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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배우가 아니야 <시크릿 가든> 김성오
김성오 | 2011년 1월 28일 금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인터뷰 요청 전화했을 때, 직접 받아서 놀랐다. 보통 매니저가 받는데.
SBS 공채 계약이 아직 안 끝나서 소속사가 없는 상태다. 매니저가 없다 보니, 인터뷰 섭외나 여러 가지 전화를 내가 직접 받는다. 3월에 계약이 끝나는데, 당분간은 이러지 않을까 싶다.

공채 계약 기간이 몇 년인가?
2년.

그 기간 동안 SBS를 제외하고는 출연 제약이 있겠다.
영화는 상관없는데, 타 방송국 출연은 안 된다. 소속사도 이중계약이 되는 거니까 안 되고. 회사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월급 안 주는 회사원?(웃음)

(웃음) 사실, 공채 탤런트가 사라진 줄 알았다.
당분간 없었던 게 맞다. 내 기수도 6년 만에 뽑은 거였다.

공채 나이제한에 걸렸는데도 불구하고 합격됐다고 들었다.
지원 할 당시, 출연 작품도 없고 아르바이트도 없어서 놀고 있었다. 그 때, 우연히 인터넷에서 채용 공고를 발견하고, “놀면 뭐하나, 이거라도 보자!”라는 마음에 지원을 결심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까, 나이가 걸리더라. 스물여덟이 커트라인인데, 나는 서른둘이었거든. ‘나이 속여서 내지, 뭐’ 하면서 다시 봤는데, 방문 접수가 안 되고 인터넷 접수만 가능했다. 주민등록번호로 인증을 해야 하는 시스템이어서, 속이는 게 불가능했던 거지. “나이 먹으니까 이런 것도 못하는 구나” 자책하며 그냥 지원을 클릭했는데, 어라? 이게 접수가 됐다고 뜨는 게 아닌가. 그러고 얼마 후에, 1차에 통과됐다는 연락이 왔다. 처음에는 SBS에서 실수한 줄 알았다. 지원자가 수천 명 몰리다 보니까, 실수한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1차 합격했다며 2차를 또 보러 오라는 거다. “어? 왜 그러지?” 하면서 2차를 봤는데, 또 2차가 붙었대. 그때야 ‘얘네 들이 내 나이를 안다. 실수가 아니다’라는 확신에 욕심이 생겼다.

원래 그렇게 도전하는 스타일인가? 많은 사람들이 나이 제한이 걸릴 경우, 포기하고 마는데.
사실, 그리 큰 의미를 부여하고 서류를 낸 건 아니었다. ‘꼭 합격해야지!’ 하는 것 보다, ‘할 일도 없는데, 놀면 뭐 하나’하는 마음이 컸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도움이 됐다. 부담이 없으니까, 떨지 않고 편하게 시험을 볼 수 있었거든. 부담을 느꼈다면, 불합격 하지 않았을까.
할 일이 없어서 시험을 봤다고 했는데, 어떻던가? 합격하고 나니까, 일이 많이 생기던가?
전~혀!(웃음) 방송국에서 자체 제작을 할 당시에는, 공채라는 게 의미가 컸다. 그런데 지금은 대부분 외주제작이다 보니, 의미가 많이 축소됐다. 공채가 줄어든 것도 그 이유고. 그래도 당시 열심히 하려고 했다. 몇 천 명이 공채로 들어오고 싶어 난리를 치는 상황에서 나는 된 거잖나. 또 나로 인해 누군가는 떨어졌을 거고. 그런 생각을 하니까, 그 분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겠다 싶었다. 그리고 내 생활신조가 ‘어느 공간, 어느 상황에서건 사람들과 어울려서 즐겁게 지내자’다. 연극 할 때도 그렇고, 영화 할 때도 그렇고. 아르바이트 할 때도 아무것도 아닌 상황에 의미를 부여하며 즐겁게 일했다. 그런 마인드다 보니까, 방송국이라는 새로운 공간이 너무 재밌더라.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특히 초반 3-4개월은 많이 힘들었다. 나이도 많은데다가, 반장이었거든. 우리 기수가 남자 8명, 여자 6명 총 14명이었는데, 나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누구 하나가 잘못 하면, 그 대미지를 대표인 내가 봐야했다. 또 정신없이 엄청 치였다. 그 때는 어디 출연해서 치이는 게 아니라, 그냥 그 생활에 치였다. 아침에 출근해서 선배들에게 욕도 많이 먹고.(웃음) ‘내가 방송국에 왜 들어 왔지?’라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는데, 그래도 후회는 없었다. 현실에 만족했고, 정말 열심히 했다.

