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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퍼렇게 날이 선 서글픔 비열한 거리
kharismania 2006-06-09 오전 2:44:41 1980   [13]
우리는 누구나 다 행복을 꿈꾼다. 어쩌면 인간은 누구나 다 꿈을 지닐 수 있다는 방면에서는 평등하다. 하지만 꿈의 실현과 비실현의 갈래에서 평등의 수직선은 기울어지기 시작한다.

 

 빛과 어둠은 공존한다. 빛이 있는 곳엔 항상 어둠이 존재한다. 밝은 태양아래서도 그림자는 존재하듯 인간들의 군상역시 빛과 그림자를 동반한다. 양지의 볕아래서 떳떳하게 살아가는 사람들과 달리 음지에서 두 눈을 번뜩이고 살아가야 하는 운명 역시 존재한다. 흔히 우리가 부르는 조폭들은 우리 사회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정제되지 않은 사회의 필요악이다. 비합법적인 방식으로 펼쳐나가는 그들만의 아웃사이더적인 세계는 어찌보면 이색적인 매력도를 풍기지만 실상 그것은 허세와도 같은 나약함을 동반하기도 한다. 어꺠에 한껏 힘을 준 그들의 가오는 다른 방식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접근하기 힘든 특별함일지 모르지만 그들의 세계에서는 겉치례나 다름없는 위장과 다를바없다.

 

 그들이 살아가는 비열한 거리에 행복으로 가는 비상구는 존재하는가. 혹은 지름길이 존재하는가. 이 영화는 어둡고 날카로운 그 세계를 살아가는 남자의 소박한 욕망에 주목한다.

 

 병두(조인성 역)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2인자지만 실상 그는 집안의 모든 걱정을 두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소시민에 불과하다. 당장 내앉아야 할지 모르는 철거직전의 집과 몸이 편찮은 어머니, 철부지같은 남동생과 사랑스러운 여동생의 학업까지 집안의 모든 짐을 짊어진 가장과도 같다. 그는 자신의 어지러운 고민들을 해결하기 위해 악착같이 작업(?)에 임하지만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푼돈과 의도와는 엇갈리는 상황의 연속으로 인한 좌절감 뿐이다. 그런 그에게 황회장(천호진 역)이 접근하고 그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기회의 냄새를 직감한다.

 

 이 영화는 어쩌면 최근 몇년사이 부각되는 대한민국 느와르 영화의 궤적의 연장선상에 서 있다고 말할 수도 있고 조폭영화의 동심원안에 속하는 또다른 굴레라고 말할 수도 있다.

 

 관객이 영화를 보는 것은 어쩌면 자신이 겪지 못하는 일상에 대한 관음적 욕구에서 비롯됨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관음적 욕망이 대리만족으로 해소될 때 관객은 그 단상에서 얻어지는 만족감으로 충만되길 갈구한다. 만족과 비만족. 그것은 쉽게 말해서 간단하게 던져지는 재미있음과 재미없음의 경계선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영화가 과연 사실적으로 어필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은 중요한 문제가 될지도 모른다. 물론 사실 여부에 대한 판단여부는 직접 확인하고 겪어야만 가당한 법이겠지만 영화는 진실된 설득력을 갖춘 이야기를 준비하면 된다. 그리고 그 진실성이 관객의 감정을 흔들 때 영화는 비로소 빛을 발한다.

 

 이 영화는 빛을 발할만한 가치가 엿보인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동떨어지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것은 이 영화가 보여주는 평범하지 않은 인물들의 삶이 꿈꾸는 가치가 결국 소박함으로 귀결되는 이유다. 남들과 다른 삶을 살지만 그 삶이 평범한 관객에게 어필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꿈꾸는 삶의 지표가 결국 소박한 행복으로 향한다는 점이다.

 

 병두는 자신의 가족의 안녕을 위해서, 자신이 소원하던 사랑의 성취를 위해서 자신을 내던진다. 자신이 지켜야 하는 것들을 위해 자신이 모시던 형님에게 사시미를 담그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비열하고 냉정하게 작업한다. 물론 때론 생사의 기로를 넘나들고 죽음과 직면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결국 자신이 지키고 싶은 소박한 행복을 향해 달음질치는 지름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병두의 삶을 통해 느껴지는 것은 비열함보다는 측은해지는 애잔함이다. 자신이 짊어진 삶의 무게안에서 헐떡이지만 눈을 번뜩일 수 밖에 없는 그의 처절한 몸부림은 처연해보인다.

