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하나만으로도 주위를 환기시키고 집중시키는 아름다운 존재감. 한국에 김희선이 있다면 일본엔 히로스에 료코가 있다. 14세의 아이돌 스타로 데뷔한 이후 각종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그녀는 영화 <비밀>에서 청순한 이미지의 소녀와 사랑을 떠난 중년 여성의 폭 넓은 연기를 선보이며 국내 관객들에게 매우 인상 깊은 배우로 자리잡았다. 영화 개봉 이후 그녀에 대한 한국 대중의 관심도 커져 현재까지 한국에 소개된 일본 배우 중 가장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신세대 스타이다.
<연애사진>에서는 한 남자의 마음을 놓아주지 않는, 자유분방하고 감정에 솔직한 '시즈루'를 연기했는데, 그녀의 말에 따르면 시즈루에게는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고. 매우 솔직한 편이지만 내심 고민하는 문제나 싫어하는 것에 대해 표현하지 않는 부분까지도 매우 비슷하다고 한다. 일찍 연예계 생활을 시작한 여느 아이돌 스타처럼 굳어진 이미지로만 남을 수도 있었지만, 스무살을 넘기면서 그녀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낸 듯 당당하고 자신 있는 행동으로 어른스러운 '히로스에 스마일'을 찾았다. 최근 <막부말순정전(幕末純情傳)>이란 작품으로 첫 연극 무대에 뛰어들어 과감한 러브신과 액션신에 도전하는 등 180도 다른 변신을 꾀하는가 하면, 7명의 일본 감독이 만든 컴필레이션 영화 'Jam Films' 에서 이와이 순지 감독작품 <ARITA>에도 출연했다. 국내 케이블 방송에서는 그녀의 인기를 반영한 듯 다케노우치 유타카와 호흡을 맞춘 드라마 <속도위반결혼>이라는 작품이 방영되기도 했다. <하나와 앨리스>에서 예상 밖의 역할로 영화의 라스트에 모습을 보이는 료코는 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옴니버스 기획 영화 <Jam Films> 중의 한편인 <ARITA>에서 주연을 맡은 것을 인연으로 영화에 깜짝 등장했다. 영화 <굿’ 바이 :Good&Bye>에서는 사랑스러운 아내 ‘미카’ 역을 맡아 히로스에 료코 특유의 청초한 매력과 더불어 이전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성숙한 아름다움과 안정된 연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일본아카데미상 우수여우주연상 등 각종 영화제에 수상하며 여전한 연기력과 외모로 사랑 받고 있다. <리틀 디제이>에서 히로스에 료코가 분하는 ‘타마키’역은 엽서나 신청곡 한 통 오지 않는 심야 라디오 PD로 자신이 라디오 PD의 꿈을 갖게 된 한 소년과의 추억 속으로 안내하는 안내자 역할을 맡았다.
<제로 포커스>에서 ‘히로스에 료코’는 예상치 못한 남편의 실종으로 홀로 단서를 찾아가며, 남편을 둘러싼 비밀스런 과거들이 밝혀 지면서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되는 ‘데이코’라는 캐릭터를 맡아 열연했다. ‘이누도 잇신’ 감독은 초반부 가녀리면서도 애틋한 감성을 지니고 있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강한 여성상을 보여주는 ‘데이코’ 캐릭터에 ‘히로스에 료코’가 100% 부합될 것이라고 판단, 그녀에게 적극적인 구애작전을 펼치며 천신만고 끝에 그녀를 캐스팅했다고 한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그녀의 겉모습은 감독의 전언처럼 유리보다 맑고 투명하게 빛을 발하지만 긴장감 넘치는 클라이맥스를 향할수록 영화 속 그 누구보다 강렬하고 단단한 이미지를 관객에게 각인시킨다.
Filmography 영화_<제로 포커스>(2009), <폭렬닌자 고에몬>(2009), <굿’바이>(2008), <연애사진>(2003), <잼 필름>(2002), <와사비>(2002), <비밀>(1999), <철도원>(1999), <20세기 노스탤지어>(199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