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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권의 경이로운 꼬라지를 영화를 통해 바라봤습니다.
2008년 6월 12일 목요일 | 유지이 기자 이메일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겠다는 새 정부의 100일 맞이 이벤트는 모두의 상상을 저만치 초월했다. 물대포와 군화발 폭력이 난무하고, 실로 오랜만에 전경 방패찍기가 코 앞에서 찍은 영상을 타고 사람들을 분노하게 했다. 비무장에 여학생과 임신부까지 섞여있는 사람들에 대한 진압은 한동안 영화로나 보았고 우리 사회에는 남아있지 않다고 믿었던 폭력적인 권력의 마수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민주사회의 허상을 쓰고 남아있었음을 증명했다.

때로 현실이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 인터넷 UCC를 통해 중계된 그 밤 광화문 앞에서의 무서운 장면이 그렇다. 비참한 현실을 그리고 있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내 앞에서 벌어질 일이 아니라 생각하고 넘어갔던 장면을 상기하는 이유는 그 장면 속에 그려진 픽션이 어느 순간 우리가 살고 있는 거리에서 논픽션으로 나타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독하게 통제된 삶, 빅 브라더의 자손들
 개인이 무한히 작은 미래 도시
개인이 무한히 작은 미래 도시

소수 독재자의 판단에 따라 국가의 구성원들이 철저하게 통제 당하는 삶은 조지 오웰이 〈1984년〉에서 ‘빅 브라더’라는 의미심장한 이름을 붙여 소설화한 후 디스토피아 미래를 다루는 SF 영화의 단골 소재가 되었다. 개개인이 철저하게 통제되고 전체의 이익이라는 이름 아래 자유를 유린하는 사회는 무거운 공포를 안고 독특한 영상으로 관객의 어깨를 누른다. 불가능하리만치 철저하게 통제되는 사회를 영화 속에서 가능하게 하기 위해 선택하는 극단적인 전제가 SF의 배경을 만든다. 인류가 자기 파괴적인 전쟁을 치루다 멸종 위기까지 갔기 때문에, 극단적인 전체주의 사회로 변한 〈이퀄리브리움〉이나 바이러스에 의해 인류의 99%가 사망했기 때문에 살아남은 소수가 극단적으로 통제되는 세상에 살고 있는 영화판 〈이온 플럭스〉가 그런 영화다.

인류가 끝없는 전쟁을 통해 폭주해서 자기 파괴적인 결과를 부르고, 괴상한 바이러스에 의해 인류 99%가 사망하는 영화 속 일은 쉽게 벌어지지 않겠지만 결과로 나타난 통제는 현실감 없는 설정의 영화 속에서도 끔찍하리만치 공포스럽다. 잘 만든 몸을 가진 주연 배우가 펼치는 우아한 몸동작에 눈을 빼앗기기 쉬운 영화지만, 개인의 자유와 인권이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통제되는 묘사는 현실감을 덧붙이면 끔찍해질 수 밖에 없다. 다만 두 편의 영화에서 그리는 악몽 같은 독재자는 〈이온 플럭스〉가 그런 것처럼 멍청하고 얄팍한 캐릭터라 현실감이 없거나 〈이퀄리브리움〉처럼 액션 게임의 마지막 보스처럼 간단하게 해결되어 지나치게 가벼운 존재가 된다. 현실이 조금만 보태져도 물론, 강력한 독재자는 그리 쉽게 해결되는 존재가 아니다.

현실의 독재자, 강력한 공포
 이디 아민, 독재자의 초상
이디 아민, 독재자의 초상

지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포레스트 휘태커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라스트 킹〉같은 영화가 그렇다. 의료봉사를 위해 우간다에 갔다가 독재자 이디 아민(포레스트 휘태커)의 주치의가 된 캐리건(제임스 맥어보이)의 시점에서 전설적인 독재자 이디 아민을 그리는 영화는 권력에 취해 점점 변해가는 복잡한 남자를 근거리에서 정밀하게 묘사한다. 당당한 백인 의사를 주치의로 발탁하고 그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이는 파격적인 성격에 이디 아민을 가까이에서 본 캐리건은 영민한 두뇌와 행동력을 갖춘 유능한 한 남자를 그려낸다. 그러나 우간다의 권력 정점에 가까워지며 이디 아민은 정적을 제거하고 반대파를 무자비하게 학살하는 잔혹한 군주다. 의료봉사라는 순수한 목적을 가지고 우간다에 온 순진한 남자는 이디 아민의 폭력성과 잔혹함에 공포를 느끼지만 이디 아민이 제공하는 향락에 중독되어 이상에 따라 빠져 나올 수 없는 상태다. 권력에 도전할 만한 빼어난 두뇌와 강력한 행동력을 가졌지만 폭력과 공포를 야심의 수단으로 사용하며, 권력에 취하면서 점차 비인간적으로 변해가는 남자. 포레스트 휘태커는 빼어난 연기력으로 이 복잡다단한 사람을 형상화한다. 권력은 추구하는 사람을 변하게 하고, 권력에 취한 사람은 곧잘 인간적인 판단 기준을 잃어버린다.

