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 이지혜 기자]
배우: 김민희, 하정우, 김태리, 조진웅, 김해숙, 문소리
장르: 드라마, 스릴러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시간: 145 분
개봉: 6월 1일
시놉시스
“가엾고도 가엾고나. 가짜한테 맘을 뺏기다니…….” 아가씨 ‘히데코(김민희)’의 하녀로 들어온 ‘숙희(김태리)’. 그녀에겐 남모를 비밀이 있다. ‘히데코’를 사기꾼 백작(하정우)과 결혼시키고 ‘히데코’의 재산 일부를 가로채는 게 ‘숙희’의 목표인 것이다. 그녀는 이모부(조진웅)의 엄격한 통제 아래 집 안에 갇혀, 마치 아기처럼 세상물정 모르는 ‘히데코’를 돌봐준다. ‘히데코’는 그런 ‘숙희’에게 마음을 열고 조금씩 의지한다. 바로 그때 사기꾼 백작이 등장해 아가씨 ‘히데코’에게 접근하기 시작한다.
간단평
동생은 누나를 탐했고 아빠는 딸을 탐했다. 그래서 미쳤다. 신부는 친구의 아내를 탐했다. 그래서 미쳤고 결국 죽었다. 이모부는 조카를 원했고 사기꾼은 미끼를 사랑했다. 이모부와 사기꾼은, 미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서 금기와 성애는 중요한 키워드다. 그의 영화 속 캐릭터들은 금단의 사랑을 갈망했고, 이는 기존의 질서를 탈주하는 원동력이 됐다. 그리고 미치거나 죽었다. 욕망과 복수, 갈등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아가씨> 역시 마찬가지다. 이모부의 엄격한 통제 아래 자란 아가씨 ‘히데코’와 이모부, 사기꾼 백작, 그와 거래한 ‘숙희’는 서로 속고 속이면서도 서로에 대한 갈망을 숨기지 못한다. 특이점은 이전작과는 달리 등장인물들의 시선을 중첩시켜 사건을 전개한다는 점이다. 한 가지 사건을 두고 이를 바라보는 ‘숙희’, ‘히데코’, 백작의 시선을 1, 2, 3부로 교차시켜 사건의 전말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박찬욱 감독은 섹스에 대한 고정관념을 전복시킨다. 마치 <스토커>에서 피아노 치는 장면으로 성애적 관능을 전했던 것처럼, <아가씨>에서도 박찬욱 감독은 ‘숙희’가 ‘히데코’의 이를 갈아주는 장면으로 성애적 관능을 전하는 것이다. 덕분에 정작 ‘숙희’와 ‘히데코’의 진한 베드신에서는 성애적 관능 보다는 이들의 동지애가 싹트는 결정적 계기로 느껴진다. 마찬가지의 의미에서 이모부를 비롯한 일본 귀족들이 ‘히데코’를 바라보는 시선에서는 강간의 상징성이 전해진다. ‘레즈비언 역사 스릴러’로 불리는 『핑거 스미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운 대목이다. 이 모든 사건의 무대가 되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답게 서양, 일본, 조선의 양식이 뒤섞인 집은 특유의 중후한 분위기로 관객을 압도하며 기묘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제 69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이자 칸 영화제 벌컨상 수상작이다.
2016년 5월 26일 목요일 | 글_이지혜 기자(wisdom@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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