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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목]전화를 걸 수 있는 공주가 종두의 무죄를 증명하지 못한 이유. 오아시스
rose777 2002-08-12 오전 3:43:38 1388   [7]
우린 속았다. 이창동의 권모술수에, 경구의 툭툭뱉는 썰렁한 인터뷰에, 너무나 순박해보이는 문소리의 미소에...속았다.
따뜻하고 감동적인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 그리고 18KG을 덜어내고 전과3범으로 변한 설경구의 연기변신, 문소리의 장애인 연기에만 눈독들였던 관객들의 뒤통수를 소리없이 쳐낸 이창동의 잔인함에 나, 아니 우리 모두는 속았다. 그들은 인터뷰에 나와서 시종일관, 단지 예쁜 사랑이야기이니 모두 재미있게 보아달라고 외쳐댔지만 머리에 총을 두어대 맞지 않고서야 이영화를 단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관객을 극장 구석에서 찾아내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창동의 통상 세 번째 장편이며 그의 최초의 헨드헬드영화이며 설경구 문소리와 작업한 두 번째 장편인 오아시스는 이창동의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구조의 멜로영화이며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기적소리다.오아시스는 분명 친숙하면서도 동시에, 낯설은 영화임에 틀림없다.

친숙함.
오아시스를 말하기전에 우리는 영화의 소재를 이야기 해야한다.(그것은 어쩌면 가장 시급한 오아시스를 제대로 보기위한 절차이다.) 우선, 전과3범 종두와 뇌성마비 장애인 공주가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 친숙하다. TV매체가 관심있어 하는 친숙한 소재이며 비장애인(나는 이렇게 부른다,)과 장애인의 사랑이야기와 이들의 결혼사에 얽힌 트루스토리 역시 낯설지 않은 TV매체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수 있었던 주변사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아시스는 친숙하다. 결말과 스토리를 예상하는 관객들은 친숙한 소재라고 입을 모아 외치며 이야기의 전모를 나름대로 꾸며본다.
물론, 그들의 원하는 결말을 이창동은 비켜가고 있지만 말이다.

낯설음.
오아시스는 병원기록24시 인간극장등을 통해 보아온 어떤 다큐보다 리얼하며(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이건 다큐가 아니라 극영화다. 즉 현실이 아니라 판타지다.) 어떤 멜로영화보다 잔인하다는 면에서 그 소재의 친숙함과는 매우 다른 낯설음이 동시에 느껴지는 이상한 영화다.
김기덕의 영화에서 느껴지는 낯설은 남녀간의 소통문제와 견줄만한 이야기이며, 홍상수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냉소적 시선이 '날것'자체의 모습으로 발가벗겨져 내동댕이쳐져 있다.오랜만에 울어보자라는 심산으로 들른 관객의 눈에서 눈물은 한방울도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 전과3범과 뇌성마비 장애인의 사랑이야기라는 친숙한 설정에서 이미 우리는 눈물을 떨어뜨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영화를 봤는데 너무나 낯설게도 우린 눈물대신, 심장이 통째로 멍드는 이상한 병을 얻어서 극장을 간신히 걸어나오게 된다.
그래서 오아시스는 낯설다.
두사람의 사랑이 겪을만한 역경이 묘사되는 영화속 에피소드들은 슬프지만 않기 때문에 낯설다.
지금까지 보아온 TV속 다큐는 슬펐는데 오아시스의 두사람의 사랑이야기는 슬프지 않다.
이건 결코 최루성멜로가 아니다. 오히려 그의 전작 초록물고기, 박하사탕의 이야기의 엔딩에 서있는 사회와 인간의 '소통'에 관한 진지한 난상토론이다.

