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간판 시사프로그램인 손석희 아나운서의 100분 토론에 ‘괴물’이 출몰한다. 재미있다 없다의 차원을 넘어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한 것이다.
물론, 1000만 돌파를 쌍수 들고 마냥 축하하는 자리가 아니다. 쌍심지 키며 아니다 싶은 첨예한 대립각도 섬뜩하게 세울 예정이다. 주제가 <‘괴물’ 싹쓸이 논란!>이니 악랄한 이빨을 앞세워 치열하고 건강한 토론을 펼쳤으면 한다. 팬 미팅도 아니요 맞선 자리도 아니거늘,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웃음꽃 피며 주거니 받거니 하는 토론만큼 시시하고 재미없는 것도 없다.
8월 17일 밤 12시 5분에 방송될 100분 토론의 쟁점은 이렇다. 연일 신기록을 토해내고 있는 <괴물>의 긍정적.부정적 측면을 통해 산업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오늘 한국영화의 안팎을 냉정한 시선으로 다시금 둘러보고 진단해보자는 것.
정치적 함의를 품고 있고, B급 정서가 다분함에도 주류를 포섭할 수 있는 상당한 오락성을 자랑한다. 만듦새도 튼실하다. 보기에 영 불편했던 CG 역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때문에 <괴물>은 칸 영화제로부터 호평을 받았고, 그러한 기세를 몰아 국내에서도 절대적 지지에 가까운 찬사를 이끌어내고 있다. 1000만을 돌파했다. <왕의남자>의 기록을 넘어 1500만까지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입이 쩍 벌어질 흥행몰이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는 물론이고 북미와 유럽까지 세일즈된 상태다. 해외영화제서도 매진이란다. 한국영화를 만방에 알리며 한 단계 끌어올린 적자로 평가받고 있다. 메머드급 물량공세를 떠나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거다.
하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다르게 바라본다. <괴물>의 완성도를 떠나 한 영화가 천만 이상을 동원하는 것은 스크린쿼터 축소가 시행된 이 마당에 국내영화산업을 더 위축되게 만들 뿐이다. 1600여 개 스크린 중 620개 스크린을 장악한 <괴물>의 괴물스런 배급력은 아무리 선의를 가지고 있다손 치더라도 미필적 고의에 다름 아닌 독점이며 영화의 다양성을 해친다. 영세한 환경의 작은 영화는 안 그래도 힘든 판에 더더욱 설 자리가 없다는 목멘 소리 등 <괴물>의 폭발적 흥행과 관련해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는 이들 또한 상당하다. 남들 다 보는 영화! 안 보면 쪼다 되는 분위기라 본의 아니게 극장으로 발길을 옮기는, 집단 무의식에 근거한, 쏠림 현상 역시 문제라 꼬집으며, 결국 이러한 우리네 습속은 떼돈이 투입된 블록버스터급 영화만을 쫓는 쪼다스런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괴물>을 둘러싼 이 같은 상반된 시선들이 100분 토론을 통해 가열차게 이야기 될 것으로 보인다.
여하간, 양날의 칼 같은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괴물>로서는 분위기가 이러니 마냥 웃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괴물>이 아니다. 자본이 쥐락펴락하는 유통과 배급이다. 대기업의 멀티플렉스 체인이 수년 전 곳곳에 들어선 그 순간부터 이러한 악순환은 이미 시작됐다. 제발이지 오늘 토론이 발판이 돼 생산적인 결과를 길어 올렸으면 한다. 자본의 논리 앞에서 상도와 저마다의 양심에 호소해봤자 백년하청이다. ‘마이너리티 쿼터’든 ‘프린트 벌수 제한’이든 구체적인 시스템이 구축돼야 서로가 힘 빠지고 피곤한 말싸움이 잦아진다. 애기 나온 지 오래지 싶지만 가시적으로 개선된 점이 없었으니 이번 기회를 통해 뭔가 도출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만만치 않은 내공을 지닌 패널들이 토론에 나서니 기대해 봄직하다.
자신의 열세 번째 작품인 <시간> 기자시사시 "어쩌면 이 영화가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내 마지막 영화가 될 것"이라며 배급현실에 회의적인 발언을 한 후 “'괴물'은 한국영화 수준과 한국관객 수준이 잘 만난 영화”라 말해 관심이 쏠리는 김기덕 감독. 한국영화를 둘러싼 갖가지 신화를 갈기갈기 해체해 재구성하는 작업을 줄기차게 해온 서울예대 영화과 교수이자 영화 평론가인 강한섭. 그리고 영화계의 브레인이라 불리며 궂은 일 마다하지 않고 영화계 현안에 몰두해온 마술 피리 대표이자 아이필름 공동대표인 오기민 영화제작가협회 정책위원장과 오기환 영화감독, 이창무 서울시 극장협회장이 출연할 예정이다.
군말이 많아지긴 했지만 여튼, 시간들 나시면 보시길 바란다. 여성 패널이 없어 좀 아쉽긴 하다만 심히 흥미진진하고 생산적인 토론이 되지 않을까 싶다.
2006년 8월 17일 목요일 | 글: 서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