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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소외된 사람들의 따뜻한 러브스토리 오아시스
datura 2002-08-20 오전 6:10:31 1185   [7]

'오아시스'는 이창동 감독 영화의 새로운 도전이다.

감독은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축복받지 못한 사람들 모습을 우리 앞에 들이밀지만, '오아시스'의 주인공들은 '초록물고기'처럼 암흑가 발톱에 할퀴어 스러지지도 않고, '박하사탕'처럼 격동하는 역사의 수레바퀴에 찢기다 목숨을 끊지도 않는다.

감독은 보편적인 한국의 진실 대신, 전과자와 장애여성이라는 매우 특수한 남녀의, 남루하지만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꺼낸다.

그 영화는 단순한 멜로를 넘어서 우리 사는 세상은 과연 뿌리내려 살만한 토양인가, 이 메마른 땅에 뿌리내리고 있는 사람들은 서로간 진정한 소통과 사랑을 하기는 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이 된다.

이들의 데이트는 관객들 머리와 가슴을 사정없이 흔들며 사랑의 본질, 세상의 황량함을 되묻게 만든다.

영화는 사운드없이 사막 한 가운데 자그마케 있는 물웅덩이에 코끼리와 작은 소년 그리고 물동이를 든 여인네가 그려 있고 밑에 '오아시스'라 적힌 남루한 양탄자 벽걸이에 앙상한 나뭇가지 그림자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비추면서 시작된다.

뺑소니 운전으로 교도소에 들어갔던 종두(설경구)가 사회로 돌아온다.

영화 후반에 나오지만, 형을 대신해 자진해 갔다 온 것으로 밝혀진다.

그가 없는 사이 이사를 가버리고 연락을 끊었던 가족들은 종두가 찾아오자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며 불편해한다.

그러나 결코 가족들을 미워하지 않는다. 출소한 후 얼마되지 않아 바로 교통사고 피해자 집을 찾아간다.

마침 이사를 해서 집안은 어수선하고, 그를 맞는 피해자 아들내외는 "아버지를 죽인 사람이 무슨 낯짝이 있어 왔냐"며 문전박대한다.

그래도 종두는 사죄를 해야 할 것 같아 주위를 서성인다.

그런데 그의 여동생인 뇌성마비 장애인을 남겨두고 가는 것 같아 짐차를 세우고 "왜 몸이 불편한 동생을 두고 가나요"하자 "남의 집일에 무슨 상관이냐"며 별 욕을 다한다.

종두는 여동생이 마음에 걸린다.

다음날 꽃을 들고 찾아가는데 옆집 아주머니가 수고비를 받고 그녀를 돌보는 것을 알게 돼고 틈 나는데로 들어가 그녀와 사랑을 시작한다.

공주(문소리)를 공주마마라 부르며 좋아하고, 공주도 종두를 장군이라 부르며 든든해한다.

그러나 둘의 사랑는 쉽지 않다. 식당에서는 거절당하기 일쑤다.

다른 연인들은 자유롭게 노래하고 스스럼없이 장난치지만 공주는 속으로 상상만 할 뿐 종두에게 표현할 길 없다.

제5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로 관심을 모은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는 전과 3범의 사회 부적응자와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의 편견을 극복한 따뜻한 사랑이야기다.

가진 것 없는 사람들, 사랑이 힘들어 보이는 사람들의 사랑이다. 극단에 놓인 이들의 불가능한 환상 같은 사랑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를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다.

'라스베가스…'가 나른한 재즈라면 '오아시스'는 민요처럼 해학적이거나 사실적이다.

단단한 리얼리즘을 바탕으로 한 이감독의 전작들이 그렇듯, 이 영화 역시 러브 스토리가 갖출 법한 달콤한 사랑의 문법을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둘의 사랑은 이뤄지지 않는다.

진정한 사랑에서 비롯된 두 사람의 육체적 결합은 강간 미수 전과자의 장애인 성폭행이라는 기막힌 결론으로 매듭지어진다.

그렇지만 '오아시스'는 암울하지 않다.

이감독은 공주가 자유롭게 걸어다니고 노래하는 팬터지 장면을 삽입하는 등 두 연인의 사랑을 유쾌하고도 가슴 찡하게 그려나간다.

경찰서에서 도망친 종두가 공주의 방 창가에 드리워진 나무 위에 올라가 나뭇가지를 잘라내는 마지막 장면에 접어들면 선뜻 이 영화가 해피 엔딩이 아니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힘든 사막의 여정에서 뜻하지 않게 마주치는 오아시스의 찬란함처럼 쉽사리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미덕이 눈부셔 보인다.

뭐하나 제대로 하는 법 없는 남자. 몸은 뒤틀리고 말도 심하게 버버거리는 여자.

많은 사람들이 그들에게는 사랑도 생각도 없을 거라는 편견으로 무시하기 일쑤다.

그러나 이창동감독은 그들의 사랑을 그들의 언어로 만들어가 영화를 보는 내내 주인공과 함께 설레고 안타까움을 만들어갔다.

감정이 풍부한 일부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한다.

지체부자유자와 사회부적응자의 사랑이라는 테마는 어딘가 위태로워 보이지만, 이창동 감독은 환상과 현실을 뒤섞어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빚어냈다.

육신의 비틀림에서 벗어나고 싶은 공주의 환상은 산들바람처럼 시원하다.

언젠가 신기루로 판명 나더라도, 나름의 오아시스가 있음으로 인해 우리가 삶이라는 긴 사막을 참고 건너고 있음을 일깨워주는 명장면이다.

감독은 자기 세계에 갇힌 사람들이야말로 세상을 사막으로 만드는 장애인이라 말하고 싶은 듯하다.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도 종두와 공주의 '조금은 다른' 사랑을 그대로 받아들여 달라는 희망과 함께!

이감독은 주인공들의 가족관계를 드러내 보임으로써 장애인과 보통사람들과 다른 그들을 보는 사회적 편견을 꼬집는것도 잊지 않았다.

거친 세상이지만 힘내서 견뎌가며 살만 하지 않는가 말하는 이 영화에서 이창동 영화의 변화가 느껴진다.

앞선 두 영화에서 근대화의 현대사 속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상처를 사실적으로표현했던 이창동 감독은 영화 '오아시스'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적어도 사랑은있다'는 해피엔딩을 보여주고 있다.

감독의 전작들이 부담스럽다고 느꼈던 사람은 어깨에 힘을 빼고 의자 깊숙이 앉아 '이창동식 리얼리즘적 러브 판타지'를 감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쩌면 이창동 감독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이처럼 나와 다른 누군가의 주관적인 취향마저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창동 감독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리얼리즘 대신, 필요하면 장애여성이 일반인처럼 돌아오고,
인도 코끼리가 방안에 들어오는 판타지도 섞어가는 새로운 화법으로 뒤틀린 세상풍경을 더 리얼하고 재미있게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오아시스'는 뒤틀린 세상에 대해 끝내 폭발로 맞서지 않는다.

특히 이미 연기력을 인정받은 설경구의 또다른 연기변신과 '박하사탕'으로 호흡을 맞춘 문소리의 리얼한 장애인 연기가 빛을 발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한국영화로선 드물게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 물기 마른 멜로인 '오아시스'는 두 주연배우의 열연에 힘입어 '그래도 사랑은 지고의 순수'라는 확신을 웅얼거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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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2002, Oasis)
제작사 : 이스트 필름 / 배급사 : CJ 엔터테인먼트
공식홈페이지 : http://www.cjent.co.kr/oasis/main.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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