출근해서 뭘 한 건가. 연기 연습?
아니. 그냥, 허드렛일. 탤런트 실에서 전화 받고, 청소하고. 딱히 할 게 없어 보여도, 나가면 할 게 막 생긴다. 그렇게 지내다가, 2년 전에 찍은 영화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신현준 강혜정씨가 주연한 <킬미>라는 영화였는데, 어렵게 개봉 하게 된 거지. 시사회 끝나고 현준이 형님, 감독님, 스태프들 몇몇과 조촐하게 맥주를 마셨는데, 거기에 <킬미> 촬영 당시 제작 실장을 맡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가 “내가 준비하고 있는 영화가 하나 있는데, 오디션 볼 생각 없냐?”고 하더라. 그게 바로 <아저씨>였다.

<아저씨>에서 보여준 장기밀매업자 종석은 참 인상 깊었다. 오디션 제안을 받았을 때, 종석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알았나?
종석이라는 역할을 두고 감독님과 제작사에서 오디션을 많이 본 상태였다. 찾으려고 했는데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었던 상태였고. 그런 상황에서 그 제작 실장 친구가, 내가 잘 어울릴 거라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나야 고맙지. 어떤 캐릭터인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오디션 보겠다! 고맙다!”하면서 갔다.

뭐에 마음이 들어서 감독님이 당신을 선택했을까.
오디션을 보는 순간 “이건 나에게 온 기회”라는 생각이 확 스쳤다. 사람 인생에 세 번의 기회가 있다고 하잖나. 이게 마지막 기회인지, 처음으로 온 기회인지는 모르지만, 그 중 하나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욕심이 났고, 준비도 많이 했다. 감독님께 너무 감사하다. 딱히 내 세울 작품도 없는 나를 과감하게 캐스팅 해 주셨으니까.

<아저씨>는 스태프도 그렇고 배우도 그렇고 상당히 고생하며 찍은 작품으로 알고 있다.
정말 부끄러운 게, 나는 고생을 하나도 안 했다. 감독님과 스태프들은 엄청 고생하는데 말이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게 뭐냐면, 캐스팅이 되고 의욕에 불타서 캐릭터 분석을 심도 있게 했다. 감독님께 여쭤보기도 하고. 그런데 어느 날 감독님이 그러시더라. “성오야, 그냥 놀아!” 그 얘기를 딱 듣고, “감독님 그럼 저 진짜 놀게요.” 이랬다. 너무 좋았지. 이런 영화에 캐스팅 된 것도 좋고, 개런티 받는 것도 좋은데, 열심히 하지 말고 놀라고 까지 하시니.(웃음) 내 촬영 분량이 중간에 드문드문 한 번씩 있었는데, 정말 놀러가는 기분이었다. 촬영장 가는 게 너무 좋고 설레고. 그러다가 촬영 막바지에 촬영장에 5일 정도 붙어 있을 때가 있었는데, 그 때 감독님께 말했다. “감독님 오늘에야 진짜 영화를 찍는 것 같아요.”라고. 그 전에는 가서 기다리다가 훅 찍으면, 감독님이 바로 “오케이!” 끝. 아쉬움에 더 길게 찍었으면 해서 “감독님 두세 번 더 가요~” 해도, 그냥 “오케이!” 이러시니까, 정말 놀러가는 느낌이 든 거다.
다른 영화 찍을 때도, 촬영장 가는 게 좋았었나?
내가 그런 얘기를 했었다. 촬영 끝날 때 즈음 “PD님!” “왜?” “기분이 이상하다”고. “뭐가?” “제가 그 동안 했던 역할들이 종석이보다 작아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그 때는 이런 기분 안 들었다”고. 뭐랄까, 내 영화 같은 기분이 들었달까. 그러니까, 내 소중한 물건인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거다. 그 전에는 그냥 남의 물건에 가서 “어, 예쁘네요” 하고 끝냈다면, <아저씨> 때는 “내 물건 왜 가지고 계세요?” 이런 느낌이 들었다. 굉장히 오묘한 감정이었다.

