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의 위기>는 <인형사>로 고배를 마신 정용기 감독의 작품이다. <기억의 저편>이란 단편영화로 다양한 수상과 주목을 받은 정용기 감독은 <비천무>의 조감독을 거쳤고 <인형사>를 연출했으며 <잠복근무>의 각본을 맡았다. 사실 감독의 장편영화 편력으로 봤을 때는 기대치가 그리 높지 않았다. 또 김수미, 신현준, 김원희, 탁재훈 등 배우진에 대해서도 딱히 높은 기대점수를 주기에는 아쉬움이 많았다. 그런 점을 제작사는 알았던지 처음부터 시종일관 웃길 것이라는 코멘트로 일관을 했고 그러한 점이 작용해 영화를 보는 눈높이를 조절하는데 나름 성공했다.
우선 기대감을 버리고 봤기 때문인지 첫 느낌을 표현하자면 ‘재미있다.’ 또는 ‘웃긴다.’로 나타내는데 망설임이 필요 없을 것이다. <가문의 위기>는 처음부터 웃음을 선사하려고 만든 영화 가볍게 보라고 만든 작품이라는 점을 숨기지 않고 노골적으로 관객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여 헤모글로빈을 분비하도록 유도한다. 특히 각각의 캐릭터들이 튀면서 나타나는 시너지 효과는 가히 환상이라 할 수 있다.
신현준은 눈 밑의 검은 카리스마를 지우고 맥 풀린 황장군처럼 연기를 펼친다. 기존의 신현준의 연기를 논하던 사람들의 선입견은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김원희도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서 간간히 보이던 시츄에이션을 과감하게 모아놓고 망가지는 최고의 연기를 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다양한 캐릭터들의 배우들이 눈치 보거나 망설임 없이 마치 누가 더욱 망가지나 경쟁하듯 포복절도 웃음을 선사한다. 기자시사를 마치고 극장 로비에서 신현준과 나눈 “코믹영화가 웃기면 되지 뭘 바래?”라는 대화에서처럼 <가문의 위기>는 코믹영화고 그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다. 그렇기에 후한 점수를 받기에 합당하다.
그렇다고 100점 만점이라는 소리는 아니다. 모든 영화가 아쉬운 점은 있고 허점이 보이게 마련인 만큼 <가문의 위기>도 진짜 위기를 불러올 만큼의 커다란 구멍은 있다. 바로 너무나 허술한 드라마와 가족영화라 느끼기 어려운 난무하는 육두문자와 은어들이 그 주범이다. 코믹 영화라 드라마는 용서가 된다고 마음을 먹고 보더라도 또 앞부분의 신현준과 김원희의 사랑의 모습을 통해 약간의 감동을 먹더라도 후반부의 말도 안 되는 시츄에이션은 좋은 집안 다 말아먹는 난봉꾼 자식 같은 모습이다. 또 15세 관람가기 때문에 이해 할 것이라 감독이 밝힌 육두문자와 전라도 사투리라는 미명하에 사용되는 자극적이고 성적인 은어들은 그 도가 지나쳐 추석 가족영화라는 문구에 속아 온가족이 극장을 찾았을 때 아이들 보다 어른들이 낮 뜨거워질 것이란 느낌을 받게 한다.
앞에서도 분명하게 밝혔듯이 <가문의 위기>는 최고의 웃음을 선사하는 코믹영화로 조금 찝찝한 아쉬움이 남지만 올 추석 영화 시장에서 가문을 부흥 시킬 백호파의 효자임에는 논쟁의 가치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