 삶 속으로 끌어들여 감싸 안는 마음. 수많은 기회를 가지고도 생을 낭비하다 떠난 이지와는 반대로 톰톰이 발견한 생의 완벽함은 이렇게 스키너와 엘로이즈를 통해 새로이 태어난 거겠죠. 그런데... 보노..ㅡㅡ^ 가수가 음악만 잘 해도 훌륭할 텐데, 시나리오에 제작에 음악까지... 신은 불공평하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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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 달러 호텔(2000, The Million Dollar Hotel)
제작사 : Icon Entertainment International, Kintop Pictures, Road Movies Filmproduktion / 배급사 : CJ 엔터테인먼트
공식홈페이지 : http://www.1000000ho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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