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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재미 하나만큼은 허리케인급
사랑은 너무 복잡해 | 2010년 3월 8일 월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사람은 한 번 실수했던 것에 대해서는 반복하지 않으려는 습성이 있다. 하지만 항상 예외인 것이 있으니, 사랑이다. 사랑 때문에 아무리 울고불고, ‘사랑 따위 다신 안 해’라고 다짐해도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금 하게 되는 게 사랑이다. 아마 인류가 멸망하는 그 날까지 절대 개발하지 못하는 백신이 있다면, 사랑에 대한 백신일 게다. 이러한 사랑에 대해 에두르지 않고 “복잡해”를 외치는 이는 <왓 위민 원트>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을 연출한 할리우드 여성 감독 낸시 마이어스다. 할리우드의 주변부에 머물던 중년들의 사랑을 중앙부로 끌어올린 감독답게 이번에도 중년에 향한 사랑을 질펀하게 풀어냈다.

베이커리 숍을 운영하는 제인(메릴 스트립)은 아이 셋을 지닌 50대 이혼녀. 스무 살이나 어린 여자와 바람이 난 전 남편 제이크(알렉 볼드원)와도 10년째 제법 ‘쿨’한 관계를 유지하며 지낸다. 그러던 중, 아들의 대학 졸업을 맞아 뉴욕으로 간 제인과 제이크는 예기치 않게 뜨거운 밤을 보내게 된다. 그런데, 이게 웬일. 실수려니 생각했던 그날 밤 일로 모든 게 바뀐다. 가정이 있는 제이크는 제인에게 다시 시작하자고 다가오고, 제인은 그것이 불륜인 줄 알면서도 제이크에게 끌린다. 그리고 마침 제인의 부엌 인테리어를 담당한 이혼남 아담(스티브 마틴)이 등장하면서 그녀는 두 남자 사이에서 고민하기 시작한다.

이혼한 전남편과 불륜을 저지르는 여자. <하늘이시여>의 임성한 작가나 <아내의 유혹>의 김순옥 작가가 썼으면 막장이라는 소리 듣기 딱 좋은 위험 소재다. 하지만 낸시 마이어스 특유의 연출력과 전형성을 탈피한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더해지면서 영화는 막장과 거리 두기 하는데 성공한다.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영화는 나이가 들수록 젊은 여성을 찾는 남자의 습성에 비수를 꽂고, 주름이 늘수록 부엌데기로 전락하는 여성의 삶에 반전을 안김으로써 관계에 대한 기존 고정관념을 보기 좋게 날려버린다.

아줌마들의 쫄깃쫄깃한 19금 수다 역시 이 영화의 빼 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음담패설을 자신들만의 전유물로 여기고 있을 남자들이에게는 숨은그림찾기 같은 재미를, 음지에서 성을 속삭였던 주부들에게는 속 시원한 해방구를 안기지 않을까 싶다. 영화는 20-30대 여성관객도 놓치지 않는다. 두 남자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제인의 모습은 영락없는 18세 소녀의 그것과 같고, 전 아내가 다른 남자와 있는 모습에 질투심을 불태우는 제이크 역시 귀엽기 그지없다. 특히 늦은 밤, 문이 닫힌 베이커리에서 크로와상을 구우며 사랑을 속삭이는 중년 남녀의 애정행각은 여성들에게 달달한 판타지를 안기기도 한다. 한마디로 50대 여성 관객층에 머물지 않고, 젊은 여성관객, 더 나아가 로맨틱 코미디에 무심했던 남성들까지 포섭할 만한 이야기를 지닌 게 <사랑은 너무 복잡해>의 최대 장점이다.

