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 만다린(벤 킹슬리)의 무차별 공격에 모든 걸 잃은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하늘에서 불시착하는 아이언맨 등 예고편을 접한 관객들은 하나같이 <아이언맨 3>가 시리즈 중 가장 어두운 영화라고 예상했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그 예상은 빗나가지 않는다. 2편에서 유명세 때문에 잠시 방황했던 토니 스타크는 <어벤져스> 전쟁 이후 영웅으로서의 삶에 회의를 느낀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을 원하는 건지 아이언맨을 원하는 건지에 대한 고민을 한다. 영화는 <아이언맨 3>가 아닌 <아이언맨 라이즈>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모든 걸 잃은 토니 스타크가 내적 고민을 해결하고 다시 일어나는 과정에 힘을 싣는다.
영웅으로서 성장하는 토니 스타크의 모습은 액션에서도 엿볼 수 있다. 토니 스타크가 슈트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지는 액션장면들은 의외로 많다. 셰인 블랙 감독은 슈트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온전히 토니 스타크의 순발력에 기댄 액션을 연출한다. 부분 착용이 가능한 신개발 슈트 ‘마크 42’의 활용으로 장갑이나 부츠만으로 적을 쓰러트리는 장면은 이를 잘 보여준다. 화려하진 않지만 구성 자체가 돋보인다. 물론 슈트를 착용하고 벌어지는 액션 장면도 등장한다. 추락하는 에어 포스 원에서 13명의 인명을 구출하는 장면이나 47개의 슈트가 대거 등장하는 마지막 액션 장면은 볼거리를 충족시킨다.
<아이언맨 3>에서 기대하는 부분은 <아이언맨> 시리즈를 매듭짓고 새로운 출발점을 만들 것인가와 어떤 방식으로 <어벤져스 2>와 연결 지점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다. 2편에서 <어벤져스>와의 연결 지점 때문에 영화 전체가 흔들렸던 문제를 인지한 듯 감독은 두 가지 중 시리즈를 마무리 하는 쪽에 중심을 둔다. 하지만 129분 안에 어떻게 해서든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이야기는 응집력이 떨어진다. 특히 특별한 계기 없이 토니 스타크의 고민이 해결되는 부분은 급하게 마무리하려는 감독의 강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2편의 문제점이었던 악역 활용 면에서도 단점이 노출된다. 만다린, 알드리치(가이 피어스), 마야(레베카 홀) 등 악역들은 토니 스타크의 들러리에 불과할 정도로 존재감이 떨어지고, 아이언맨을 공격하는 동기 부여 또한 약하다.
이런 점에도 불구하고 <아이언맨 3>는 관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공산이 크다. 웃고 즐길 수 있는 블록버스터의 장점은 확연하기 때문이다. 그 일등공신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다. 그는 쉼 없이 수다 퍼레이드를 벌이며 영화의 어두운 분위기를 상쇄시키고, 몸보다 입이 먼저 반응하는 코믹한 액션을 선보인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이제 시리즈에 없어서는 안 될 영웅이다.
2013년 4월 25일 목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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