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뭐, 순전 말잔치잖아...
기대 안 했다. 그런쪽(?)으로는.
내가 이 영화가 재밌겠다고 말했을 때, 그거 야한 거 아냐? 하고 고개를 외로 꼬던 사람들에게는, 아,
그거 야해서 보고 싶다는 거지~하고 눙치듯 말했지만.
야하면 어때, 한국에 어쩜 그 많다는 게임방보다 많을 거 같은 모텔에서는 더 야한 짓들을 하고 있을텐데.
그런 것들을 영화에서 보겠다고 하는 거 자체가 웃기는 거 아니냔 말이다. 엿보기의 성적 취향이 없다면 말이지.
더더더더 야한 짓들을 그런 멀쩡한 얼굴을 하고 파트너와 하고 있을 지 알게 뭐냔 말야.
관심없다. 더럽다거나 징그럽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알고 싶지 않단 말이다.
인류 최대의 농담은 야설에서 나왔다고 말한다.
어쨋든 제일 솔깃하고 짜릿하고 은근한 맛이 있는 이야기이기는 하겠다.
이 영화가 끝까지 웃기는 야설이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렇게 끝까지 사대부의 성적 금기의 틈새를 파고드는 발칙한 이야기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왜 뜬금없이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라느니, 왜 사랑밖에 모르는 한 여자를 버리느냐느니, 그런 시덥잖은 사랑타령을 해대는 걸까?
그냥 끝까지 배짱좋게 바짝 끓였으면 좋았을 것을, 불을 낮추고 말았다.
간이 작아도 너무 작았다. 좀 더 썼어야 했어.
등장인물의 감정을 화끈하게 드러내는 의상도 좋았고, 인물만 끌어당겨 들이대지 않는 멀찍한 카메라 앵글도 좋았다.
그런데, 아무래도 아쉽다.
영화는 카메라 앵글이나 의상으로 보는 게 아니지 않은가?
그냥 정말 모르는 척 뻔뻔하게 음란했으면 좋았을텐데 그러면서.
완전히 따로 노는 이야기를 섞어 놓은 거 같다. 달콤하지도 취하지도 않는 실험용 칵테일이라도 마신 듯이.
혀에서 한번 식도에서 한번 위에서 한번 장에서 한번 끈임없이 걸리는 느낌.
눈 딱 감도 꿀꺽 삼켜줄 수도 있지만, 이번에는 왠지 너그러워지지 않는다.
나도 감정의 기복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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