왜 공주는 종두에게 화내지 않는가?
오아시스는 사랑에 목마른 사람들의 목을 적셔줄만한 여유를 가지고 있지 않다. 전과3범 종두는 뇌성마비장애인인 공주. 자신의 육체를 자신의 의지대로 하지 못하는 공주의 육체를 탐하려는 종두의 무지막지한 횡포로 두사람의 직접적인 만남은 시작된다.(꽃을 배달한 것은 최초의 종두의 공주를 향한 접근이지만, 결코 공주는 종두를 알지 못한다). 정말 불쾌하다. 어떤이유에서건 사지를 비틀며 고녁스러워 하는 공주의 옷을 헤집고 들어가는 종두의 손은 깨끗하게 보이지 않으며 종두의 욕망은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결국 실신한 공주를 겁에 질려 목욕탕으로 끌고 들어가 얼굴에 물을 끼얹는 종두의 행동은 이해될수 없는 인간흉물 전과3범 인간 종두의 속을 훤히 내보여주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것은 이어지는 공주의 태도다. (이것은 가장 중요한 영화의 시선중의 하나이다.) 공주는 자신에게 그러한 폭력을 행사한 종두에게 전화를 한다.
원망하지 않고 공주는 물어본다, "왜 나한테 꽃을 갖다 줬어요?"
공주는 종두를 원망하기 이전. 그 훨씬전에 궁금하다. 왜 다른사람도 아닌 나같은 사람에게 이사람은 그러한 성욕을 느낀걸까. 그리고 왜 나같은 사람한테 관심을 갖고 꽃을 보낸걸까.
이부분에서 우리는 오아시스가 관객에게 선사하는 깊은 진심과 리얼리티를 찾을수 있다.
이창동이 관심있어 하는 것은 강간당할 위기에 놓인 공주를 두둔하고 종두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것은 사회의 시선 TV혹은 스크린앞에 앉아서 남의 일을 구경하는 관찰자들의 시선일뿐, 완전하게 공주와 종두로 변한 시선이 아닌 것이다. 이창동은 이영화에서 원망스러운 사회를 두드려 장애인에 대한 그릇된 시선을 없에자고 캠페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주장해온 그저 사랑하는 두사람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하고자 하는것이었다.
우리는 그것을 결코 놓쳐서는 안된다. 전자의 시선으로 보자면 이영화는 불편한 영화일 수밖에 없을것이며 후자의 시선으로 보자면 이영화는 분명 아름답고 재미있는 그리고 슬픈 멜로영화일수 있다.
공주는 자신을 강간하려고 위협했던 종두에게 전화했고 자신의 앞에 무릎꿇고(중요한 설정; 종두는 사죄하고 있다. 무릎을 펴지 않는다)앉아있는 종두에게 농담을 던진다.
"홍경래는 장군이 아니고 반역자라구요"

변치 않는 현실속에 고립된 두남녀.
두사람의 예견된 데이트는 조금 번거로울뿐 평범하다. 서로의 취향에 대해서 물어보고 두사람은 밤새 통화한다. 전철을 타고 사람들을 둘러보며 힘들게 식당을 찾아간다.
그런데 변치 않는 사람들 때문에 조금 더 번거롭다. 이창동 감독은 가장 신경쓴 부분중의 하나를 종두와 공주를 둘러싼 사람들을 특별한 악인으로 만들지 않고 최대한 평범한 사람들로 표현한 부분이라고 했다. 종두에게 죄값을 대신 치루게 한 종두의 친형, 공주의 명의를 빌려 장애인 아파트를 구입하고 공주를 버려두는 공주의 오빠, 점심시간은 이미 끝이 났다며 두사람을 가게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가게주인 때문에 그것이 바로 우리자신인줄도 모르고 우리는 쓸데없이 분노하며 허벅지를 두드린다.
"뭐 저런 나쁜것들이 다있어..."
물론, 이창동의 의도는 정확하다. 그들은 결코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왜? 그건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오아시스는 분명 "사랑"에 관한 영화다. 두 남녀의 소박한 사랑이야기를 통해 애초에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커다란 포부따위는 관심에 없는, 그저 사랑했다가 헤어지는 평범한 젊은 남녀의 만남에 관한 이야기이다. 단지 여자는 몸이 조금 불편했고 남자는 과거가 조금 특별했을뿐. 다를 것은 아무것도 없었는데 타인에게 그들은 너무나 달라보였다. 그들은 단지 섹스를 원해던 것 뿐인데 세상은 그것을 범죄라고 일컬으며 남자를 감옥에 보내며 이에 더한 비극은, 여자가 할수 있는것이라고는 비틀어져 제자리에 오지 않아 움직이지 않는 혀를 깨물며 비틀어진 육신을 수차례 경찰서 캐비넷에 찧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창동감독은 판타지적인 아름다운 결말로 이야기를 마무리 하지만 그들의 어기장! 난 사랑이야기는 분명 너무나 슬프다.
켄로치와 라스트폰트리에의 영화에서 느껴지는 비릿한 희망의 온기마저도 느껴지지 않는 이창동의 오아시스에서 느껴지는 참담함의 사유는 , 현실 때문이다. 현실이 참담하기에 공주와 종두의 사랑은 참담하다. 공주 방안의 나뭇가지는 없어지고 종두의 편지는 종두의 안부를 관객에게 알려주지만...
관객은 참담하다. 왜냐면 우리는 영화속 현실이 판타지가 아닌 실제라는 것을 너무나 잘알고 있기에 그리고 그런 현실이 한동안 아주 오랫동안 바뀌지 않을것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참담하다.

