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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재구성 괴물
kharismania 2006-07-28 오전 1:52:43 1092   [4]
어린 시절 어쩌다 '세계의 미스테리'라는 제목의 도서를 읽었던 적이 있다. 그리고 그 책 내용중 '네스호의 괴물'이라는 제목의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네스호의 괴물은 몇장의 근거사진과 더불어 진실여부의 판단이 유보되고 있는 미스테리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물론 네스호의 괴물이 속시원하게 정체를 드러내며 우리의 물음표를 회수하진 않았지만 그 물음표의 빛깔이 세월의 흐름과 함꼐 희미하게 퇴색되어 뒷전으로 밀려간 것은 사실이다.

 

 한때 대한민국의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한강이 반으로 갈라지며 마징가 Z가 등장할 것이라는 풍문에 어린시절 기대감을 품었던 적이 있으나 마징가 Z의 원산지가 일본이라는 사실에 금소를 감추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만약 한강에 괴물이 있다면? 그 괴물이 어느날 우리앞에 떡하니 나타나 한강시민공원의 여유로움을 공포의 도가니로 탈바꿈한다면? 어쩌면 이는 상당히 살육적인 공포스러움과 동시에 상반된 영화적 상상력에 기반을 둔 기대감으로 변주될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이 꿈꿀 수 있는 SF적 상상력이 환타지적인 미생명체까지 뻗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 그것이 '괴물'에 대해 품을 수 있는 단면적인 단상이 될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이 영화를 제목에서 뿜어져나오는 뉘앙스만에서 겉핥기한다면 괴물과 인간의 사투로부터 튕겨져나오는 스릴넘치는 박진감으로 정의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괴물을 인간이 맞서야 하는 적으로써의 상징으로만 염두에 두지 않았다. 이 영화는 단순한 오락성의 외형을 갖춘 것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으나 그 뚜껑을 열어보면 그 안에 잠재된 이야기의 깊이는 무궁무진하다.

 

 시작부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충격적인 사실로 여겨질 사실과 대면한다. 미군기지로부터 대량의 포름알데히드가 한강으로 불법적인 무단방류되는 과정은 단순히 영화의 허구적 상상력에서 기반한 것이 아니다. 2000년도에 일어난 미군기지내 포름알데히드 무단 방류 사건을 직접적으로 어필하는듯한 인상이 드는 도입부는 이 영화가 단순히 괴물을 내세운 오락적 환타지를 추구하는 것이 아닌 현실적 이야기를 위해 괴물이라는 허구적 환타지를 활용함이라는 추측을 가능케한다.

 

 여유로운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망중한을 즐기는 서울시민의 이목을 끄는 괴물체가 교각에서 발견되고 그 괴물체는 순식간에 시민공원에 상륙하며 한강시민공원을 아비규환으로 몰아간다. 그리고 공원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강두(송강호 역)와 그의 아버지 희봉(변희봉 역)은 강두의 딸인 현서(고아성 역)가 괴물에게 납치되어가는 과정을 넋놓고 보게된다.

 

 일단 이 영화의 중심포석에 놓인것은 가족이다. 사실 이 가족은 조금 위태로워보인다. 아버지와 함께 한강시민공원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강두는 사실 무능력자에 가깝고 그의 동생인 남일(박해일 역)은 술냄새풍기는 한량처럼 보인다. 또한 강두가 젊은시절 사고(?)로 얻은 딸 현서는 어린시절 도망간 어머니 대신 아버지로부터 혼자 키워져왔다. 현서의 고모인 남서(배두나 역)는 훌륭한 실력을 갖춘 궁사이나 중요한 순간에 활시위를 당기지 못하는 컴플렉스를 지녔고 이로 인해 가족의 전국체전 금메달에 대한 기대감을 동메달로 낮춘다.

 

 극중 괴물로 인한 희생자의 합동장례식에 납치된 현서 역시 명단의 한사람에 오르고 그로 인해 가족은 재회한다. -극중 '현서덕분에 가족이 오랜만에 뭉친다'는 희봉의 대사처럼- 하지만 가족의 재회는 결코 회포를 푸는 웃음이 아닌 희생된 현서를 향한 절규로 채워진다.