하지만 <사랑은 너무 복잡해>는 낸시 마이어스 최고의 작품이라고 하기엔 여러모로 망설여지는 작품이다. 이혼녀의 자아 찾기는 이미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에서 다룬 소재이고, 남녀 관계의 전복 역시 <왓 위민 원트> 때부터 끊임없이 다뤄 온 얘기다. 적잖이 관습적이고 감상적이며 다소 작위적인 설정들도 아쉬운데, 특히 이혼한 엄마 아빠가 다시 만나고 있다는 사실에 심한 충격을 받는 아이들의 모습은 쉬이 공감을 안기지 못한다. 전남편의 아내 캐릭터가 단조롭게 그려진 것도 옥에 티다. 생각해 보면, 그녀도 주인공 제인 못지않게 사연 많은 여자다. 젊은 나이에 나이 든 이혼남과 결혼한 것이나, 그런 남자의 아이를 가지려고 불임클리닉에 열심히 발 도장 찍는 모습은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하지만 낸시 마이어스는 중년의 사랑과 자아 찾기를 그리느라 같은 여자인 젊은 여성을 희생양으로 삼고 말았다. 이혼녀가 늘어나는 것과 동시에 돌싱남과 결혼하는 미스들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낸시 마이어스가 간과 한 게 아닌가 싶다.

이렇게 놓고 봤을 때, 이 영화에서 낸시 마이어스가 보여주는 가장 큰 장기는 ‘나쁜 걸 나쁘지 않게 포장’하는 재주다. 즉, 영화는 중견여성의 자아성찰이라는 수식어를 무기로 주인공 제인에게 면죄부를 준다. 제인이 저지르는 불륜 최대의 피해자를, 과거 제인에게 남편을 빼앗은 여자로 설정한 건, 그녀에게 줄 수 있는 최상의 면죄부인 셈이다. 게다가 이 주인공은 자신의 행동이 나쁘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고민한다. 하지만 고민만한다면,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재미가 떨어질 터. 영화는 고민하는 그녀가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또 한번의 면죄부를 만든다. 바로, 정신과 상담의다. 주인공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인가를 묻기 위해 정신과 상담의를 찾아가는데, 의사는 친절하게도 “행복하다면 마음 가는대로 해라.”라고 말한다. 안다. 가정 법원 변호사가 아니라,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정신과 의사라는 걸. 하지만 극의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이러한 설정들이 <사랑은 너무 복잡해>를 다소 팬시한 느낌의 영화로 보이게 하고 말았다.

결론적으로 말해, <사랑은 너무 복잡해>는 분명 재미있는 영화다. 아마, 영화를 보는 대부분의 관객은 상영 내내 깔깔거리게 될 것이고, 젊은 여자에게 눈 돌아간 남편 때문에 마음고생 했을 여성이라면 통쾌하고 짜릿한 쾌감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웃음은 가히 허리케인 급이되,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과 같은 깊이 있는 성찰에는 이르지 못한다. 게다가 이 재미의 공 대부분도 낸시 마이어스가 아닌, 메릴 스트립과 알렉 볼드윈 복식조의 덕이 컸다는 점을 상기하면, <사랑은 너무 복잡해>는 낸시 마이어스에게는 범작으로 남을 영화다.

2010년 3월 8일 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조강지처 버린 남자의 최후는 동양이나 서양이나 비극적이구나
-젊은 여자만 밝히는 중년 남성들을 위한 지침서
-늙었다고 자학하는 중년 여성들을 위한 희망서
-메릴 스트립-알렉 볼드윈, 이 환상의 복식조를 보게나
-웃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18세 관람불가. 애들은 가라구나
-다소 팬시한 느낌. 너무 달디 달다. 인생의 쓴맛을 조금 더 강하게 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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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rdl3
평이 좋네요..기대됩니다~!   
2010-03-08 21:14
kisemo
잘봤어요^^   
2010-03-08 17:00
leena1004
잘봤어요^^   
2010-03-08 16:48
doona09
중년의 사랑이 이해는 잘 안되엇지만.. 유쾌한 영화
역시 메릴스트립은 단연 칙오 !   
2010-03-08 14:23
wlngss
기대되요   
2010-03-08 13:54
bjmaximus
오락성을 좋게 평했네,알렉 볼드윈이 오랜만에 비중있는 역할을 맡았나?   
2010-03-08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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