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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 무섭다고 하자! 뭐가 문제지..? 분신사바
ysee 2004-08-06 오후 2:39:11 1269   [0]

감독:안 병기   주연:김규리, 이세은, 이유리

<호>[분신사바] 무섭다고 하자! 뭐가 문제지..?

공포 영화 전문 감독으로 자리 매김한 [안병기] 감독의 세 번째 공포 영화 "분신사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의 제목이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하게 전달됨에 있어 "분신사바"이란 제목은 머리 속에 각인 될 만큼 강렬하다. 영화의 이야기를 하기 앞서 "분신사바"는 귀신을 불러내는 주문이다. 학창 시절 누구나 한번쯤 해보았을 이 주문은 일본에서 상당히 유행했었고, 당시 일본에서는 "분신사바" 주문을 하지 못하도록 각 학교에 공문이 내려질 정도로 사회 현상으로 번졌었다.

세월이 흘러 국내에도 상륙한 "분신사바" 주문은 80년대 후반과 90년대를 거치면서 학교는 물론 적어도 세명이 모이면 심심풀이(?) 게임으로 생각하고 위험한(?) 주문을 걸곤 했다. 학교 성적은 어떻게 나올까..? 내 님은 있는가..? 대학엔 갈 수 있는가..? 등 뻔하디 뻔한 질문을 하고 소원도 빌곤 했다. 그렇게 틈만 나면 주문을 외웠던 "분신사바"의 주문이 별거 아닐 것이란 생각을 순식간에 불식시키면서 공포를 불러일으키게 한 영화 "분신사바"는 일상의 평범한 소재로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학창 시절 누구나 해보았을 법한 "분신사바"의 주문을 영화 시작과 동시에 [유진:이세은]은 죽음의 저주를 내리게 되고, 곧바로 원혼의 모습을 등장시키면서 아예 첨부터 공포의 강도를 높여 논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시퀀스는 저주를 내렸던 학생 중에 한 명이 불에 타 숨진 사건이 벌어진다. 새로 부임한 미술 선생 [은주:김규리]는 학생들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기 위해 출석을 부르는데, 29번 [김인숙]을 부르는 순간! 학생들은 기겁을 하고 교실 밖으로 뛰쳐나간다. 그리고 [은주] 뒤에 드리워진 원혼의 모습.. 오싹한 기운을 전달하면서 과연 29번 [김인숙]은 누구이고, 어떻게 죽음의 주문에 걸린 학생들은 왜 불에 타 죽는 것인가..? 하는 궁금증에 휩싸이게 만든다.

영화 "분신사바"의 저주는 [김인숙:이유리]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면서 한 마을에 간직한 불미스러운 사건.. 30년 전의 사건과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원혼을 불러냄과 동시에 저주가 시작되어 걷잡을 수 없는 공포의 시간을 보내야만 하는 마을 사람들.. 학생들의 의문사를 파헤치려는 [은주]의 행동과 원혼의 혼령이 [유잔]에게 스며들어 복수를 자행하는 모든 것들이 현재가 아닌 과거 30년전 숨겨진 마녀(?) 사냥에서 비롯되었다. 소위 학교 내 왕따 문제가 공포의 시발점이 되었지만, 서서히 밝혀지는 공포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 공포임에도 불구하고 슬픈 모녀간의 애절한 사랑으로 다가온다.

영화를 결과론적으로 놓고 본다면 빙의.. 전생에 관한 영화이다. 과거 마을 사람들에게서 죽음을 당했던 모녀의 원혼이 빙의 되고, 환생되어 복수를 한다는 것이다. 한국 공포 문화는 "한(恨)"에 적잖은 의지를 하고 있다는 게 조금은 아쉽다. 공포의 시작은 "한(恨)"에서 출발하고 "한(恨)"이 풀리면 공포도 사라진다 게 한국 공포 문화의 한계성을 가져다준다. 서양의 공포 문화나 가까운 일본의 공포 문화를 보더라도 한국의 공포 문화와 크게 또는 자그마하게 차이가 있다. 불특정 다수에게 일어나는 공포는 주인공이라도 안심 할 수 없을 정도로 숨가쁘게 다가오는데 반해, 한국 공포는 절대 주인공은 공포로부터 안심 할 수 있다는 게 보편적인 결과이다. 영화 "분신사바" 역시 이러한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함에 아쉬움이 남는다.

기분 나쁘게 들려지는 소리.. 초조하면서도 두렵게 공간을 들여다 볼 때 불쑥 튀어오는 정체 모를 육체의 일부분의 등장 때 들려지는 강한 음향 효과는 놀래킴으로 만점을 줄 수 있으나, 절대 등골이 오싹할 정도의 긴 여운을 주지는 못한다. "분신사바"의 공포는 극명하게 나누어진다. "무섭다" "무섭지 않다"로 양분화 된다는 것이다. 이 결과는 단순히 영화의 내러티브로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포의 대상인 원혼의 등장 때 마다 드리워지는 심적 긴장감이 그 주체라 할 수 있겠다. 아마도 연출을 맡은 "안병기" 감독도 이 부분이 가장 신경을 쓰지 않았나 싶다. 그러기에 내러티브는 약하게 다가오고 공포의 실체는 강하게 다가온다.

전작 "가위" 와 "폰"은 공포의 실체보다는 드라마에 충실하여 인물 중심의 영화가 완성되었다면, "분신사바"는 인물을 형성시킨 과거 사건에 치중하면서 강한 임펙트적 공포에 공력을 쏟아 부었다. 필자는 늘 공포 영화에 대한 글을 쓸 때마다 누차 이야기하는 것이 "공포 영화는 무조건 무서워야 한다는 것이다".. 공포는 일단 무서워야 하고 그 다음에 이야기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긴장감에서 느껴지는 짜릿한 쾌감으로 인해 극장 문을 나서서 영화를 생각할 때마다 스륵 스륵 솟아오르는 소름 끼침을 느껴져야 한다. 공포를 즐겨야만 전해 받을 수 있다는 게 필자의 중론이다.

오랜만에 공포물로 돌아온 "김규리"의 연기는 무난하게 다가오지만, 왠지 아쉬운 마음이 든다. 저주를 내리고 원혼에 의해 지배당하는 '이세은"의 연기는 강렬하게 다가온다. 저주의 주체가 되고 슬픔을 간직한 "이유리"는 첫 스크린 나들이에 비해 보이듯이 안보이듯이 절제되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10년만에 찾아든 불볕 더위에 하루 하루가 지친다. 피서를 가고 싶지만 작열하는 뜨거운 햇볕에 의해 만사가 귀찮아 진다. 그저 팝콘과 콜라를 사들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면서 짜릿하고 편안한 공포 영화 한 편을 본다는 기분으로 "분신사바"를 선택한다면 만족하겠지만, 이건 어떻고 저건 어떻고 분석적으로 "분신사바"를 관람한다면 고개를 갸우뚱거릴 것이다.

인천에서"호"...[www.onreview.co.kr-온리뷰] [http://cafe.daum.net/movieandcitizen - 영화시민연대]

50자평: "가위"와"폰"은 드라마에 충실하여 인물 중심의 공포영화라면, "분신사바"는 인물을 형성시킨 과거 사건에 치중하여 임펙트적 공포에 공력을 쏟아 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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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사바(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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