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크리스마스>를 통해 담백하고 일상적인 멜로를 선보인 허진호 감독의 두번째 멜로이야기이다. 구성과 느낌면에서 전작과 무척이나 닮아 있었다. <8월의 크리스마스>가 사진이 매개체였다면 <봄날은 간다>는 사운드 엔지니어 상우(유지태)와 지방 방송국 라디오 아나운서 은수(이영애)가 자연의 소리를 담는대서 사랑이 시작된다.
이 영화는 너무나도 편안하게 볼 수 있다. 인물들에게 감정을 투영시키기 보다는 한발짝 물러서서 관찰하는 듯하기 때문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아버지방 밖에 있는 한석규를 실루엣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나 봄날은 간다에서 비오는 날 창문 너무로 식탁에 앉은 유지태의 모습 등 허진호 감독의 작품에는 이렇게 멀리서 관찰하는 듯한 컷이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
은수와 상우의 사랑은 상당히 보편적이다. 함께 작업하면서 서서히 싹튼 사랑은 일상처럼 점점 퇴색하고 무료해진다. 보는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여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이때문이다. 전작처럼 죽음이란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이번처럼 단순한 이별이라도 그들은 추억이 있기에 다시 웃을 수 있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 올 수 있을 것이다.
평범하고 다분히 상투적이기도 하지만 상당히 일상을 디테일하게 표현된 <봄날은 간다>. 조미료가 없는 맑은 된장국과 같은 영화였다. 서정적인 음악과 편안한 듯 인물들을 비추는 앵글들과 부수적으로 보여지는 전통적인 가족사나 과도기적 사랑이야기까지. 참으로 티없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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