이창동은 오아시스를 통해 그의 새로운 영화물꼬를 트기 시작한 듯 보인다.
지금까지 전작들에서 보여주었던 그의 세계관과 인간관은 조금씩 더 가까이 실제와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그러한 그의 시도는 위험하기 짝이 없다. 실제와 가까워 지고 있다는 것은 조금더 날것이 되어야 하고 (김기덕의 영화속 발가벗겨진 남녀의 일상성) 조금더 냉정을 찾아야 한다는것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여전히 위대한 감독일 수밖에 없는 이유또한 여기에 있다.
다른 감독들이 일상을 비틀고 만나보지 못한 판타지와 미래를 엉성하게 그리고 있는 동안 이창동은 우리를 집요하게 관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관심있는 것은 인간이고 현재다. 초록물고기의 막동이와 박하사탕의 영호와 오아시스의 종두는 조금씩 다른 인물이지만 그들은 분명 현실에 존재하는 우리이웃이고 언젠가 우리가 잊어간 우리의 친구라는 점에서 공통되며 그것은 바로 이창동의 세계관과 인간관을 말해주는 중요한 사실이다.
그는 현실을 왜곡하거나 부풀릴 요량없이 그대로를 보여줌으로써 그안에서 판타지를 창조하는 것이다. 공주가 온전한 몸으로 돌아가 종두를 휠체어에 앉히고 내가만일을 불러주거나, 공주가 자신의 방에서 거울을 통해 비둘기와 나비를 만들어 내는 것은 공주의 소망이자. 곧 인간의 작은 소망이며 이창동이 꿈꾸는 현실을 "통한"판타지다.

그래서 오아시스는 위대하다. 어쩌면 우리목을 적셔주지 못해서. 눈물을 뽑아내는데 급급하지 않아서. 아름답지만은 않아서. 새롭지 않아서. 그래서 오아시스는 더욱 위대하다.
영화는 삶과 떨어질 수 없다. 이창동은 그래서 영화를 하는 것 처럼 보인다.
전화를 걸 수 있는 공주가 종두의 무죄를 증명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이유나, 왜 굳이 종두가 강간범으로 몰려 또다시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매달리고 싶은 관객들은 다시 영화의 원점으로 돌아가, 시동생의 무고를 알면서도 시동생의 부재를 간절히 원하는 종두의 형수와 사지를 쓰지못하는 여동생을 버리고 이사가면서도 조금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공주오빠의 잔상을 깊이 곱씹어 보면 쉽게 그 해답을 얻을수 있다.

담백한 시선으로 보아낸 두남녀의 사랑이야기를 노래한 시인(나는 그를 시인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창동의 영화 오아시스는 2002년 우리를 찾아온 가장 깊이있는 인간관계의 소통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가 여전히 한국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리얼리스트일 수밖에 없는 거부할수 없는 뛰어난 영화적 산물이다.

www.onreview.co.kr

(총 0명 참여)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2002-08-14 11:57
잘봤습니다   
2002-08-1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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