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마디
뜨겁고, 박력 있고, 섹시하고, 유머러스한데, 시대의 공기마저 농밀하게 담아낸 웰 메이드 영화다. 속고 속이며 먹이사슬을 이어가는 사내들의 삶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용서받지 못한 자>가 군대를 통해 남성성을 재생산해내는 권력구조에 칼을 대고, <비스티 보이즈>가 호스트바를 통해 스스로 거세를 선택한 남성의 욕망을 해부했다면,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는 조폭 세계를 매개로 아버지 세대를 연민하고 풍자한다. 시간을 재배치하며, 사건의 퍼즐을 맞춰나가는 연출이 능수능란하다. 놀랍게도 하정우가 나오는 장면 하나하나에서 폭죽이 터진다. 더 놀랍게도 최민식이 등장하는 시퀀스 자체가 폭탄이다. 선수끼리의 연기대결, 근사하다. 러닝 타임 133분. 시계를 볼 틈 따윈 없다.
(무비스트 정시우 기자)
“대부님.” 극중에서 최형배(하정우)는 최익현(최민식)을 이렇게 부른다. 실제로 최형배의 먼 친척이기도 한 최익현은 공무원 출신이라는 재능(?)을 이용해 부산 지역 1인자 최형배의 사업을 돕는다. 한국판 <대부>를 연상시키는 장면도 있지만 공무원 출신의 평범한 남자가 권력의 세계에 물드는 이야기는 마틴 스콜세지의 <좋은 친구들>을 연상시킨다. 이는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가 장르적인 요소를 잘 살렸다는 뜻. 80년대 이후 한국사회를 직시하려는 감독의 시선 또한 인상적이다. 오랜만에 정감 가는 캐릭터를 선보인 최민식의 연기가 특히 빛난다.
(경제투데이 장병호 기자)
괴물 같은 시대를 징그러운 생명력으로 살아나간 사내의 일대기. 그보다 더 징그러운 최민식의 연기는 곳곳에 보이는 시나리오의 구멍을 메운다.
(DenW 하정민 기자)
밑바닥에서부터 기어오르는 법을 배운 이는 미끄러지면서 버티는 재주를 용하게 터득한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는 한국의 근대사를 헤쳐오며 오늘날 일가를 이룬 한 아버지의 진창 같은 일생을 조명하는 영화다. 노스텔지어로 가오를 잡고, 블랙코미디의 리듬을 타면서도 서슬 퍼런 서스펜스가 때때로 쑥 들어온다. 두 전작을 통해서 리얼리즘의 연출적 장기를 드러낸 윤종빈 감독의 시대적 묘사가 탁월한 가운데, 배우들은 또렷한 연기로 그 시대적 공기를 채워낸다. 특히 영화를 좌우로 흔들어대는 최민식의 가공할 연기가 돋보이는 가운데서도 종종 그 리듬을 중심축으로 세워 넣고 긴장을 불어넣는 하정우의 존재감도 근사하다.
(beyond 민용준 기자)
2012년 1월 19일 목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