<아저씨>는 또, 당신에게 처음으로 이름을 부여해 준 영화다.
맞다. <킬미>때는 어깨 1이었고, 예전에도 험상궂은 놈, 부하3, 군인2 이런 식으로만 불렸다. 배역에 이름을 받는다는 건, 배우가 꿈인 사람에겐 정말 큰 거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럼 이번 <시크릿 가든> 끝났을 때는 어떤 기분이 들던가.
지금 끝난 지 일주일 정도 됐는데, ‘섭섭하다, 서운하다, 미치겠다’ 이런 생각은 안 드는 것 같다. 지금 이 인터뷰도 <시크릿 가든>으로 인해 하는 거고. 그냥 연장선상에 있는 느낌이다. 이게 예전과 달라진 점인데, 예전에 연극할 때는 공연이 끝나면 ‘내일 이 시간에 뭐 하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공허함에 괜히 우울해지기도 하고.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 느낌도 들고 그랬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느낌이 없다.

연극 할 때는 작품 끝나고 쉬는 게, 쉬는 기분이 아니었겠다.
그랬지. 작품 하나 끝나고 다음 작품으로 바로 들어 갈 수 있으면 좋은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공백이 몇 달 생기니까. 그래서 그 때는, 한 작품이 끝나면 기분이 많이 이상했다. 내가 할 일이 없어졌다는 것도 그랬지만, 매일 만나던 사람들을 못 본다는 아쉬움도 엄청 났다. 그런 아쉬움이, 도가 지나쳐서 슬픔으로 간 적도 있다.

사람을 정말 좋아하나 보다.
너무 좋아하지.

이런 건 있지 않나?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연극에 비해, 영화나 드라마는 시스템 중심으로 돌아가는 측면이 강하다.
<시크릿 가든>을 끝내면서 아쉬웠던 점이 그거다. 배우 스태프들과 이제야 많이 친해지고, 뭔가 더 잘할만하다 싶어지니까, 드라마가 끝났거든. 지금 김비서를 다시 한다면, 정말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원래는 김비서 역이 아니었다고, 들었다.
원래는 박상무(이병준)를 모시는 최실장 역이었다

최실장 그 분도 비서 아닌가. 그러고 보면 <시크릿 가든>은 ‘비서들의 반란’이라는 생각도 든다. 김비서랑 최실장도 그랬지만, 주원 엄마의 비서도 모두 기존 비서들과 달랐다.
그렇게 봐 주면, 너무 고맙지. 최실장은 감독님 생각이셨다. 드라마 촬영이 임박했을 때, 감독님을 만났다. “너, 시간 되냐?”, “저 지금 영화…”, “그래서, 드라마 못 하겠다고?”, “아니요~ 제가 감독님 작품은 다리가 부러져도 해야 줘!” 이러면서 출연하게 된 거다.(웃음) 그러고 있는데, 며칠 후에 <아저씨>를 본 작가님에게 연락이 왔다. “<아저씨> 너무 잘 봤다”며 “감독님이 너 최실장 맡긴다고 하셔서 일단 알겠다고는 했는데, 내가 감독님과 다시 얘기 해 볼게”이러시더라. 그렇게 해서 바뀐 게 김비서였어요.
누군가 알아 봐 줬다는 것 자체가 기분 좋았겠다.
너무 좋지. 작가님이 <아저씨>를 보고, 나를 뭔가 써 먹고 싶으셨던 것 같다. 그러면서 드신 생각이 뭔가 더 활용하려면 주원이(현빈) 옆에 두는 게 좋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신 거지. 캐스팅이 완료된 상태에서, 배역을 바꾸면서 까지 말이다. 건방질 수 있는 얘긴데 김비서 캐릭터는 사실, 작가님이나 감독님과 상의하지 않고 내 생각대로 푼 거다. 대본 리딩 때 참여를 못해서, 캐릭터에 대해 아무 얘기도 못 들었거든. 그래서 마음대로 풀었는데, 되게 조심스러웠다. ‘뭐라고 하면 어쩌지?’, 작가님이 ‘내가 생각한 건, 이게 아닌데’라고 하시면 어쩌지?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런데, 회차가 지날수록 더, 내가 생각한 것에 맞게끔 대본을 써 주시는 게 아닌가. 그때부터는 마음 편하게 김비서를 연기 했다.

직접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겠다.
그런 재미가 있었지. 내 생각대로 캐릭터를 만들었는데, 그걸 작가님이 믿어주시고, 감독님이 믿어주시고. 거기에 대본까지 나에게 맞게끔 써 주시니까. 그 다음부터는 신이 났다. 탄력 받아서 더 열심히 했고.

