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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결국 스크린에서 평가 받는다.'태풍'의 장동건
2005년 12월 13일 화요일 | 이희승 기자 이메일


신인 탤런트 공채 출신의 장동건을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우리들의 천국>에서의 장동건은 조각 같은 외모로 단박에 소녀 팬들의 중심에 선 케이스다. 남자가 너무 잘생기면 오히려 흠이라는 방송가의 수군거림을 뒤로 하고 송아지 눈에서 뿜어 나오는 강렬한 우수는 크리스토퍼 존스라는 찬사를 받으며 각종 드라마와 영화를 오고 가며 ‘스타’의 자리를 굳히는 듯 했다.

“너무 잘생겨서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 가슴에 박혀서였을까? 한참 잘나가는 93년도에 팬들의 환호성을 뒤로하고 입학하기도 졸업하기도 어려운 한국예술종합 학교 연극원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재학 중에는 일체 연예활동을 금지하는 학칙을 알면서도 ‘학업’을 택한 장동건의 선택은 그 이후 몇 억 원의 CF를 포기하고 연기를 위해 저 예산 영화 <해안선>에 출연하고 비록 조연이지만 엉덩이 뼈가 깨지는 사고를 감수하면서까지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 올 인하는 모습을 보이며 아닌 길을 제 것으로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 그가 온 몸에 문신을 한 채 “동무, 사람고기 먹어 본적 있슴메?”라고 읊조리며 상대방의 심장에 원한의 칼을 박아버리고, 눈물 그렁그렁한 눈에 증오를 가득 담아 한반도를 향한 핵 테러를 감행하는 해적 ‘씬’으로 돌아왔다. 영화의 초반은 각국을 넘나들며 복수를 결심하는 그의 모습은 ‘장동건이 연기 하는 씬’ 이 아닌 분노를 삼키고 있는 해적 ‘씬’의 모습 그대로였다.

슬프지만 너무 아름다운 ‘씬’의 모습을 상상하며 인터뷰가 예정된 호텔 룸으로 들어서니, 너무나 경쾌한 웃음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하루 종일 진행된 스케줄에 피곤할 법도 한데 뭐가 그리 좋은지 기분 좋게 인사까지 건넨다. <무극> 홍보차 중국으로 떠나기 전 국내 언론으로는 마지막 인터뷰라는 장동건은 우울한 이미지는 말끔히 벗어 던진채 소식은 들었으나 졸업후 처음 만난 친했던 대학 동창을 대하듯이 시종일관 유쾌하게 진행되었다. (이 인터뷰는 엔키노, 맥스무비와 같이 진행되었음을 밝힙니다.)


살이 좀 붙으셨나요?
그렇죠. 뭐 영화 때보단.(웃음)

‘씬’이란 캐릭터가 센 편인데 감독님에 제안했을 때 선뜻 하기 힘드셨을 것 같다. <태풍>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전작인 <태극기를 휘날리며>랑 여러모로 비교되기도 하는데.
일단 그런 점을 생각 안했던건 아니구요. 같은 느낌이의 역할이라 안할 수는 없었고 워낙 매력적인 캐릭터라 전작들과의 차이점을 찾기보단 전작들에서 못해봤던 것들을 모아서 이런 류의 캐릭터에 대한 결정판을 만들어보자 그런 생각을 하고 촬영하게 됐어요.

영화를 보면서 조니 뎁이 연상되더라. 캐러비안 해적의 섹시한 해적!(웃음) 그런데 잘생겼더란 느낌보다는 일부러 해적의 모습을 보이게 설정한 것들이 보이더데. 체중감량을 너무 해서 그런가? 외모를 망가뜨린 이유가 뭔지?
아무래도 역할이 해적이고 이 사람이 살아온 흔적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게 근육질은 아닌 것 같았어요. 감독님 입장에서는 강세종과 구분해야 하고…살 빼는 과정에서 감독님이 절대 근육운동은 하지 말라고 할 정도였고... 그래서 체중감량의 목표보다는 빼는 만큼 빼보자 그런 각오로 감량했죠. 사실 인터뷰 할 때 말하기 좋게 10키로 이상 빼려고 했는데(웃음) 막 빈혈생기고 체력적으로 안돼서 못했어요. (설)경구 형한테 도대체 어떻게 뺀 거냐고 전화까지 하고. “형, 더 이상 어떻게 해야 돼? 막 어지럽고. 그런데 어떻게 뺀거야?” 그러고. (웃음)개인적 욕심으로는 관객들의 시야에는 <태극기…> 이후 처음이니까 중간에 모습을 감췄다가 놀래 켜줘야지 했는데 그 동안 공백기도 있고 매체에 노출될 일도 잦았기 때문에 제 뜻대로 안된 거죠.

