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라디오 PD 타마키(히로스에 료코)는 낮은 청취율 때문에 고민이 많다. 마침 개편을 맞아 한 달 간의 휴가를 가지게 된 타마키는 자기에게 라디오를 알게 해 준 첫사랑 타로(카미키 류노스케)를 떠올린다. 타로는 (어린)타마키(우미노 타마키)가 중학교 때 입원한 병원에서 만난 소년. 백혈병에 걸린 타로는 병원 내 DJ를 맡으며 병원 사람들에게 소소한 행복을 안겨준다. 타로와 타마키는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며 점점 가까워지지만, 그와 함께 타로의 병도 깊어간다. 이에 타마키는 타로의 회복을 빌며, 타로가 즐겨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사연을 보낸다.
<리틀 디제이>는 단순한 기시감을 넘어,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빼다 박은 듯한 작품이다. 첫사랑과 백혈병이라는 소재, 과거 회상을 이용한 이야기 전개, 심야 라디오, 카세트 테이프 등의 복고적 분위기가 비슷하고, “너의 기억에서 잊혀지고 싶지 않아.”라는 편지 내용마저도 흡사하다. 특히 백혈병에 걸린 주인공을 무균실에 몰아넣은 후 관객으로 하여금 “이래도 울지 않나 두고 보겠어!”하고 위협하는 것까지 똑 같다. 굳이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 영화의 신파코드는 이미 익숙해질 만큼 익숙해진 요소다. 뭐, 이런 일련의 사실들을 제작진이 몰랐을 리 없다고 본다. 알면서도 만든 건, 이런류의 영화에서 노리는 게 특출한 이야깃거리가 아닌, 익숙함 속에서 나오는 풋풋한 감성과 공감대일 테니 말이다. 영화는 그런 점에서는 일부분 성공을 거둔다. 삼류 신파코드지만 거기에서 파생된 원시적 힘 또한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또 하나 <리틀 디제이>에서 높이 살만한 건, 백혈병에 걸린 소년이 DJ를 수행한다는 설정이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앤디(팀 로빈슨)가 간수실 문을 잠그고 틀어 준 오페라가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던 죄수에게 잠시나마 천국을 꿈꾸게 해주었듯, <볼륨을 높여라>의 고교생 마크(크리스찬 슬레이터)가 진행한 해적방송이 기성세대에 억눌려 지내던 청춘들에게 자유를 선사했듯, <리틀 디제이>이의 백혈병 소년 타로가 들려준 음악은 병원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놀라운 선물이 된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추억의 팝송을 듣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특히 퀸의 ‘썸바디 투 러브(Somebody to Love)’를 장례식 장면의 배경으로 깐 것이 상당히 신선하다. 그 어떤 영화가 ‘썸바디 투 러브’를 장례식 장면에 버젓이 튼단 말인가. 예상외의 선택이 예상외의 감동을 안긴다.
2010년 3월 8일 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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