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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작은 연못엔 아무 것도 살 수 없게 되었다지요... 작은 연못
ldk209 2010-04-19 오후 2:38:04 971   [5]
결국 작은 연못엔 아무 것도 살 수 없게 되었다지요...★★★★

 

동막골이나 대문마을이나 한국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아무런 걱정 근심 없이 평화로움을 만끽했던 건 비슷했다. 아니, 어쩌면 많은 산골짜기 마을들이 그러했을 것이다. 그러나 동막골 아이들이 저 멀리 터지는 미군의 폭격을 마치 불꽃놀이인냥 즐겼다면, 노근리의 주민들은 무차별적 학살의 대상이 되어야 했고 이들을 구해줄 이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단지 ‘단 한 명의 피난민도 전선을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명령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한 달이 지난 7월, 충청북도 영동군 황리면 노근리 철교 밑에서 미군은 피난민을 향해 무차별 사격을 가했고, 마을주민 약 500명 중 25명 정도만이 살아남은 것이 바로 노근리양민학살사건의 개요다. 노근리에서의 학살을 부인하던 미국은 ‘노근리양민학살대책위원회’의 활동과 한겨레신문, 월간 말 등 언론들의 취재 및 당시 현장에 있었던 미군 부대원의 양심선언이 잇따르면서 결국 1999년 사건을 인정하고 피해자 보상 등에 협의하였다.

 

영화 <작은 연못>엔 주인공이 존재하지 않는다. 어쩌면 출연한 모든 연기자들, 아니 참상 속에 쓰러져간 노근리 주민들과 살아남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지금까지 싸워온 생존자들이 바로 <작은 연못>의 주인공일 것이다. 영화는 비록 비극을 당하기 전의 마을 모습을 마치 이상향처럼 그리는 등의 영화적 장치(<화려한 휴가> 등 역사적 아픔을 다루는 영화들의 초입부)를 삽입시키기는 했지만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을 두지 않는 대단히 우직한 연출로 관객이 그 날의 사건을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한다.

 

송강호나 문소리 같은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단역에 가까운 출연을 하고, 다른 영화에서라면 보조 출연자들의 몫이었을 피난민 행렬의 모든 구성원들을 연극배우들이 담당함으로서 카메라는 주인공이 없는 영화라는 맹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그러니깐 피난민 행렬을 훑는 카메라엔 다른 영화에서라면 어색한 표정과 몸짓의 보조 출연자 대신 나름 연기가 되는 배우들로 가득 차 있어 안정감을 부여한다는 말이다.

 

물론 이러한 형식적 문제보다 <작은 연못>의 본질은 노근리 사건 내지는 전쟁 그 자체에 있다. 도대체 왜 이런 비극이 일어난 것일까? 이는 단지 한국전쟁만의 특수한 사건 아닐까? 아직 현대화되지 않은 시절에 일어난 우연한 비극이 아닐까? 과연 그럴까? 최근 공개된 이라크에서의 참혹한 영상(헬기가 언론사 기자 등 민간인들을 향해 무차별 사격하는)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이러한 비극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입증하고 있다.

 

영화 <모래와 안개의 집>에는 매우 인상적인 대사가 등장한다. 이유도 없이 미국 경찰에 의해 자신의 집에서 화장실에 갇히게 된 주인공은 아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저 경찰은 총이 없으면 겁쟁이란다. 겁을 먹었기에 위험한 존재란다” 이는 학살의 기저엔 공포가 내재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영화 <작은 연못>엔 딱히 악당이 존재하지 않는다. 악당이 있다면 무전기 상으로 “어떠한 피난민도 전선을 넘어가게 해서는 안 된다. 전선을 넘으려는 자는 무조건 사살한다”고 명령을 하달하는 목소리라고 할 수 있다. 명령에 따라 민간인을 쏘는 미군도, 그 총에 죽는 노근리 주민들도 전쟁의 피해자라고 <작은 연못>은 말한다. 미군의 이해할 수 없는, 이유가 없는 무차별 학살의 이유는 바로 공포다. 북한에 일방적으로 밀리던 개전 초기, 미군은 북한군에 대한 공포에 떨었고, 그것은 피난민이라도 해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이다. (전쟁에 참전한 미국이 얼마나 한국 상황에 대해 무지했는지는 통역병으로 일본인을 데리고 다녔던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시 한 번 물어보자. 노근리 사건은 한국전쟁 당시의 특수한 사건일까? 결코 아니다. 공포와 광기는 전쟁과 뗄 수 없는 관계이며, 노근리 사건은 결코 특수한 사건이 아님을 최근 전쟁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끔찍한 전쟁의 상흔이 여전히 남아있는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전쟁불사’를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대체 이들은 누구란 말인가.

 

※ 요즘 이상하게 학생들 단체관람과 자꾸 얽힌다. 이번에도 극장에 갔더니 여학생들이 우글우글하다. 선생님들이 안계신걸 보니 아마 일종의 숙제로 영화 관람을 내신 모양이다. 감수성 강한 여학생들인지라 영화 속 작은 이야기에도 반응이 금세 전해진다. 특히 본격적으로 학살이 자행되는 장면에선 여기저기서 안타까움의 탄식소리와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국사가 선택과목이 되었다고? 이런 아픔의 역사를 극장에서 공부해야 하는 현실도 전쟁만큼이나 참혹하구나.

 

<작은 연못>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 위에 떠오르고

여린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연못 속에선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죠

 

푸르던 나뭇잎이 한잎 두잎 떨어져

연못 위에 작은 배 띄우다가 깊은 물에 가라앉으면

집 잃은 꽃사슴이 산 속을 헤매다가

연못을 찾아와 물을 마시고 살며시 잠들게 되죠

 

해는 서산에 지고 저녁 산은 고요한데

산허리로 무당벌레 하나 휘익 지나간 후에

검은 물만 고인 채 한없는 세월 속을

말없이 몸짓으로 헤매다 수많은 계절을 맞죠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죠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죠

 

- 김민기 -

 

 


(총 0명 참여)
ssh2821
잘읽었습니다   
2010-04-19 18:04
ckn1210
감사   
2010-04-19 17:41
1


작은 연못(2010)
제작사 : (유)노근리 프로덕션 / 배급사 : 영화 작은연못 배급위원회
공식홈페이지 : http://www.alittlepond2010.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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