김은숙 작가님과는 <온에어> <시티홀>에 이어 세 번째다.
작가님이 <시크릿 가든> 종방영 때 이런 말씀을 하셨다. “사람 인생에는 마법 같은 순간이 온다”고. 나에게 마법 같은 순간이 언제냐면… 이 얘길 해도 되는지 모르겠네… 누구에게도 얘기 한 적이 없는데. 흠, 내 마법 같은 순간은, 작가님을 처음 만났을 때다. 그러니까 <온에어>때, 내게 주어진 역이 이름 없는 매니저 실장이었다. 뭔가 캐릭터를 보여 줄 수 있는 역이 아닌. 초반 몇 번 나오고 마는 그런 역. 아쉬워하던 찰나에,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너, 왜 안 나오냐?”고. “모르겠다”고 하니까, “야! 작가한테 전화를 해! 얘기해서 나오게 해 달라고 말 해. 원래 그렇게 하는 거야.” 이러더라. 그 때 무슨 생각으로 전화를 했는지 모르겠는데, 왠지 모를 친근감이 들었다.

친근감?
김은숙 작가님이 예전에 대학로에서 희곡을 쓰셨던 분이다. 그래서 내 친한 배우들이 그 분 과거를 잘 알고 있고, 그런 얘기를 내게 많이 해 줬다. 작가님이 힘들 때 일들을 듣다보니, 나도 모르게 친근감이 든 거지. 지인 전화를 끊고, 바로 전화를 걸었다. 자다가 받으셨는지, 내 이름을 밝히니까 “제가 지금 자고 있어서…”이러시더라. “죄송합니다” 하고 바로 끊었다.(웃음) 끊고 나서 ‘왜 전화 했을까’ 후회하고. 그러고 있는데, 4시간 후에 작가님께 전화가 왔다. “내가 아까 안 좋게 끊은 것 같아서, 그게 당신에게 상처가 될까봐 전화를 했다”고. 그러면서 극중 주원이처럼 “그런데 당신이 나한테 전화하고 하면 안 돼~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야~” 이렇게 말씀 하시더라.(웃음) 작가님께 내 얘기를 했더니, “내가 처음부터 이 역에 성격을 부여하고 쓴 게 아니라 크게는 못 바꾸겠지만, 중간쯤에 뭔가 쓸 만한 게 있을 것 같으니 기다려라” 하셨다. 그 말씀만으로도 너무 감사했다. 그런데 몇 회 지나고, 정말 내가 나오는 씬이 생기고, 내 이름까지 드라마에 등장하는 게 아닌가. 명함에 ‘김성오 실장’ 이렇게. 그리고 범수 형님이 나를 향해 “김성오!”라고 부르는 씬도 나왔다. 또 대본에도 ‘김성오 실장’이라고 붙여주셨고. 그 때가 나에게는 정말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아마 작가님도 힘든 시기가 있었고, 그 상황에서 마법 같은 순간을 느끼셨기 때문에, 나를 이해해 주신 것 같다. 그걸 계기로 <시티홀>도 하고, <시크릿 가든>도 이렇게 연이 닿아서 하게 된 거다.
마법이 나비효과처럼 번진 느낌이다.
그때 마법이 없었으면, 나는 완전 이상한 사람 취급 받았을 거다. 작가한테 아무렇지 않게 연락이나 하는.(웃음) 그 때 일로 작가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었는데, <온에어> 종방영 파티에 참석을 못 했다. 영화 촬영과 겹쳐서. ‘어떻게 하지?’ 하다가 숙소에서 편지를 썼다. 편지지를 사서 자필로. 그 편지를 제작사 PD님에게 전해드렸는데, 사실 작가님에게 전달되지 못할 거란 생각도 했다. 그런데 전달이 됐더라. <시크릿 가든> 들어가기 전에 밥을 한 번 먹은 적이 있는데, 그 때 “편지 봤다”고 하시더라.

김성오에게 김은숙이 특별하듯, 김은숙에게도 배우 김성오는 특별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듣다보니 궁금한 게, <시크릿 가든> 중간에 주원이 “김비서! 김성오!” 이렇게 부르는 씬이 있었다. 그건, 현빈씨 애드리브였나, 대본에 있던 건가?
대본에 있었다.