 

 하지만 가족은 하나의 목표를 지니고 강하게 뭉친다. 서로 무심결에 묻어두었던 끈끈한 정을 되찾게 되는 이유는 사선에 내던져진 어린 구성원을 향한 구조의지이다. 단지 개인적인 이유. 사회적인 공익성이 아닌 지극히 소수적인 가족의 존립을 위해 이 영화를 꾸려가는 소시민은 찬란한 영웅담이 아닌 소박한 가족담을 그려낸다.

 

 사실 영화에 등장하는 괴물은 위압적인 몸체를 지닌것도 아니다. 날쎄지만 기형적인 다리로 뒤뚱거리며 여러번 실족하는 어설픔마저 지닌 이 괴생명체는 위협적이면서도 무언가 결핍된 장애성을 지닌다. 그것은 인간이 -엄밀히 따지면 미군이- 내버린 독성물질로 인해 기형적 성장을 거친 괴물로부터 얻어지는 일련의 연민일지도 모르겠다. 특히나 최후반부 괴물과 가족의 사투씬은 통쾌하거나 시원하지 않은 것은 생존에 발버둥치는 괴물로부터 느껴지는 감성이 사악함이라기보다는 자기 생존적 욕구의 지극히 당연함이기 떄문이다. 이는 괴물의 사악함에서 비롯된 인간의 비극담으로 이해되기 보다는 인간의 만행으로 인해 펼쳐진 괴물의 탄생비화자체에 대한 자숙적 요구에 의한 필요성이다. 기형적인 -말그대로 진화가 아닌!-체형으로 폭식하듯 인간을 삼키는 연꽃모양의 주둥이마저도 괴물에 대한 공포감 이면의 비정상적인 생존 욕구의 발현으로 여겨진다.

 

 재미있는 것은 단순히 외형적인 스펙타클함 대신 세부적인 디테일함으로 이 영화는 승부수를 띄운다는 것. 사실 국내영화가 컴퓨터그래픽을 통한 영상적 퀄리티로 할리웃의 화려한 영상과 승부를 건다는 것은 무모함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괴물은 한국현실에 걸맞는 모범사례가 되어준다. 이 영화는외관적으로 할리웃의 기술력을 배치하고 한국적 감성의 내실을 다진다.

 

 폭풍전야와 같은 초반의 평온함이 괴물의 등장과 함께 극도의 긴장과 같은 광란에 휩싸이며 시작부터 영화는 관객의 카타르시스를 극한으로 끌어올리지만 그 이후로 카타르시스의 공백을 채워넣는 것은 평범한 인물들로부터 도출되는 위트와 소박한 가족이 보여주는 애틋한 감성선이다. 마치 관객에게 감정적 파장을 그려넣듯이 긴장과 이완의 반복을 거듭하는 이 영화는 두 눈으로 확인되는 긴장감으로 관객을 몰아가기도 하고 상황과 인물들의 소통사이에 발견되는 위트에 잠시 쉬어가기도 하고 비통한 상실감과 인물들의 자성적인 몸부림으로 빚어지는 애환적인 비통함에 젖어든다.

 

 이 영화의 CG기술은 타이틀 그 자체로 서 있는 괴물의 완성을 위해 올인되었다. 놀라운 것은 괴물의 형상이 사실적으로 구현되었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움직임 역시도 어색함없는 자연스러움 그 자체라는 것이다. 특히나 괴물의 아크로바틱한 움직임을 세심하면서도 절묘하게 잡아냈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의 화면적 만족도는 극치에 닿는다. 비록 그것이 할리웃의 기술력을 이식한 것이라 할지라도 외부적인 기술력의 유입이 단순히 그 표현력의 단순한 대입에 그친것이 아닌 자국에서 고심한 캐릭터의 완성으로부터 빚어진 참고로 활용되었음은 꽤나 고무적이다. 이는 단순히 외국의 기술력에 100%의존하지 않고 가능한만큼의 노력위에 더높은 완성도를 위한 자문정도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추후에 비슷한 길을 걷게 될 영화들의 좋은 선례가 되어줄 것 같다.

