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 SF라고 하기에는 조금 작은 감도 있지만 ) 라는 영화에서 드라마를 만들어내고 드라마를 만들어냈다는 것은 당연 놀랍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송강호가 보여주는 슬퍼하고 분노하는 포장되지 않은 소시민의 모습. 아무리 극적으로 분노해도 사람이 졸리면 자게되는게 현실인것처럼 딸의 영정앞에서 졸리니 태연하게 잠을 자는 모습까지. 어찌보면 내가 봉감독에게 감탄하는 것은 그렇게 힘을 빼고, 그대로의 우리 모습과 심리를 잡아내는 능력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인물들이 단순히 입체적이라기 보다는 평면적이라고 해서만은 아니지만, 인물들이 조금 파편화되어버린게 아닌가 싶은 삼촌과 고모, 할아버지가 평면적인게 아닌가, 가족이라는 모습속에 어느정도 설정되어 이미 예견되어버리는 인물들이 되어버린게 아닌가 그래서 밋밋한게 아닌가... 송강호 역시 그 기막힌 연기에도 불구하고 조금만더 조금만더 했던건 뭘까 싶었다.
그건 아마도, 무엇보다도, 이 영화가 봉준호 감독이 만들었다는 점, 그리고 잊을 수 없는 명작중에 명작 ‘살인의 추억’을 만들었다는 것이 오히려 이 영화를 보는 내게는 마이너스가 됐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그정도의 영화를 만든 감독 역시 스스로가 ‘살인의 추억’을 넘어서야하는 숙제를 본인 스스로가 두고 두고 갖게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됐다.
뭐 ‘괴물’은 괴물이고 다른 전작은 전작일 수 있겠지만, 대단히 현실적일 수밖에 없는 영화속 인물들의 무력한 현실앞에 주인공들의 모습이 봉감독 특유의 영화 화법이 아닌가 싶고, 괴물속 가족들도 그런 ‘살인의 추억’에 나오던 주인공들과 비슷한 맥락의 연장선이 아니었나 싶었다. 그리고 그 무력한 현실속에 변해가는 인물들의 세미한 심리변화에 대한 놀라운 스케치와 유머까지 ‘괴물’에서 기대를 했던게 아니었나 싶었다. 그런점에서 나는 영화를 보기 전에 이미 과대한 홍보에 나 스스로의 괴물이라는 영화를 그리고 있었던게 아니었나 반성을 해본다.
물론, 이 영화가 실망이라는건 정말 아니라는 것은 당근이다! 기대치에 관한 얘기일 수 있겠다. 그리고 이영화를 보면서 소름끼쳤던 장면, 아마 내가 본 한국영화중에서 잊지못할 명장면중에 명장면으로 기억될 장면, 힘드고 배고프고 지쳐 콘테이너 박스에서 컵라면을 먹던 장면, 그런데 서서히 나타나서 함께 식사하는 딸을 보던 식구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딸에게 김밥도 주고, 반찬도 얹어주면서 아무렇지 않게 평소하던 식사처럼 먹던 가족들의 평화스런 모습... 정말 이 장면에서 소름이 돋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영화에서 가족을 표현하는데 이것만큼 전율스런 장면이 있을까? 이 몽환적으로 표현되던 가족의 모습이야말로 아마 명장면중에 명장면이 아닐까
아뭏튼 이렇게 상당한 수준의 기대치를 줄 수 있는 감독이 한국에도, 장르를 가리지 않고 , 있다는 것은 분명 행복한 일인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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