와~ 그 때도 배려를. 그것 말고도 작가님이 참 센스가 있는 분 같다. <시크릿 가든> 보면, 패러디가 많았는데, 하지원씨의 차기작 <7광구>를 간접 홍보 해 주신 것도 그렇고. 또 <아저씨> 패러디도 살짝 나왔다. 홍보실 직원 이름이 <아저씨>의 소녀 이름 소미였지.
맞다.(웃음)

마지막 방송에서 음향사고가 난 것도 궁금하다. 그거에 대해서 내부적으로는 어떤 반응이었나?
마지막 방송 날, 종방영 파티를 했다. 그래서 다 함께 모여서 봤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자리가 나, 내 옆에 아영이(유인나), 그 옆에 작가님이 앉게 됐다. 처음엔 방송 사고가 난 줄 몰랐다. 그런데 작가님이 문자를 보더니, 한숨. “왜 그러시냐”고 물었더니, “난리 났다. 방송사고 났다는 문자가 계속 온다. 감독님은 나오다가 다시 불려가셨대” 이러시더라. 알고 보니, 촉박한 촬영과 편집 일정으로 최종 믹싱이 안 된 거였다. 종합 편집실을 안 거치는 바람에 그렇게 된 거지. 그 때 종방영 자리도 잠시 긴장이 감돌았다.

2010년은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해일 것 같다. <아저씨> <자이언트> <시크릿 가든> 인기 있는 작품에 항상 있었다.
운이 좋았다. <아저씨>는 운 좋게 600만 관객을 동원 했고, <자이언트>는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했고, <시크릿 가든>도 잘 될 줄 몰랐는데 반응이 뜨거웠다. 그래서 ‘흥행작에는 항상 그가 있다…’(부끄러운 웃음) 혹은 ‘흥행하고 싶으면 그를 캐스팅 하라!’ 이런 말이…

그런 말이 돌던가?
그런 말이… 하나도 없더라고~ 그랬으면 좋겠는데.(웃음)

(웃음) 사실 개인적으로 <아저씨>를 볼 때, ‘저 얼굴로 착한 역 하기 힘들겠다’ 싶었다. 그런데 <시크릿 가든>으로 내 예상을 보기 좋게 깨주더라. 그리고 <자이언트> <아저씨> 두 작품 모두에서 악역을 연기했는데, 그 느낌이 매우 달랐다. 본인 스스로가 차별 있는 캐릭터를 위해 분석을 꼼꼼히 한 인상이다.
나를 믿고 맡겨주신 캐릭터를 일반적인 사고로 표현하고 싶진 않다. 그건 사회가 만들어 놓은 고정관념에 갇힌 역 밖에 안 되니까. 예를 들어 비서하면 우리가 흔히 연상하는 게 있잖나. 그런데 그건 내 생각이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 놓은 고정관념이다. 대통령 할 때, 연상되는 이미지. 술집잡부 할 때, 연상되는 이미지도 마찬가지다. 그렇게는 하고 싶지 않아서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다.
연기에 대한 욕심이라고 해야 하나?
욕심이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시인은 표현하고 싶은 감동을 인간이 만들어놓은 언어를 통해 말한다. 반면 시인이 쓴 감동들을 언어가 아닌, 몸과 말로 표현하는 게 배우다. 내 경우, 일반적인 시선으로 쓴 시에서는 감동을 느끼지 못한다. 그렇게 봤을 때, 배우도 감동을 주려면 다른 사고가 필요하다고 본다. 사람의 캐릭터가 얼마나 무궁무진한가. 그 다양한 모습을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점점 배우 층이 어려지는 연예계를 생각하면, 다소 늦은 나이에 인기를 얻은 셈이다. 여기까지 오는데 초조함은 없었는지.
그런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조급해하기도 했고, ‘재능이 없나’하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일찍부터 마음에 정해 놓은 게 있었다. 군대 제대하고 ‘연기에 인생을 걸어보자!’ 했을 때, 서른 살까지를 커트라인으로 잡았다. ‘서른 살까지 한 치의 후회가 남지 않도록 노력하자. 그러고 나서 판단했을 때, 내가 이뤄 놓은 게 없다 싶으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다른 일을 찾자’ 라는 마음. 그렇게 서른 살이 됐다. 객관적으로 생각을 했지. 뭔가 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처음보다는. 사람들에게 좋은 소리도 듣고, 작은 역이긴 하지만 영화도 했고. 그게 내 합리화 일수도 있는데, 그런 생각 하면서 ‘5년만 더 쓰자. 서른다섯까지 해 보자’ 이렇게 마음먹었다. 그런데 아마, <아저씨> <시크릿 가든>이 없었더라도 서른다섯이 됐을 때, ‘다시 마흔 살까지 해 보자’ 이랬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라는 직업에 회의를 느낀 적은 없나?
단 한 번도 없었다. 나는 꿈이 있었고, 확신이 있었다. 훌륭한 배우가 돼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거라는 그런 확신과 꿈. <한밤의 TV 연예>나 연예 전문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항상 내가 그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걸 꿈꿨다. 시상식에서 상 타는 꿈도 꿨다. 내가 생각해 둔 수상소감 데이터만 천 건이 넘는다. 항상 그런 걸 꿈꿨기 때문에. 내가 긍정적인 편이다.