극 중 ‘씬’역을 보여주기 위해 중점을 둔 게 있나? 영화 카피 그대로 ‘남북한 모두에게 버려진 인물’이었는데. 씬 캐릭터 설정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다.
겉모습에서 중점을 둔건 살 빼는 것과 흉터설정, 문신 등이요. 영화에서 문신의 의미가 나오진 않지만 원래는 의미 있는 것들이었어요. 팔뚝에 새겨진 문신은 죽은 가족들의 이름을 새긴 거고. 그래서 자기가 직접 새겼단 설정으로 삐뚤어지게 새겨져 있죠. 가슴 쪽 문신은 부적의 의미예요. 사실 흉터 같은 것도 다 의미가 있거든요. 부위를 놓고 논란이 많았어요. 여기가 낫다 저기가 낫다. 그러면서. (뺨에 직접 그림을 그려 보이며) 얼굴에 있던 것들을 해적 활동하다가 난 상처예요. 끊어졌다 가슴 쪽으로 이어지죠. 내적인 캐릭터에서 접근하는 방식은 탈북자 출신에 한반도에 테러를 감행하는 인물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든 인물이잖아요? (웃음) 다분히 상상에 맡기고 피상적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었어요. 그러다가 영화를 찍기 전에 직접 탈북자들을 만나봤는데 그 분들이 시나리오 보고 우는 것을 보고 ‘아..이 시나리오가 현실이고 단순히 멋만 부려서는 안 되는 역할이겠구나.’라는 것을 느꼈어요.

영화 속에서 여러 나라 말을 구사한다. 외국어는 못 알아들으니까 사실적으로 들리지만 되려 함경도사투리는 어색하게 들렸다. 평소 잘 듣던 말투가 아니라서 그런지. 그래서 연기할 때도 무척 신경 쓰였을 것 같은데…실제로도 어색하게 들릴 수 있다는 생각은 했어요. 영화에서 태국어 같은 경우에는 사실 태국어가 주는 억양이나 뉘앙스 같은 게 ‘씬’의 캐릭터에 부합되는 언어가 아니예요. 러시아어 같은 경우는 대충 깔아서 하면 분위기 나는데 태국어 같은 경우 힘들었죠. 캐릭터 분위기에 따라 태국어는 다른 언어 할 때 보다 발성을 다르게 했어요. 비음을 섞으면서.
함경도 사투리가 역시 제일 힘들었어요. 어설프게 귀에 익은 사투리가 있어서 이걸 떨쳐버리기가 쉽지가 않더라구요. 그래서 더 노력을 했던 부분이고 어떤 부분에 있어서 거슬리는 부분은 귀에 익은 것으로 바꾼 것들도 있어요.

<태풍>은 태국서부터 러시아를 거쳐 한국까지 여러 곳을 거치며 촬영한 걸로 알고 있다. 배우로서 로케이션 장소 중 젤 힘들었던 곳은?
해외촬영의 장단점이 있는데 단점이 생활방식에 적응하는 시간 필요하다는 점이에요. 음식이나 그런 것들은 어느 정도 노하우 생겼고. (해외 로케가) 좋은 점은 서울에서 촬영하면 끝나고 집으로 가는데 그럼 영화에서 완전히 밖으로 나오게 되는 거잖아요. 해외촬영은 영화현장에 계속 머무르는 것이기 때문에 역할에 감정선 유지에 훨씬 좋아요. 태국 같은 경우 촬영할 때 한국이 한겨울이어서 추위를 많이 타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좋았고 블라디보스톡 같은 경우 더웠을 때였는데 시원해서 좋았어요. 이 영화에선 좋은 점들이 훨씬 더 많았죠.

영화를 보고나니 곽경택감독님은 장동건에게서 ‘거친 분노의 이미지’ 를 잘 끌어내는 것 같다. 배우 장동건에게 어떤 부분 많이 요구하고 어떤 부분 끌어낼 수 있던 감독님이었는지?
곽 감독님하고는 <친구>라는 작품 후 2번째 작품이었어요. 제 개인적으로 어떤 감독을 만나느냐에 따라 제 능력이 100이라면 어떤 때는 50~60밖에 못 보여 줄 때있고 어떤 때는 120%보여줄 때가 있어요. 곽경택 감독님의 전작들을 보면 성공작도 있고 흥행면에 실패한 작품도 있는데 감독님의 모든 영화 속 남성캐릭터만큼은 모두 성공적이었어요. 감독으로서 가지고 있는 지녀야 할 능력들 중에 배우에게서 캐릭터 끌어내는 것도 굉장히 큰 능력 중 하나예요. 그런 점에 있어서는 매우 훌륭한 감독이구요. ‘씬’이란 캐릭터를 제가 시나리오가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믿고 따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친구>라는 영화에서 신뢰가 뒷받침됐기 때문이에요. 이번 같은 경우 두 번째 작업이다 보니 현장에서 더 힘들었다고 봐야죠. ok가 쉽게 안 떨어지니까. (웃음) 감독님이 (<친구> 찍을 때)다 봤던 것도 있을 수 있고 다른 걸 찾아내야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좋았던 것 같아요.

