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 바다 내음이 가득한 해운대 바다가 훤히 보이는 부산 그랜드 호텔 정문 앞 연속적인 총성이 울려 퍼진다. 바로 곽경택 감독이 연출을 맡은 장동건, 이정재, 이미연 주연의 초특급 블록버스터 <태풍>의 부산 촬영현장이다.
KTX를 놓치는 우여곡절 끝에 뒤늦게 도착한 <태풍>의 촬영현장은 이미 100여명의 취재진들로 북적거렸다. <무극>으로 칸에서 주목을 받았던 장동건 때문인지 여느 촬영 현장보다 취재 열기는 뜨거웠다. 서로 좋은 위치를 잡고 촬영과 취재를 하기 위해 자리확보에 여념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자 이정재의 모습이 보였고 이미 리허설을 했었는지 바로 촬영에 들어갔다. 호텔의 회전문을 나오던 이정재는 “씬!”이라는 외성을 지르며 ‘탕! 탕! 탕!’ 전방에 권총을 난사했다.
첫 번째 촬영이 끝나자 곽경택 감독이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에는 누군지 알아볼 수 없었다. 살이 쏙 빠진 곽경택 감독은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보일 정도였다. 감독은 이정재에게 더 많은 액션을 요구 했고 재촬영에 들어갔다. 이정재는 ‘씬’이 쏜 총을 피하는 듯 멋들어진 측방 낙법으로 회전을 하며 좌식 사격자세로 다시 한 번 총을 격발 했다. 이 후 몇 차례 계속된 같은 장면의 촬영에서 이정재는 멋진 자세로 훌륭하게 연기를 선보였다. 하지만 촬영 중간에 낙법을 선보이려다 스텝이 엉키며 넘어질 뻔하다가 순간의 재치로 바로 포즈를 취하며 실수가 아닌 듯 연기를 계속 했다.
이어 진행된 장면에서 드디어 장동건의 모습이 나타났다. 고개를 45도 각도로 숙이고 있는 장동건을 촬영하기 위한 취재진들은 고개를 들어달라며 계속해서 장동건의 모습에 정말로 뜨거운 취재 경쟁을 가졌다. 잠깐 동안의 카메라 세팅 시간동안 장동건은 취재진의 요구에 살짝 살짝 응하기도 하면서 촬영에 대한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장동건의 모습은 예전의 모습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이미 <태풍>의 고사장에서 살이 빠진 모습을 보긴 했지만 그때보다도 더욱 살이 빠져 있었으며 얼굴에는 온갖 흉터가 새겨져 있었다. 장동건의 그럼 모습을 본 취재진들은 입을 모아 ‘그저 잘생긴 배우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카리스마 넘치는 멋진 배우다.’라는 평가를 내리며 인상적으로 변한 그의 외모에 찬사를 보냈다.
이날 또 한명의 눈길을 끄는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태극기 휘날리며>를 촬영한 홍경표 촬영감독이었다. 홍감독은 왼쪽 팔에 오색찬란한 문신이 인상적이었다. 취재진들은 ‘비록 기사로 나가지는 못할지 몰라도 찍고 싶다.’는 말을 하며 홍감독의 모습을 담았다. 그는 다른 영화에서 보던 촬영부 스태프들이 준비를 하던 모습과는 달리 직접 촬영을 준비하고 움직이면서 자신의 디카로 다른 스태프들과 취재진들의 모습을 담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은 감독이 모니터를 하는 곳의 취재는 상당히 통제가 되었는데 영화의 느낌을 알 수 있는 모니터의 취재의 자제를 곽경택 감독이 직접 요청하기도 했다. 외부에서 두 배우와 감독이 모여 모니터를 하는 모습만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의 마지막 촬영이나 다름없는 촬영은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고 저녁 시사를 마치고 바로 간담회가 진행 되었다.
간담회에서는 스틸과 동영상 카메라에 대한 철저한 통제 속에 제작과정이 담긴 영상이 공개 되었는데 영상을 본 느낌은 정말로 150억이란 제작비가 실감나는 엄청난 영상과 스케일 그리고 두 배우의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대부분 장동건 이정재의 두 배우의 이미지 대결로는 여론 때문인지 인지도 때문인지 이정재가 다소 밀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았던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나 공개된 영상을 통해 두 배우의 대결을 봤을 때 이정재가 결코 쳐지지 않는 매력으로 힘이 넘치는 모습을 선보이며 우세승을 이루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은 아닐 것이다. 특히 영상에는 국내 최초로 대규모 김블 장치(헐리웃 영화에서 배나 항공기 등의 큰 세트를 자유롭게 움직이는 효과를 낼 수 있는 장치)와 태국 로케이션 모습, 대규모 수조 세트 등이 공개돼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간담회에서는 제작배경을 묻는 질문에 곽경택 감독은 “아버지가 실향민이다. 어려서부터 그런 아픔을 보아오면서 자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됐다. 이 영화는 그저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니라 여러 가지 이야기를 가진 좋은 작품이다.”라고 이야기 했다. 이어 장동건은 “태국어, 러시아어, 북한 사투리 등 언어에 대한 부담감은 좀 있었지만 감독과 함께 고민하며 촬영하고 있다”라고 영화에 대한 소감을 밝히자 곽감독과 이정재는 공감을 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을 지었다. 이에 취재진에서는 장동건이 태국어를 하는 모습이 기대가 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미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 적극적으로 캐스팅 시켜 달라고 했다고 알려진 이정재는 “남성적인 캐릭터를 너무 맡고 싶었고 지금까지 맡은 캐릭터 중에 ‘강세종’이라는 인물이 가장 마음에 든다."며 밝은 표정으로 자신감 넘치는 답변을 해 박수를 받았다.
현재 약 70% 촬영을 끝낸 <태풍>은 6월 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마지막 촬영을 떠나며 7월 중 크랭크업한 후 후반작업을 마치고 12월 두 남자의 거대한 태풍이 몰려올 예정이다.