순수한 의도로 선거에 도전했다가 권력의 속성에 점차 인간성을 마비 당하는 한 남자를 묘사한 〈모두가 왕의 사람들〉은 좀 더 드라마틱하게 이 주제에 천착한다. 각각 1949년과 2006년 두 번에 걸쳐 영화화한 원작소설이 그려내는 인간미 가득한 한 사람의 변화는 물론 파국으로 치닫는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권력에 도전했다가 점차 자신이 처음 가졌던 양심에 반하는 방향으로 변해가는 윌리 스탁을 2006년도 각색한 영화에서 연기한 이는 물이 오를 만큼 오른 숀 펜. 영화는 음험한 권력의 속성이 아름다운 인간미를 순식간에 오염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독재자 이디 아민이나 행동력 강한 후보자 윌리 스탁처럼 권력의 속성을 이겨낼 수 없는 사람의 끝은 비참하다. 권력에 취해 훨씬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지도자에게 무엇보다 울림이 많을 이야기. 두 영화는 권력, 물욕, 야망과 상관없이 순수함을 유지하는 프랭크 카프라의 영화에서 정반대쪽에 위치한다. 공항 검색대에서 프랭크 카프라 영화가 가장 좋다며 너스레를 떨던 동유럽인이 사실 비디오로 살인 장면을 찍는 연쇄살인범이었던 〈15분〉처럼, 실제와 이상 사이의 차이는 충격적으로 멀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유혹
 후계자가 된 마이클 꼴리오네
후계자가 된 마이클 꼴리오네

거대한 야심을 가진 사람이 권력을 쫓다가 처음의 순수함을 잃어버리는 이야기를 가장 감칠 맛 나게 그린 헐리웃 영화로 〈대부〉 3부작을 빼놓을 수 있을까. 최고의 미국 영화를 꼽을 때 항상 첫손에 꼽히는 작품 중 하나인 〈대부〉는 마피아의 정점에 도전하다가 인간미를 잃어버리고 괴물로 변해가는 한 사람을 정교하고 섬뜩하게 묘사한다. 뉴욕 이탈리아계 패밀리 대부 비토 꼴리오네(말론 브란도)의 막내 아들 마이클(알 파치노)은 월남전에 자원했고 집안 사업을 이을 생각도 없으며 대학을 잘 다니고 있는 인텔리. 그러나 꼴리오네 가문이 관리하는 구역에서 마약 밀매를 노리던 경쟁 패밀리의 테러로 아버지가 중상을 입고, 후계자로 꼽히던 맏형 소니(마이클 칸)마저 살해당하는 상황에서 마이클은 보복을 할 수 밖에 없었고 패밀리를 물려받는다. 약혼자에게도 말했듯, 집안 사업을 합법적인 일로 바꾸는 것이 목표지만 마피아라는 권력은 그가 순수히 꿈을 이루도록 놓아두지 않는다. 음모와 거짓을 통해 일순간에 방해자들을 살해하는 〈대부〉의 마지막 시퀀스는, 자신을 배신했던 둘째 형을 호수에서 죽이는 〈대부2〉의 마지막 시퀀스, 자신을 노리던 저격자에게 딸을 잃게 되는 〈대부3〉의 마지막 시퀀스와 함께 한 사람의 순수한 의도가 얼마나 쉽게 변질되며 괴물로 변해가는지 묘사한다.

거리로 나선 시민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대통령의 진심은 어디 있을까. 권력의 속성에 언로를 막혀 잘못 판단하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대통령의 진심은 새벽에 머리 위로 피가 흐르는 시위대에 대한 걱정과 관심이기를 바랄 뿐이다. 어서 빨리 권력의 유혹에서 벗어나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길 원할 뿐이다.

2008년 6월 12일 목요일 | 글_유지이 기자(무비스트)

948 )
sasimi167
흠...   
2008-12-30 13:51
kmhngdng
SF영화하나 갖고 어떻게 이런 비약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쯧쯧   
2008-10-11 02:55
theone777
요즘 왜케 폭력적으로 변했냐?
가만히 비켜 서있는 의료봉사단을 방패로 가격하지 않나 미친...   
2008-06-30 06:23
theone777
명박아 이제는 정신을!!!!!   
2008-06-29 01:24
ruddhr4444
영화,
정치 ,
쇠고기,

??????
  
2008-06-27 14:42
greatyck55
..........말
  
2008-06-27 13:25
kimsi31
미국산쇠고기가 분명 당시의 발목을 잡아 낚아 첼것이오   
2008-06-27 12:10
jinicoke
ㅡ.ㅡ 말하면 들을라나?   
2008-06-2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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