최근 하나는 확실히 이뤘다. <한밤의 TV 연예>에서 집중 인터뷰 하던데.
리포터가 물어보더라. “지금 기분이 어때요?”라고. 그 땐, “이, 사람들이 왜 나를 인터뷰 하려고 그러지?”라고 얘기 했는데, 사실 표현하지 않았을 뿐이지,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그래~ 올 것이 왔구나~’이랬다.(폭소)

(웃음) 준비 해 둔 수상 소감 중에, 이거 정말 괜찮다 싶은 게 있으면 하나 알려줘라.
일단 감독님이나 지인들에게 감사드린다고 하겠지. 그리고 나서, “붉은 악마들이 쓰는 말 중에 제가 좋아하는 말이 있습니다. 꿈은 이루어진다. 여러분 정말 꿈은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오늘 밤, 좋은 꿈꾸십시오!” 캬~아~! 기막히지 않나?(함께 폭소) 이게 이런 자리에서 들으니까 이상한데, 깊이 생각하면 굉장한 의미가 있는 얘기다. 나는 항상 꿈을 꾸며 살았고, 꿈은 이루어진다고 믿었고, 이루어진 꿈이 있다.

그런데 왜 연기였나? 제대하고, ‘나를 걸어보자’고 한 게.
그냥 좋았다. 주목받을 수 있다는 것도 좋았고, 내 자료를 남길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주목받는 걸 원래 좋아했나?
그런 건 아닌데, 나로 인해서 친구들이 웃거나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면 기분이 좋다. 학창시절 선생님에게 체벌 받을 때도 “(김비서 버전)아~ 선생니~임~”하면, 친구들이 막 웃고 그랬다. 그러니 하물며 스크린은 어떨까란 생각이 든 거지. 그 큰 화면에 내가 나와서 누군가를 웃기고 울린다는 게, 대단한 일 아닌가.
사람들과 있을 때, 분위기를 주도하는 편인가?
때에 따라 다르다. 사람, 상황, 분위기에 따라.

오늘 만난 김성오는 위트가 상당한 사람인데.
인터뷰도 할 때마다 다르다. 분위기에 영향을 받는다.

오늘 인터뷰는 어떤가?
재미있는데?(웃음)

배우로서 본인만의 필살기라 생각하는 게 있다면?
필살기? 그건, 알려주면 안 되지.(웃음) 대신 내 최대 목표를 밝히자면, 내가 정말 원하는 역을 하는 거다. 마음속에서 진심으로 표현 하고 싶은 역을 만나고 싶다. 어쩌면 평생가도 못 만날 수 있겠지? 나는 표현하고 싶은 역을 만나는 연기자가, 성공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지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있다. 이 상황을 가장 기뻐해 주는 사람은 누군가?
지금 제일 기뻐해 주는 사람은 김성오? 그 누구보다 ‘나’다. 어떤 기자분이 “힘들 때, 생각나는 멘토가 누구냐”고 물었는데, 그런 거 없다. 나는 그냥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파이팅 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김성오라는 사람에게 감사할 뿐이다. 내 영혼이 있잖나. 그 영혼에게 항상 말한다. “김성오, 너 열심히 잘 살고 있어!”

2011년 1월 28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2011년 1월 28일 금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3 )
hslv1004
멋져멋져
  
2011-02-11 16:59
cyddream
참 색깔이 많은 배우인듯 합니다.... 앞으로 더욱 기대가 됩니다.....   
2011-02-05 21:36
lydragon
기자님!
그럼 이번 <시크릿 가든> 끝났을 때는 어떤 기분이 들던가 질문에서
대답부분에 오타 나셨어요~ ㅜㅠ;; <스크릿 가든> ㅋㅋ   
2011-01-28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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