영화를 끝마치고 기자 시사를 거쳐 이제 개봉만 남아있는 상태다. <태풍>만이 갖고 있는 특별함 이랄까? 관객들에게 어필할 만한 요소는 뭐라고 생각하나?
개인적으로는 해상 액션 장면들이 한국영화에선 볼 수 없는 명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할리우드 영화 못지않게 나왔어요.. 블록버스터 영화가 지녀야 할 것들 중 하나가 볼 거리 아니겠어요? <태극기…>가 전쟁터라는 한정된 장소만 보여줄 수 밖에 없었다면 이 영화의 경우 광범위하고 다양함을 보여 주는 영화예요. 그런 점들을 관객들이 보시고 만족할 것 같아요.
영화 속 드라마에 관련해서 말하자면 거대한 상황설정과 큰 감정을 갖고 있는 두 캐릭터에 관객들이 얼마나 동화될 수 있을까 하는 것들이 문제로 남아있다고 봐요.

스타이면서 배우인 사람이 흔치 않다. 사실 장동건은 스타와 배우를 양손에 쥔 유일한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인기에 연연해 하지 않으면서도 배우의 길을 스스럼 없이 걷고 또 그 모습에 사람들이 열광하니까. 자신을 연기에 몰입하게 하는 원동력은 뭔가?
배우라는 직업을 갖게 되면서, 또 연기를 하게 되면서 부가적으로 얻게 되는 것들 돈, 인기, 한류스타로서의 어떤 그런 것들이 가져다 주는 혜택은 배우라는 직업을 하면서 수월하게 얻게 되는 것 사실이에요. 둘 중(스타 or 배우)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본질이 훼손되지 않는 상황에서 배우로서의 본질을 우선 순위로 두었어요. 개인적인 소신은 배우는 결국 스크린에서 평가 받는다고 생각해요. 선택의 상황에서는 본질에 따라 스크린에서 어떻게 보여지느냐에 따라 선택해왔어요.

가벼운 질문으로 들어가 보자. 중학교를 같이 다닌 모 기자 분이 말하길 전교에서 아이큐가 140으로 유명했다고 하더라. 현장에서도 대사 한번 보면 까먹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진실을 말해 달라.
(크게 웃으며) 아이큐 테스트가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믿고 싶죠.(웃음) 준보다 높게 나왔으니까. 대사를 외우는 게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어렵지 않아요. 드라마의 경우 기억력과 암기력이 많은 작용하는데 드라마 현장이라는 게 그날 촬영 분을 그날 소화해야 하고 영화의 경우 사실 촬영 들어가기 몇 개월 전부터 시나리오 받아서 연구하다 보면 일부러 암기력을 발휘하지 않아도 저절로 그렇게 되요.

이 인터뷰가 끝나고는 <무극>개봉에 맞춰 바로 중국으로 들어간다고 들었다. 혹시 <태풍> 촬영일정과 겹치지 않았나? 전혀 겹치지 않았어요. <무극> 끝나고 <태풍>촬영에 들어갔어요.

<무극>예고편을 보니까 액션이 있는 것 같은데 예전 <태극기…> 인터뷰 때 너무 힘들어서 다음 작품은 쉬운 거 하고 싶다고 말한 게 기억난다. <무극> 다음 바로 <태풍>에 들어가신걸 보면 연달아 계속 힘든 것만 한 것 같아요. 변명 한번 들어볼까요?^^
이런 거(액션이 많은) 해야지 연기한 거 같고(웃음)… 편안거 하면 뭔가 덜한 것 같고 열심히 안한 것 같아요. 이제 뭐 몸이 적응한 것도 있는 것 같아요. 하하. 이번 같은 경우 <태극기…> 때보다 덜 힘들었고. 장면들도 그랬구요.

매스컴이 인간 장동건을 포장한 부분?원래 이건 아닌데..다르게 알려진 부분이 있다면?
글쎄요. 일반화 되어지는 것들. 매스컴에서 내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들. 그런 것들이 나쁘다고 생각 안 하지만 요즘 그런 고민들을 하고는 있어요. 그런 고민들이 저절로 들어요.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에 비해 훨씬 좋게 평가해주는…다음에 무언가 보여드려 야할 때 부담이 되요. 과대평가되는 것들에 대한 경계나 이런 것들은 하고 있어요.

그 말을 듣고 보니‘연기파배우’ ‘한류 스타’ 이런 수식어 들이 붙는걸 쑥스러워 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장동건씨의 초심이 궁금하다.
늘 그래왔듯이 지금이 ‘굉장히 좋은 순간이다’라는 것을 인정하고 무척 행복해요. 결과가 아니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많다고 생각하니까요.아까 말씀 드린 것처럼 배우의 본질적인 것을 계속 생각해요. 지금도 제가 과연 돌이켜 보면 제 전작들에 비해서 배우의 본질적인 면에서 ‘얼마나 성장했나?’ 생각해보면 제가 느끼기엔 매우 작은 성장이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은 그걸 되게 크게 생각하는 것도 있고. 그런 것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앞으로 노력할거예요.

취쟤_ 이희승 기자
사진_권영탕 사진기자

18 )
mint15
<태풍>의 모습과 다르게 활짝 웃는 장동건씨를 보니 또 다른 면이 보여 좋군요!   
2005-12-14 10:59
cynara
우리 모두가 아껴야할 배우가 아닐까요? 장동건씨!!   
2005-12-14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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