 

 또한 배우들의 연기는 이영화의 감정선을 살리는 캐릭터의 존립에 크게 이바지한다. 봉준호 감독의 전작인 '살인의 추억' 출연진이 고스란히 바톤을 넘겨받은 듯한 이 영화는 송강호와 변희봉, 박해일까지 세명의 인물이 봉준호의 또다른 이야기를 위해 열연했고 배두나와 고아성이 봉감독의 전작에서 결핍된 여성 캐릭터를 수혈했다. 어느 누구하나 흠잡을 것 없이 캐릭터에 충실한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은 영화의 튼실한 완성도를 수놓는 이 영화의 순수한 결정체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가 서글픈 것은 국가와 사회가 빚어낸 비극을 책임지고 떠안아야 하는 것은 개개인의 소시민이라는 것이다. 괴물을 만들어 낸 것은 국가의 정책적 무관심과 그 무관심 속에서 활개를 치는 외세의 오만함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 피해를 맛보는 것은 소수의 개개인이며 결과적으로 그 공적인 문제를 해결해내는 것도 상처입은 소시민이다. 결국 심각한 위기상황을 해결할 영웅의 구원담은 적어도 현실에서 적용되지 않음을 이 영화는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또한 이는 국가를 비롯한 공공기관에 대한 불신과도 맞닿는다. 민중의 지팡이를 자처하는 경찰들의 가식성 사건의 본질적 해결보다는 개인의 희생을 통한 사건의 무마를 염두에 둔 국가의 이기적 표상까지 이 영화는 날카롭게 꼬집고 해학적으로 묘사한다.

 

 또한 이 영화는 미국의 오만한 자국중심주의적 논리를 비웃는다. 이 영화에서 대한한국의 바이러스 미발견 사태는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미발견 사태와 유사하다. 결과적으로 목적을 위해서 확실치 않은 상황을 우격다짐으로 밀어넣은 채 국제사회에서 지닌 영향력을 바탕르로 자신들의 과실을 쉽게 무마시키는 오만함을 은유적인 표정이지만 직설적인 화법으로 휘벼판다. 이는 미국인 의사가 강두를 살펴본 뒤 그와 함꼐 한 한국인 의사에게 진실을 털어놓는 과정에서 의도를 확실하게 드러낸다. 확실한 것은 이를 반미정서로 이해한다면 곤란하다. 이 영화는 한반도처럼 모호한 픽션으로 감정을 일방적으로 몰고 나가지 않으며 현실적 근거위에 괴물이라는 환타지를 덧씌워 완성한 설득력있는 비판의 산물이다.

 

 어쩄든 영화의 결말은 상당한 긴장감과 더불어 감정적 애잔함을 상존시킨다. 이루어지지 못한 그들의 간절한 상봉은 가족의 끈끈한 정을 관객에게 타들어가듯 녹인다. 또한 결국 전달되지 못한 부성애가 만든 가족의 재구성은 이루지 못한 그들의 간절한 사연에 대한 일련의 보상처럼 다가온다. 그래도 비극속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소시민들의 군상에서 다수의 횡포앞에서도 꿋꿋하게 제 발길을 걷는 민초의 생명력을 얻는 것만 같다.

 

 봉준호 감독은 과거 자신이 한강의 교각에서 발견한 괴생물체에 대한 기억담으로부터 이 영화의 구상을 시작했다고 했다. 이것이 그의 진실한 개인 사담일지 혹은 영화의 광고효과를 위한 노림수일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대한민국의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이 영화를 보고 나니 한강에 괴물이 있어도 이상할 것은 없다고 필자는 생각했다. 서울시민이 배출한 오수는 어쩌면 무관심하게 흘려내는 인간의 오만한 욕심의 산물일지도 모른다. 그런 오만함은 하수구를 거쳐 한강으로 흘러든다. 비록 독극물은 아닐지라도 현실의 인간은 여전히 환경을 위협하고 있고 그로 인한 비극적 결과물의 도래는 언제여도 이상할 것이 없을지 모른다. 언젠가 한강시민공원에 괴물이 출몰한다해도 놀랍지 않다는 것. 그래서 필자는 한강시민공원에 되도록 가지 않을 생각이다. 어쩌면 그것마저도 자신이 초래한 비극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가 될까.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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