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마디
리들리 스콧에겐 영화사에 이름 새겨진 두 편의 SF 영화가 있다. 하나는 ‘SF의 걸작’이라 평가받는 <에어리언>. 다른 하나는 ‘저주받는 걸작’이라 이름 붙여진 <블레이드 러너>다. 30년 만에 친정이나 다름없는 SF 장르로 돌아온 그가 또 하나의 걸작을 내놓을 수 있을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당장 <프로메테우스> 앞에 걸작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공산은 커 보이지 않는다.(또 모르지. <블레이드 러너>처럼 훗날 재평가 받을지도) 영화는 리들리 스콧의 SF적 감각이 녹슬지 않았음을 증명하지만, 그것이 진화했음을 보여주진 못한다. 철학적 메시지는 있으나 <블레이드 러너>에 비하면 층이 얇고, 영화가 끝났을 때 전해지는 전율도 기대보다 덜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메테우스>는 잘 만든 영화라 생각한다. 앞선 작품들이 워낙 걸작이었음으로 상대적으로 밑지는 부분이 존재할 뿐. 아, 3D에 최적화 된 영화다. 3D 관람 거침없이 추천한다. 그런데 샤를리즈 테론, 조연이었어?
(무비스트 정시우 기자)
개봉 전부터 갖은 떡밥을 던지며 호기심을 자극했던 <프로메테우스>가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그러나 막상 정체를 드러낸 <프로메테우스>는 그 자체로도 거대한 떡밥 덩어리다. <에이리언>의 우주관을 빌려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말처럼 <프로메테우스>는 <에이리언>에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의 단서를 제시하는 동시에 또 다른 궁금증을 남기며 관객을 몰입케 만든다. 물론 <프로메테우스>는 <에이리언>과 무관한 독자적인 영화이기도 하다. <에이리언>이 타자에 대한 공포를 다뤘다면 <프로메테우스>는 인류의 기원이라는 거창한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주제를 밀도 있게 전하는 방식에서는 <에이리언>의 편을 들고 싶다. 그럼에도 최첨단의 테크놀로지로 완성된 <프로메테우스>는 SF의 볼거리 속에 인류의 기원과 종교에 대한 생각할 거리를 담았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작품이다.
(경제투데이 장병호 기자)
감독은 아니라고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프로메테우스>는 <에이리언>의 프리퀄에 가깝다. 주요 인물과 외계 생명체는 다르지만 미지의 행성에서 외계 생명체와 사투를 벌이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에이리언>과 흡사하다. 긴장감을 조성하면서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감독의 연출력 또한 오버랩된다. 하지만 이야기의 힘이 약하다. 인류의 기원을 찾는다는 대명제로 시작한 영화는 끝날 때까지 확실한 해답을 주지 않는다. 더불어 후반부 <에이리언>과 접점을 맞추기 위해 짜 맞추는 듯한 설정들은 반가움보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감독의 이름값에 비하면 영화는 범작 수준. 리들리 스콧의 걸작은 언제쯤 나올 수 있을까.
(무비스트 김한규 기자)
인간을 사랑한 나머지 불을 꺼뜨리지 않은 프로메테우스처럼 인류의 탄생과 다윈의 진화론을 갈아 치워버리고 근원적 의문을 꺼뜨리지 않는다는 이야기. 리들리 스콧은 부인했지만 <프로메테우스>는 <에이리언> 시리즈의 프리퀄이다. 동시에 <블레이드 러너>의 데자뷰이기도 하다. 리들리 스콧은 <프로메테우스>를 통해 30년 넘게 쌓아온 SF를 집대성하고 싶었던 걸까. 영화는 <블레이드 러너>의 철학과 <에이리언> 시리즈의 충격이 다시 복기된다. 새로움이 담보되지 않는 프리퀄에서 스콧이 택한 스토리텔링의 방식은 직접적이다. 인간과 레플리컨트(복제인간), 인류 탄생의 철학적 고민은 상징하기보다는 발화한다. <블레이드 러너>의 영광을 환기하며 SF 영화사에 획을 그을 대작이라는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나 SF와 호러가 블록버스터 안에서 만난 범작으로 기능한다.
(프리랜서 양현주)
2012년 6월 1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