 

 식구(食口)를 말 그대로 밥들어가는 입구녕이라고 표현하는 병두의 의리는 결국 자신이 담근 형님과의 이별처럼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칼의 흥함의 한계를 보여주며 비열한 거리의 핏빛을 짙게 물들인다. 결국 그가 민호에게 의리있는 건달영화를 만들길 원했지만 그의 현실은 결국 의리있는 건달영화처럼 멋들어지기엔 냉정하다. 결국 누군가의 삶에 필요한 소모품으로써의 가치를 상실한 병두는 자신이 손수 작업한 상철(윤제문 역)과 교체된 것처럼 자신이 믿던 민호(남궁민 역)의 영화에 의해 폭로된 비밀로 인해 황회장의 신임을 잃고 자신이 신임하던 종수(진구 역)에게 교체된다. 마치 닳아진 건전지를 갈아끼우듯 폐기처분되는 그의 삶에서 느껴지는 것은 냉정하지만 서글픈 우리네 현실과도 다르지 않다.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이 누군지, 그 사람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만 알면 성공할 수 있다는 황회장의 말처럼 극단적이진 않지만 필요유무에 따라 인간관계가 설정되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유능함과 무능함에 따라 인간의 가치가 구분되는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네 삶은 인정받고 살아남기 위해 악다구니를 쓰며 진창에서 뒹굴어도 버티고 일어서는 병두의 사생결단처럼 극단적이지 않지만 비슷한 굴레위에 놓여진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영화는 슬프다. 행복은 결국 행복을 위해 손을 뻗는 자에게 주어지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 행복을 얻기 위해 때론 타인을 짓밟기도 하고 자신이 지키고 싶던 스스로를 버려야도 한다는 것, 결국 그럼으로써 행복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없는 것. 이것이 이 영화가 보여주는 슬픈 단면이자 날카로운 사시미에 베인 것같은 아픔이다.

 

 세상 모르던 순진한 고등학생에게 폭력과 사랑에 눈을 뜨게 하며 분노하는 법을 다그치던 '말죽거리 잔혹사'의 유하감독은 소년의 성장담 뒤로 질주하는 처절함이 가득한 '비열한 거리'로 나섰다. 유머거리로 회자되거나 멋들어지게 묘사되던 조폭은 그의 영화에 없다. 단지 남들과 다른 길로 들어섰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행복을 꿈꾸는 사내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의 그림자를 조명하면서 이 사회의 가려진 내면적 비열함을 주목한다. 그리고 조인성은 그의 준수한 외모에 가려진 진솔한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멋있고 깔끔한 연기대신 처절하지만 인간적으로 대면되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브라운관에서만 유용하던 그의 연기가 스크린에서도 유용함을 온몸으로 절규하듯 분출해낸 것만 같다. 물론 그의 멋진 외모는 가려지지 않지만 그의 멋진 외모보다도 눈에 띄는 것이 그의 탁월한 연기임은 인정해야 한다. 또한 '달콤한 인생'에서도 충직한 똘마니 역할을 맡았던 진구는 '비열한 거리'에서도 비슷한 면모를 보이지만 좀 더 심화된 캐릭터를 보여준다. 영화의 낯빛이 비극적으로 치닫는데 일조하는 키워드로써의 그의 존재가 인상적이다.

 

 영화의 액션 강도는 상당하다. 하지만 어느 영화의 액션씬처럼 화려하거나 멋들어지지 않았다. 말 그대로 죽지 않기 위한 몸부림처럼 그들은 살기 위해 상대방을 내리치고 혹은 상대방에서 내리침을 당한다. 죽이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르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리얼함의 순도가 강한 액션에서 느껴지는 것은 비정한 이야기의 처절한 농도만큼이나 강하게 느껴지는 비참함이다.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굽히는 건달들의 비열한 거리는 강자아래에서 꿈꾸는 역전을 향한 갈망을 꿈틀거린다. 하지만 살얼음같은 현실에서 행복을 쌓던 병두의 탑이 무너짐은 이 냉정한 현실이 막연한 행복을 유린하는 과정에 대한 서글픈 되새김질이다. 누군가를 짓밟거나 혹은 누군가에게 이용당할만한 가치를 지니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비열한 거리안에서 잠식당하는 한 영혼이 꿈꾸던 소박한 행복의 신기루는 관객의 가슴에 잊혀지지 않는 상흔처럼 아로새겨질 것만 같은 처연함 그 자체이다. 마치 감성에 칼을 긋는 것처럼 시퍼런 서글픔이 밀려오는 것만 같은 아픔이 절절하게 배어온다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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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19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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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열한 거리(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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