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거미줄로 뒤덮인 한주였다. 예상은 했다만 실로 놀랍기 그지없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첫 주자로 포문을 열어제낀 <스파이더맨3>가 다종다양한 신기록을 쏟아내며 개봉주 물경, 256만을 달성!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했다.
이는 역대 외화 개봉 첫주 최고 기록으로 168만의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의 성적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이외에도 <스파이더맨3>은 <괴물>이 수립한 바 있는 역대 개봉일 최고 기록 44만 9천을 50만 2천으로, 일일 관객동원 최고 기록인 79만을 82만 5천으로 갈아 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역대 개봉 첫 주 관객동원력에서는 <괴물>의 263만에 이어 두번째 해당되는 수치다. 이 같은 가공할 만한 오프닝 성적은 1일 근로자의 날에 맞춰 화요일 변칙개봉한 점과 5일 어린이날 그리고 816개에 달하는 전례 없는 배급규모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물론, 맞장을 뜰만한 영화가 없었던 탓도 있다.
같은 날 개봉한 장진 감독의 <아들>은 299관을 확보하며 나름 총력을 펼쳤지만 25만 6천명을 동원하는 데 그쳐 박스오피스 2위로 데뷔했다. 스파이더맨에 맞서기에는 물량적인 측면은 물론이고 여러 모로 힘이 부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고전을 면치 못한 셈이다. 3주 연속 1위의 흥행작 <극락도 살인사건>은 200만을 돌파! 아쉬움 없는 행보를 펼쳤다. 박스오피스 순위는 3위! 이어, <더블타겟>과 <날아라 허동구>가 4.5위를 차지했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스파이더맨3>의 독주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에 대한 반발 또한 거세질 것으로 예측된다. 극심한 비수기를 맞아 울상이던 극장가는 쌍수 들고 환영할 일이지만 불만에 찬 목소리 역시 만만치 않다는 것! 스파이더맨이 전국 극장의 반 이상을 싹쓸이하다보니 같은 날 개봉한 <이대근, 이댁은>을 비롯한 몇몇 영화는 아예 관객과 만날 기회조차 차단된 상태다. 어찌할 도리 없이 그냥 묻혀 버린 것이다. 전주 개봉한 영화들과 조만간 간판을 내걸 영화의 사정 또한 이와 무관치 않다. 이로써, <괴물>에 이어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다시금 고개를 들 조짐이다. 한 영화가 멀티플렉스의 상영관을 독식함에 따라 초래되는 폐해를 줄여보자는 스크린독과점 규제법 논의는 밥맛없는 정치인들의 늑장 대응으로 법안 마련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너나할 것 없이 현재의 한국영화계를 일컬어 최악의 상황이라 비명 지르는 이때, <스파이더맨3>를 필두로 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대대적 공습이 충무로에 어떠한 파장을 일으킬지 관심 쏠린다.
2007년 5월 7일 월요일 | 글_서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