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괴물>을 봤습니다..
봉준호 감독 특유의 스타일이 <살인의 추억>에 이어 유감없이 나타나더군요.
그리고 인간의 어리석음이 자초한 재난, 강자 앞에선 싸이코가 되어버리는 약자의 진실...
주제의식도 뛰어났습니다.
그러나.....
그게 다였습니다.
물론, 괴물이 나오니, 깜짝깜짝 놀라고 긴장되는 부분들 많았습니다.
그러나 헐리우드 영화의 방대한 스케일이 아닌 이상 침이 꼴깍 넘어갈만한 효과를 기대하기는 당연 힘듭니다.
그렇다고 해서 감독이 표방했던 가족애의 감동이 정말 기막히게 살지도 않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착각하고 계신 부분이 있습니다.
영화는 물론, 사회를 반영한 주제의식이 뚜렷하게 담겨 있을 때 가치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다가 아닙니다.
영화의 본질적 목적은 관객입니다. 관객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그렇다면 주제의식만 잘 담는다고 관객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요??
아니죠~ 재미와 감동, 즉 오락적 요소가 어느정도 함께 충족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오락적 요소는 단지 영화볼줄 모르는 사람들이나 열광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무겁고 주제의식 강하다고 무조건 좋은 영화라 자신을 평론가 수준으로 맞추려 합니다.
얘기가 좀 빗나갔는데요...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영화가 주제의식을 녹아내는 데에 있어선 단연 돋보였지만
관객에게 가장 어필될 수 있는 재미와 감동 즉 스토리라인은 조금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운동권적인 과격한 장면들도 사실 거부감들었습니다. 괴물이 불에타는 CG는 정말 감동있는것이 아니라
웃음이 나오더군요....
이 영화를 보기 전부터 "괴물에 대한 공포성보다 가족애가 더 큰 포인트다"라는 말 수없이 듣고 봤습니다.
처음 제목만 접했을 땐, 헐리우드 괴물영화를 기대한 것이 사실이었고,
감독의 말을 듣고부터는 가족의 끈끈한 사랑과 감동을 기대한 것이 사실이었으나,
그 감동마저 없었으니 이 영화에 실망했다는 사람들은 아마 저같은 마음일꺼라 생각됩니다.
사실 딸(조카)을 구해내기 위해 가족들이 괴물과 맞서는 것 자체가 가족애라면 할말 없습니다.
그러나 가족애가 주 포인트였다면 그 이상의 가족애를 보여줘야 했습니다.
제발 영화에 실망했다는 사람들에게 호평을 강요하진 마세요.
이렇게 영화 뿐 아니라 세상 모든 것에는 사람마다 기호가 다릅니다.
전 영화에 실망하긴 했지만, 이 영화에 열광하시는 분이 무조건 잘못됐다고는 생각하진 않습니다.
제 생각이 전체의 생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거든요...
혹평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 이유가 분명 존재하거든요.
무비스트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은 주로 영화에 관심이 많고 보는 눈도 뛰어나신 분들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이 영화의 완벽한 주제의식에 높은 점수를 주시는 분들도 많다는 것 압니다.
그러나 다수의 관객에겐 오락성도 중요합니다. 물론 저에게도 그렇구요.
오락성 운운하며 혹평한다고 무조건 영화에 무지하다느니 무시하는 것은 보기 안 좋습니다.
어떤 분은 괴물을 왕의 남자와 비교하면서 이 영화의 흥행을 그 이상으로 점쳐보시던데...
물론 영화의 장르와 성격이 완연히 다른 영화를 갖고 비교하는 건 무리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작품성에선 정말 최고이지만 상업성까지 최고가 될지는....
암튼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두서없어진 것 같지만 끝까지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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