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과의 마찰로 하차함 샘 레이미를 대신해 수장 자리에 오른 건, 마크 웹. <500일의 썸머>로 인상적인 데뷔식을 치른 감독이다. 멜로에서 재능을 인정받았을 뿐 블록버스터 분야에선 ‘미지의 인물’인 마크 웹에게 이 어마어마한 프로젝트를 위임한 건, 소니로서도 분명 도전이고 도박이다. 물론 다루기 까다로웠던 샘 레이미 보다 그들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편한 감독이라는 계산도 깔려있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토비 맥과이어의 쫄쫄이 슈트는 <소셜 네트워크>의 앤드류 가필드가 물려받았다. 안방마님 자리를 꿰찬 건 최근 할리우드에서 주가 상승 중인 엠마 스톤. 촬영 중에 눈이 맞았던 토비 백과이어-커스틴 던스트처럼 앤드류 가필드과 엠마 스톤도 실제 연인으로 골인했다는 소문이 들린다. 스파이더맨의 거미줄에 사랑의 묘약이라도 발라져 있는 것일까. 걸리면 빠져들게.
원년 멤버들과의 ‘뒤끝’남기는 이별로 재정비된 팀이기에 기대만큼 우려도 크다. 특히 샘 레이미와 토비 맥과이어를 오매불망 기다리던 오리지널 팬들의 분노가 아직 가라앉지 않은 상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결과가 유독 궁금한 이유다. 그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주는 자리가 7일 오후 1시 CGV 왕십리에서 마련됐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3D 예고편과 9분여의 스페셜 영상이 최초로 공개된 이 날 행사는 서울뿐 아니라 LA, 뉴욕, 런던, 도쿄, 시드니, 멕시코 시티, 베를린, 로마, 마드리드, 파리, 모스크바, 리오, 전세계 13개 주요 도시에서 동시에 이루어졌다.
예고편은 3D로 공개된 만큼, 입체감과 공간감을 도드라지게 하는 장면들이 주를 이뤘다. 번지 점프를 하듯 뉴욕의 마천루를 누비는 모습부터, 거미줄에 매달려 도심 빌딩을 활강하는 스파이더맨의 역동적인 모습이 3D 카메라로 세심하게 포착됐다. 정확한 3D 완성도는 완성본을 봐야 알겠지만, 일단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데는 성공한 듯 보인다. 하긴, 공중 퍼포먼스에 능한 스파이더맨은 누가 봐도 3D에 안성맞춤인 아이템이다. 부디 예고편이 전부인 영화가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비주얼만큼이나 궁금했던 건, 스토리. “전작들을 답습하기보다 새로운 이야기와 창의적인 목소리를 더한 스파이더맨으로 새 역사를 쓰고 싶다”던 마크 웹의 각오가 잘 드러났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일단, 캐릭터에서는 전과 다른 스파이더맨이 나온 게 확인된다. 생활고에 허덕이고 미녀 앞에서 홍당무가 되던 ‘토비 맥과이어표 소심남 피터 파커’를 기억하는 팬들이라면, 미운 놈에게 매 하나 더 때리는 ‘앤드류 가필드표 피터 파커’는 확실히 새롭게 다가갈 게다. 특히 거미줄 발사기 ‘웹슈터’를 스스로 발명하는 모습에선 기존에 없던 지적인 풍모마저 풍긴다. 다만,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조셉 고든 레빗에게 거미 슈트가 돌아갔더라면, 조금 더 근사한 스파이더맨이 탄생하지 않았을 까란 아쉬움은 남는다. 조셉의 열혈 팬이라서 하는 말만은 아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에 맞서기에, 앤드류 가필드가 최선인지 아직 확신이 안 서기 때문이다.
캐릭터가 아닌 이야기 구성에서는 전작들과의 차별성이 감지되지 않는다. 영웅 이야기의 일반적인 흐름을 따라가는 인상이랄까. 워낙 짧은 영상이기에 마크 웹 만의 인장을 찾는 것도 무리였다. <500일의 썸머>에서 보여준 창의적인 스토리텔링을 스파이더맨 안에서도 잘 풀어냈을지. 영화가 개봉하는 7월에 특히나 눈여겨 볼 부분이다. 이것이 새로운 스파이더맨의 흥행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될 테니 말이다.
한편 이 날 자리에는 기자들뿐 아니라, 일반 관객들과 인기 블로거들이 초청됐다. 블로거들에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페이스북과 트위터 주소를 알려주며 “감상평을 남겨 달라” 부탁하는 홍보사의 모습에서, SNS 중심으로 판이 새로 짜여 지는 영화 홍보의 오늘을 새삼 확인한다. 그들이 남긴 평을 찾아 트위터의 바다를 헤엄쳐 보는 것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2012년 2월 7일 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