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펜더블>시리즈가 지향하는 액션은 영화 속 대사처럼 ‘구식’이다. 영화 내내 치고 박고 총질하고 부수는 액션은 그야말로 속전속결이고 시원시원하다. 어느 것이든 감각적인 눈속임과 CG는 철저하게 배제하고, 무엇보다 중점을 두는 것은 근육마초들의 맨몸싸움이다. 말하자면 정공법이고, 80년대식 액션인 셈이다. 결국 1편의 대히트로 2편이 기획되는 순간부터 승부의 포인트는 정해져 있었을 것이다. 이런 부류의 블록버스터가 대개 그렇듯 전편보다 더 크고, 더 화려하게 만들 것. 탱크, 수송용 비행기, 보트 추격전까지 등장하는 <익스펜더블 2>의 볼거리는 1편을 상회한다.
여기서 결정적인 차이는, 실베스터 스탤론이 직접 메가폰을 잡았던 전편과 다르게 <익스펜더블 2>는 사이먼 웨스트가 연출을 맡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적절한 선택이었던 듯하다. 전편보다 스케일은 커졌지만 디테일은 좀 더 강화됐다. 사이먼 웨스트는 자신이 <콘 에어>나 <툼 레이더>에서 선보였던, 스케일 크지만 지나치게 가볍거나 경망스럽지 않은, 동시에 촌스럽지도 않은 액션의 밸런스를 <익스펜더블 2>에 심어놓는데 성공했다. 영화는 올스타급의 출연진임에도 모든 캐릭터에게 동등하게 비중을 할애해야 한다는 강박적인 과욕도 부리지 않는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두 축은 실베스터 스탤론과 제이슨 스타뎀이다. 이연걸은 초반에 잠시 활약하고 하차하고, 아놀드 슈왈츠네거와 브루스 윌리스는 조연, 척 노리스는 거의 카메오 수준에 가깝다. 악당 역을 꽤나 멋지게 해낸 장 클로드 반담의 캐릭터는 특히 인상적이다. 1편 개봉 당시 인터뷰에서 스타배우들 사이의 알력이 없었냐는 질문에, 스탤론은 “모두들 옛날이야기 해가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촬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익스펜더블 2>가 전편과 차별화되는 부분은 여기까지다. 나머지는 그대로다. 적을 때려눕히고 한마디 날려주는 싱거운 농담, 별 볼일 없는 스토리와 엉성한 구성 등등. 그러나 이 영화를 나쁘게 말할 수 있는 걸 다 감안하더라도, 남는 건 노배우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성의와 복잡한 세상 잊게 해주는 볼거리다. 게다가 어설픈 휴머니즘을 덧바르며 질질 끌지도 않고, 미국식 영웅주의와 이데올로기와도 거리가 멀다. <익스펜더블 2>는 혼자 잘난 퇴물스타들이 왕년의 영광에 추하게 매달리는 영화가 아니다. 제철 지난 것을 스스로가 가장 잘 아는 이들의 유쾌한 소회에 가까운, 딱 할 만큼 하는 영화다. 그리고 관객들도 딱 그만큼 즐기면 되는 영화다.
2012년 9월 4일 화요일 | 글_최승우 월간 PAPER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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