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하루하루를 위한 연가 (오락성 6 작품성 8)
북촌방향 | 2011년 9월 5일 월요일 | 유다연 기자 이메일

전직 영화감독인 성준(유준상)은 친한 선배 영호(김상중)를 만나러 서울에 올라온다. 영호를 기다리다 혼자 인사동 막걸리집에 들러 술을 마시던 성준은, 우연히 영화학과 학생들과 합석하게 된다. 성준은 술에 취해 옛 여자(김보경)의 집을 찾아가 재회하고 다시 헤어진다. 언제인지 정확치 않은 어느 날, 드디어 영호와 만난 성준은 영호의 후배 보람(송선미)과 함께 ‘소설’이라는 술집으로 향한다. 이후, 그들은 여러 번 그곳에서 만나며 소소한 이야기를 꽤 심각하게 나눈다. 성준은 옛 여자를 닮은 ‘소설’의 주인, 예전(김보경)에게 자꾸만 눈길이 간다. 그리고 오늘도 북촌길을 걸으며 우연히 사람들을 만난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홍상수 영화의 일상에는 반드시 남자, 여자, 술, 담배 같은 것들이 있다. <북촌방향>은 그러한 기존의 홍상수 코드를, 눈 내리는 겨울의 북촌길 위에 풀어놓았다. 시간의 경계가 없는 건 여전한데, 전작들에 비해 다소 서늘해진 시선이 감지된다. 이는 ‘홍상수 요소’들 각각에 강약이 주어지면서, 묘한 리듬이 생겨난 까닭이다. <북촌방향>은 ‘우연’에 기댄 부분이 더욱 커졌고, 인물에 대한 연민을 좀 덜어냈으며, 대신 그 자리에 자조적인 웃음을 흘려 넣은 영화다. 인물들은 우연으로 얽힌 탓인지, 서로의 감정은 비례하지 않는다. 내가 반가워하면 그는 떨떠름해 하고, 그가 반가워하면 난 누군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식. <오! 수정>에 이은 두 번째 흑백영상은, 안 그래도 셈이 없고 즉흥적인 홍상수 영화를 더욱 단출하게 만든다.

<북촌방향>은 남루한 일상을 습관적으로 켜켜이 채워가는 사람들을 위한 연가다. 영호만 만나고 “깨끗하게 서울을 통과할 것”이라는 성준의 다짐은 술, 옛 여자, 우연한 만남 등으로 여지없이 무너진다. 이후, 그가 서있는 북촌 거리는 어느 날인지 정확히 설명되지 않는다. 그저 그렇고 그런 그의 하루 중 하나로 묘사될 뿐. “사람한테 무슨 일이 생겨야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라는 보람의 말처럼 ‘우연’은 <북촌방향>에 이르러 다시 한 번 강조되는 홍상수의 자의식이다. 그러한 우연에 자조와 냉소, 서늘한 시선과 계절, 그럼에도 거둘 수 없는 사람에 대한 연민이 한데 엉켜 북촌의 기묘한 하루가 완성되는 것이다.

2011년 9월 5일 월요일 | 글_유다연 기자(무비스트)    




-매번 멋진 남자 배우들을 그럴듯한 찌질이로 만들어버리는 홍감독님 능력에 경배!
-우리와 닮은꼴이라 귀엽고 안쓰러운 사람, 사람, 사람…
-서울, 북촌 또는 사람, 대화를 사랑하고 즐길 줄 아는 당신
-고현정, 백현진, 기주봉… 이보다 더 특별할 순 없는 카메오 군단
-영화 보는 내내 쥐구멍에 숨고 싶을 지도 몰라, 특히 남성 관객이라면
-제아무리 훌륭한 고전명작이라도, 4D 극장 시대에 흑백영화는 절대사절이라는 분들
-남루하고 비루한 일상을 위로할 스크린 판타지를 꿈꾼다면
(총 1명 참여)
kgbagency
홍상수감독님이니 뭐 기본은 하겠죠
그나저나 지방에선 관람의 기회나 있을까싶네요
추석에 개봉하니 일반상영관은 찾기 어려울거 같아요
배급사 나빠요ㅜㅜ   
2011-09-0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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